'미자립교회'에 해당되는 글 12건

  1. 농촌교회의 희망을 만드는 ‘생명의 망’ 농산품 직거래장터
  2. [도시청년, 농어촌에 가다 #1]우양청년들 농촌 아낙으로 변신! 느낌 아니까~
  3. [농어촌이야기 2]동화같은 공간을 선물하는 보길중앙교회

 

추석을 한주 앞둔 9월 13일 대전 기독교 연합 봉사회관 앞 광장에서는 기분 좋은 장터가 열렸습니다. 출근하는 사람들로 분주한 대로변 옆 광장에 노란 천막들이 세워지고 연이어 도착하는 승합차에서는 무언가 큼지막한 꾸러미들이 계속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우양재단, 감리교 농촌선교훈련원, CTS인터내셔널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CBS기독교방송과 CTS기독교TV가 후원하는 ‘생명의 망’ 농산품직거래장터가 열렸습니다. 이날은 전국각지의 농어촌에 있는 30여개의 교회들이 참가했습니다. 장터는 각 지역농산품을 도시소비자에게 소개할 좋은 기회입니다.

강화도에서 온 새우젓, 진안에서 온 인삼과 더덕, 지리산에서 온 각종약초 등 전국 각지의 농산품들이 화려하게 펼쳐집니다. 본격적인 장터가 시작되기 전 잠시 모여 예배를 드립니다.

“자기 물건을 파는 것 뿐 아니라 옆에 부스에는 어떤 물건이 있나 어떤 목사님들이 올라오셨나 잘 살펴보세요. 이번기회에 전국 각지의 농어촌에서 목회하시는 분들 만나고 가면 그 또한 얼마나 좋은 일이예요.” 오늘의 행사를 총괄 진행하는 차흥도 목사님(농촌선교훈련원)은 흐뭇한 표정으로 이야기합니다.

 

 

부스마다 준비해온 홍보문구를 붙여 놓고 보기 좋게 물건을 진열합니다. 또 손님들이 맛볼 수 있게 시식코너를 만들기도 합니다. 오전부터 추석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은 기대하지 않았던 실한 직거래 장터를 만났습니다.

 

 

“일반 마트보다 훨씬 저렴하고 물건도 좋아요. 추석 때 필요한 농산품이 많이 있네요.”

나주 에벨선교회 부스에는 손님이 바글바글 합니다. 직접 길러 온 양파는 사과보다도 더 큽니다. 좋은 햇살에서 잘 마른 고추도 자루 채 팔려갑니다.

 

이미 멸치교회로 유명하다던 진주의 수곡제일교회의 멸치도 손님들의 발길을 잡습니다. 멸치는 짜지 않고 색이 예뻐 손님들이 먼저 알아봅니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손님들은 흥정도 하지 않고 물건을 삽니다.

시식을 위해 내어놓은 멸치 바구니 옆에 작은 고추장 종지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딸기고추장을 가져오신 팔당마실교회에서 놓아주신 것입니다. 매콤달콤한 고추장을 찍어먹으니 다들 멸치 시식코너에 한 번 더 손이 갑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태백 광동교회에서 오신 김재평 목사님은 장터를 한번 돌고 오시더니 어느새 봉지가 양손 가득합니다.

“우리 부스 물건도 팔아야 하는데 내가 사가고 싶은 물건들이 더 많아요. 저쪽 부스도 한번 가봐야겠어요.”

이야기를 듣던 목사님들이 함께 웃습니다.

  

 

오전에는 비가 오락가락 하더니 오후에는 맑게 하늘이 갭니다. 비가 그치자 손님들의 왕래가 더 빈번해 집니다. 4시면 닫으려 했던 장터가 6시까지 이어집니다. 장터를 접기로 한 6시에도 손님들은 이어졌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장터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직거래 장터는 ‘점점 어려워지는 농어촌교회에 힘을 북돋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하는 고민에서 시작했습니다. 농어촌의 각 교회 목사님들은 이날 행사를 치르면서 각자의 지역에 애착을 가지고 여러 가지 꿈을 꾸는 듯 보였습니다. 행사를 마친 후에는 다음번 장터가 계획되어 있는지 그렇다면 언제, 어디서 진행될 예정인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농어촌교회가 활기를 찾고 도시교회와 상생할 수 있는 기회가 잦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농활,우양재단

