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부터 비는 오다 말다를 반복하고 하늘은 연신 깜깜했다. 첫배로 보길도에 들어가겠다고 만발의 준비는 마쳤으나 배가 제때 떠 줄지는 알 수 없었다.

당일 아침, 안개는 가득하였지만 안개너머로 희미하게 보길도가 보였다. 배는 조심스레 안개를 뚫고 나갔다. 이제 보길중앙교회에 간다. 교회에 도착하자마자 차 소리를 듣고 류영구 목사(48)가 나왔다. 먼 길을 왔다며 악수를 청하는데 손이 왠지 자연스럽지 않다. 묻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으니 류 목사는 그저 허허 웃는다.

보길중앙교회에서 운영하는 꼬예지역아동센터는 벌써 10년째 운영되고 있다. 예배당 한켠에서 몇몇의 아이들과 시작된 지역아동센터는 이젠 30명이 넘는 아이들과 함께하며 작지 않은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예배당과 교회 앞 작은 공터로는 아이들을 감당하기 힘들어진지 이미 오래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잔디밭과 볕이 잘 드는 공부방과 도서관, 지도교사들이 쉴 수 있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공간까지 상상 속 공부방은 멋졌지만 현실은 팍팍했다. 그러나 현실 때문에 꿈을 접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류 목사는 2011년 처음 망치를 잡았다. 꿈꾸던 공간들을 설계도에 담고 보길도 구석구석에서 쓸 만한 자재들을 모았다. 새로 짓는 센터는 건평 60평의 2층 건물이었다. 그러나 일하는 사람은 류 목사 혼자였다. 새벽기도가 끝나면 아침을 먹고 공사장으로 출근을 했다. 이른 아침부터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귀가 지도를 하기 전까지 혼자 작업을 한다. “건축에 돈이 드는 건 사실 대부분 인건비에요. 조금 느려도 제가 직접 하면 돈도 많이 아낄 수 있어요. 무엇보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제가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으니까요.”

공사를 시작한지 3년째 되는 올 봄, 류 목사는 공사도중 부상을 입었다. “어느 때처럼 나무를 자르고 있었어요. 그런데 나무 자르는 기계에서 툭 소리가 나더라고요.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린가 했어요” 왼손 검지손가락 한 마디가 잘려나갔다. 다행히 무사히 봉합이 되고 지금은 아물고 있다. 물론 그 동안 공사는 중단되었지만 덕분에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새로운 공간을 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육지에서도 이것저것을 보내왔다. 그 중에는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다 정리하던 후배도 있어 괜찮은 피아노가 7대나 보길도로 들어왔다. 공부방에 놓을 책상과 걸상도 만들어야 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손이 다쳐 쉬는 동안 우양재단에서 도서관 시설을 지원해 준다는 공고가 났다. 덕분에 번듯한 책걸상을 새 지역아동센터에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낮에는 아이들이 사용하고 밤에는 한글학교에 오시는 어르신들이 사용할 거예요. 예배당 바닥에 매번 밥상을 펴놓고 공부하는 걸 아이들도 어르신들도 힘들어 했는데 이렇게 좋은 일이 또 있겠어요.”

몇 년을 공사장의 인부가 되고 부상을 입어도 류 목사의 눈은 반짝인다. 잠시 쉬는 동안에도 꿈꾸는 일은 멈추지 않는다. “내부 인테리어 구상을 끝냈어요. 손도 많이 나았으니 금세 공사 마무리를 할 거에요. 올 여름이 지나면 한번 놀러 와요. 지금보다 훨씬 멋진 센터를 볼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