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에 해당되는 글 28건

  1. [닮고싶은청년 vol.19] 환경과 먹거리문제의 대안적문화를 꿈꾸다 1
  2. 우양, 월간비건을 만나다 2
  3. [닮고싶은청년들 vol.13] 텃밭선생님 오삼득 할아버지

 

 

환경과 먹거리문제의 대안적문화를 꿈꾸다

 

27살이 되면서 그녀가 새로 얻은 직함은 ‘이사장’이다. 이 타이틀로 벌써 수차례 인터뷰를 했다. 잡지나 신문은 물론이고 티비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그녀는 요즘 ‘대세’다.

 

대학동아리에서 협동조합으로

그녀가 이사장으로 있는 씨앗들협동조합(이하 ‘씨앗들’)은 얼마 전 ‘5회 레알텃밭학교’를 개강했다. 신규조합원들도 여럿이 생겼고 마포구에 있는 성미산학교 학생들도 농사짓기에 참여하고 있다. 왜 이렇게 주목을 받게 되었을까 물으니 타이밍이 잘 맞았단다. “서울시에서 도시농업을 권장하고 있고 협동조합도 붐처럼 늘어나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청년들이 모이는 모임이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요”

도시농업, 협동조합, 청년 등의 핫한 아이템으로 단숨에 이슈가 된 듯 보이지만 ‘씨앗들’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단체는 아니다. 2010년 대학교 안 버려진 땅을 텃밭으로 가꾸고자 하는 학생들이 모여 대학텃밭네트워크‘씨앗뿌리는사람들’을 만들었다. 그 후 대학텃밭을 보급하고 ‘레알텃밭학교’를 운영하면서 4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

‘씨앗뿌리는사람들’의 주요멤버로 참여하던 윤지 씨와 몇몇의 친구들은 2013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농사는 이미 그들에게 큰 생활감으로 자리했다. 대학졸업과 동시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기엔 아쉬움이 컸다. “협동조합에 대한 제안을 처음 했을 때 친구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었어요. 이전에 책 모임을 하면서 협동조합이 우리사회의 좋은 대안이 될 거라고 나눈 적이 있었어요. 격 없이 가능한 모든 사람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우리 모임과 잘 어울릴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렇게 2012년 12월 ‘씨앗들’이 탄생했다.

 

 

서구화된 먹거리문화의 대안을 찾다

윤지 씨는 서구화된 먹거리문화의 대안책으로 도시농업을 시작했다. 그녀는 비건(Vegen : 완전한 채식주의, 모든 동물성제품을 사용하거나 섭취하지 않는 채식주의자)은 아니지만 육류섭취를 최대한 삼가는 채식주의자이다. 그녀가 처음 채식을 시작한 2010년은 우리사회에서 채식이 훨씬 낯설었다. 육류섭취를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다른 이의 눈에 까다로운 모습으로 비춰지기 일쑤였다. “어느 식당을 가던지 온전히 채식을 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한식은 원래 채식위주의 식단이잖아요. 서양의 식문화가 우리 사회에 깊숙이 들어온 후로 고기가 빠지면 왠지 식단이 허전하게 느껴지는 거죠.” 이렇게 고군분투하던 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을 만났다. 그리고 함께 농사짓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친환경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많다. 채식을 하는 이유도 친환경적이지 못한 도축시스템을 반대하는 의미가 크다. 농사는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텀블러 사용이나 음식물남기지 않기 등도 윤지 씨가 중요하게 여기는 실천 중 하나이다. “‘씨앗들’조합원 중에서는 단순히 농사에 대한 호기심으로 조합에 합류하는 이들도 많아요. 이런 친구들과 농사와 친환경적인 생각을 나눌 때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요. 저희는 매해 농촌으로 엠티를 가는데요. 그때마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려고 수저하나까지 다 챙겨다가보니 짐은 어마어마해져요.”

“채식나 농사 그리고 다른 환경운동은 혼자였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힘이 되요.” 윤지 씨는 ‘씨앗들’이 만나서 함께 농사를 지을 뿐 아니라 공동체를 이룰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그 공동체에서 오늘날의 환경과 먹거리 문제의 대안적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 끊임없이 탐구하다

3월이 되면서 윤지 씨는 대학원생이 되었다. 평소부터 관심 있었던 미학을 공부한다.

“학교에서는 주로 그림이나 조각 등의 예술작품을 보고 공부하지만 저는 그 어떤 예술품보다 자연 그 자체가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농사를 짓다보면 금방 뒤집어준 흙이나 새싹이 때론 죽어가는 풀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니까요. 생태미학이 아직 확실히 자리 잡힌 분야는 아니지만 앞으로 연구해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삶과 학문에서 끊임없이 자연을 고민하는 그녀가 건강해보였다.

시멘트 건물로 꽉 찬 대도시의 삶에서 작은 텃밭을 소중히 여기는 그녀다. 이젠 만들어진 아름다움이 가득한 이 사회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탐구하고자하는 그녀를 열렬히 응원해주고 싶다.

 

 

 

 

지난주 페이스북을 통해서 월간<비건>이라는 잡지를 소개해 드렸는데 기억하시나요?

채식+바른먹거리+착한 소비를 슬로건으로 하는 월간<비건>을 우양도 이번에 처음 알게됐어요.

우양 사무실이 있는 서교동 근처에 있다 최근 상암동을 이사갔다는데...뭐 그래도 이웃 주민이라 할 수 있겠죠?