 

우양재단에는 여러 부류에 장학생들이 있습니다. 그 중 오늘 모인 장학생들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교회 오빠, 언니들입니다. 농어촌 목회자자녀와 신학생으로 구성된 이들은 강원도 홍천의 성내교회로 농활을 떠납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길은 구불거리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입니다. 시간이 갈 수 록 마을은 사라지고 창문 밖으로 보이는 건 너른 밭 뿐 입니다. 다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가 은혜가 먼저 교회를 발견합니다. 밭 저편에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그리고 도로변에 “성내교회”라는 표지판도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교회를 지척에 두고 가뿐히 지나쳐 읍내에 있는 식당으로 향합니다.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는 먼저 연료를 든든히 채워야 합니다. 식당에 도착해 두 대로 나누어져 오던 장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조금 늦게 합류하는 장학생들도 도착했습니다. 식사 후 배가 불러서인지 모인 친구들로 인해 마음이 든든해서인지 분위기는 한층 더 밝고 떠들썩해졌습니다.

 

농활, 대학생장학금,우양재단

 

드디어 도착한 성내교회는 너른 밭들 사이에 띄엄띄엄 있는 집 들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는 성도들도 교회에 오기 어렵습니다. 치킨이나 피자 배달도 쉽지 않다는 소식에 학생들은 한숨이 절로 납니다. 마음을 추스르고 이제 정말 농활을 위한 준비를 합니다. 챙겨온 선크림을 듬뿍 바르고 밀짚모자와 팔 토시 착용은 필수입니다. 남학생들은 목사님과 함께 교회근처의 화단을 정비하기 시작합니다. 여학생들은 사모님을 따라 근처 깻잎 밭으로 출발 합니다.

 

농활,대학생장학금,우양재단

 

어쩌다보니 이날 깻잎 밭으로 따라나선 미녀5총사는 모두 부모님이 농어촌에서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남의 밭에 일손을 보태러 가는 일이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학생들을 보는 사모님의 표정이 사뭇 애틋합니다.

“우리 딸도 딱 너희 또래야. 지금은 대학교에 다니느냐 다른 지역에 가 있지만 어려서 이곳에 있을 때는 미안한 일이 많았어. 너희들은 어떠니?”

무얼 묻는지도 모르게 사모님은 뜬금없는 질문을 합니다. 그러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학생은 한명도 없습니다. 농어촌 목회의 어려움은 어쩔 수 없이 그 자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니까요.

진실이가 먼저 이야기 합니다. “사실 물질이 넉넉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부족한 건 또 없어요.”

시온이도 맞장구를 칩니다. “맞아요! 늘 넉넉하지는 않지만 필요한건 모자람 없이 다 채워져요. 언젠가부터 이걸 알고 나니 걱정이 없어요.”

다른 학생들도 다들 같은 생각인가 봅니다. 그들끼리의 편안한 미소를 보고나니 사모님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습니다.

“너희들이 그걸 느끼고 있다니 얼마나 다행이니. 아마 너희 부모님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거야. 더 해주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 그렇지만 우린 하나님의 채워주시는 것으로 살고 있으니까 그 풍성함을 누렸으면 좋겠어.”

동일한 상황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서로에게 참 위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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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와 달리 깻잎 밭까지 가는 동안에도 땀이 흐릅니다. 깨 나무들은 이미 훌쩍 자랐습니다. 아래에 고운 잎이 더 잘 자랄 수 있도록 깨 나무 위쪽 가지를 쳐주는 것이 오늘 할 일입니다. 한손에는 가위를 한손에는 바구니를 들은 학생들은 거침없이 깨 나뭇가지를 칩니다. 다들 금세 시골 아낙이 되어 능숙하게 일을 마무리 합니다. 포대가득 담겨있는 깻잎을 트럭에 실어 놓고 뿌듯한 마음으로 교회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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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따온 깻잎을 곁들여 푸짐한 저녁을 먹고 우리는 다시 모였습니다. 농사일 돕기 외에 지역주민들을 위해서 준비한 것이 하나 더 있기 때문입니다. 아로마테라피스트인 요셉이가 준비한 비누 만들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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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한조가 되어 각자의 취향대로 비누를 만듭니다. 어떤 색으로 만들지 어떤 향을 넣을지 신중히 고민한 뒤 녹인 비누베이스에 잘 섞습니다. 이때 거품이 생기지 않게 천천히 잘 저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비누 틀에 부어줍니다. 이제 이 비누는 성내교회를 오가는 지역 분들에게 좋은 향기로 기억되는 선물이 될 것입니다. 비누가 굳는 동안 수다도 떨고 게임도 하면서 농활 첫날밤이 저물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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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부터 비는 오다 말다를 반복하고 하늘은 연신 깜깜했다. 첫배로 보길도에 들어가겠다고 만발의 준비는 마쳤으나 배가 제때 떠 줄지는 알 수 없었다.

당일 아침, 안개는 가득하였지만 안개너머로 희미하게 보길도가 보였다. 배는 조심스레 안개를 뚫고 나갔다. 이제 보길중앙교회에 간다. 교회에 도착하자마자 차 소리를 듣고 류영구 목사(48)가 나왔다. 먼 길을 왔다며 악수를 청하는데 손이 왠지 자연스럽지 않다. 묻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으니 류 목사는 그저 허허 웃는다.

보길중앙교회에서 운영하는 꼬예지역아동센터는 벌써 10년째 운영되고 있다. 예배당 한켠에서 몇몇의 아이들과 시작된 지역아동센터는 이젠 30명이 넘는 아이들과 함께하며 작지 않은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예배당과 교회 앞 작은 공터로는 아이들을 감당하기 힘들어진지 이미 오래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잔디밭과 볕이 잘 드는 공부방과 도서관, 지도교사들이 쉴 수 있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공간까지 상상 속 공부방은 멋졌지만 현실은 팍팍했다. 그러나 현실 때문에 꿈을 접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류 목사는 2011년 처음 망치를 잡았다. 꿈꾸던 공간들을 설계도에 담고 보길도 구석구석에서 쓸 만한 자재들을 모았다. 새로 짓는 센터는 건평 60평의 2층 건물이었다. 그러나 일하는 사람은 류 목사 혼자였다. 새벽기도가 끝나면 아침을 먹고 공사장으로 출근을 했다. 이른 아침부터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귀가 지도를 하기 전까지 혼자 작업을 한다. “건축에 돈이 드는 건 사실 대부분 인건비에요. 조금 느려도 제가 직접 하면 돈도 많이 아낄 수 있어요. 무엇보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제가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으니까요.”

공사를 시작한지 3년째 되는 올 봄, 류 목사는 공사도중 부상을 입었다. “어느 때처럼 나무를 자르고 있었어요. 그런데 나무 자르는 기계에서 툭 소리가 나더라고요.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린가 했어요” 왼손 검지손가락 한 마디가 잘려나갔다. 다행히 무사히 봉합이 되고 지금은 아물고 있다. 물론 그 동안 공사는 중단되었지만 덕분에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새로운 공간을 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육지에서도 이것저것을 보내왔다. 그 중에는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다 정리하던 후배도 있어 괜찮은 피아노가 7대나 보길도로 들어왔다. 공부방에 놓을 책상과 걸상도 만들어야 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손이 다쳐 쉬는 동안 우양재단에서 도서관 시설을 지원해 준다는 공고가 났다. 덕분에 번듯한 책걸상을 새 지역아동센터에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낮에는 아이들이 사용하고 밤에는 한글학교에 오시는 어르신들이 사용할 거예요. 예배당 바닥에 매번 밥상을 펴놓고 공부하는 걸 아이들도 어르신들도 힘들어 했는데 이렇게 좋은 일이 또 있겠어요.”

몇 년을 공사장의 인부가 되고 부상을 입어도 류 목사의 눈은 반짝인다. 잠시 쉬는 동안에도 꿈꾸는 일은 멈추지 않는다. “내부 인테리어 구상을 끝냈어요. 손도 많이 나았으니 금세 공사 마무리를 할 거에요. 올 여름이 지나면 한번 놀러 와요. 지금보다 훨씬 멋진 센터를 볼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