 

이래저래 지나다니다 우양 1층 배움터 텃밭 포스터 [천원봉투]를 보고, 이 기관 뭔가 심상치 않다 싶어 연락하셨다는 김혜윰 기자님. 전화로 몇번 통화하다 우양 즐거운 텃밭을 취재하러 지난주에 다녀가셨답니다.  

그리고 오늘. 월간<비건> 7월 호에 우양 즐거운 텃밭 기사가 실렸어요. [키움과 나눔으로 기쁨 두 배, 웰컴 투 우양 텃밭] 이란 멋진 제목으로!

 

▲ 왼쪽 부터 토종 농사꾼 장완영 주임, 초보 농사꾼 이해규 간사, 월간비건 김혜윰 기자  

 

 

이날 인터뷰에 함께한 돌봄팀 완영주임과 해규간사는 인터뷰가 끝나고 월간<비건> 김혜윰 기자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는데요. 역시 예쁜게 진리인가 봅니다! 암튼 그 날 이후로 잡지가 언제나오냐며 눈이 빠지게 기다렸는데요. 오늘 김혜윰 기자님이 지나가는 길에 직접 들려 잡지를 전해주셨어요. 과월호도 함께요. 다섯권이나 손에 집에 들었는데 응? 이거 가볍잖아? 종이가 재생지인가 봅니다. 표백되지 않은 종이 냄새도 좋고요. 월간<비건> 마구마구 좋아지려고 하는데요. 

 

 

잡지를 슬쩍 열어봤어요. 아, 사진도 상큼하게 잘 나왔네요. 기사는 재미있기까지. 올해 심한 가뭄으로 맘 고생 많았던 우양의 두 농사꾼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집니다. 직원들도 잡지를 돌려보며 읽었어요. 웬지 월간<비건> 정기구독 해야 할 기세.

월간<비건> 블로그에 http://blog.naver.com/monthlybegun 가시면 더 많은 내용이 있으니 참고들하세요!

 

▲ 조금 전에 옥상 텃밭에서 따온 호박 입니다. 잘 익었죠? 어르신께 전달해 드리기전에 사진 찍었어요.

 

 

월간비건은 단돈 5,000원에 동네 서점에서 만나 보실 수 있답니다. 자자 주저하지 마시고 한번 구입해 보세요. 뭔가 읽을거리가 많아보이네요. 착한 지구인들의 A to Z 월간 <비건> 슥슥 잘도 읽힐 것 같은데요.

뭐. 이 잡지가 모두에게 채식을 권하는 것은 아닐겁니다. 채식을 통해서 얻은 건강과 삶의 여유 그리고 조금은 다른 삶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 듯한데요.

 

뭐, 최근 삶이 무기력하다고 느끼신다면. 뭔가 다른 변화를 경험하고 싶으시다면. 지난친 육식으로 체중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셨다면. 비염이나 기타 질병으로 힘들어하고 있으시다면 하루 정도 정해서 나만의 ' 밋 프리 데이 (Meat free day)' 를 만들어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여러분의 밋 프리 데이는 무슨 요일인가요? 

 

자, 그럼 저희는 호박 전해드리러 나가야겠네요. 가뭄속에서 자란 저 놈이 우리 어르신들의 밥상을 풍성하게 할 걸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부웅~ 부부붕~!” 낡은 오토바이 소리가 우양빌딩 앞에 멈춘다. 십년은 더 탔을 법한 오래된 오토바이에서 노인 한 명이 내린다. 오삼득 할아버지(78). 오삼득 할아버지는 옥상 텃밭에 볼일이 있다. 건물에 들어오자마자 엘리베이터에 탄다. 6. 내려서도 한층은 걸어 올라가야 옥상이다. 몇 계단 올랐을 뿐인데 숨이 거칠다. 숨 고를 새 없이 고무호스를 들고 텃밭에 물을 뿌린다.

 

넓은 밭은 아니지만 이곳은 항상 일손이 필요하다. 텃밭을 가꾸는 자원봉사자는 많지만, 할아버지는 남다른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작물들에게 한바탕 물세례를 주고 나서야 한 숨 돌리는 할아버지. “이거 매일 아침 관리해주고 그래야 열매도 제대로 맺고 그러는데

텃밭 담당자에게 에둘러 잔소리다.

 

사실 할아버지는 우양 쌀 가족이다. 생활 형편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함께 사는 할머니는 몸이 많이 불편하다. 그간 폐지수집이 주 수입원이었다. 오토바이도 폐지를 나르기 위한 기구다. 무거운 종이더미와 박스를 나르며 생활비를 벌기도 벅찰텐데, 틈만 나면 우양 옥상텃밭에 올라와 본다.

 

요새는 몸이 안 좋아져서 종이 주우려 다니지도 못해. 허리도 고장 나고, 심장병이야 오래됐지. 그래도 우양에서 주는 쌀로 먹고는 살 수 있어. 다른 취미가 없으니 집에만 있어야 하잖아. 남들은 장기도 두고, 바둑도 두고 그러는데, 나는 그런 걸 하나도 안 배웠어. 여기 텃밭일이야 힘이 아니라 요령으로 하는 거잖아. 젊은사람들이 하기엔 힘들어도 오히려 나는 쉽게 하지.”

 

 

오삼득 할아버지는 젊어서부터 힘쓰는 일을 하셨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맨손으로 판 터널로 영동선 기찻길이 뚫렸고, 인근 광산에서도 오래 있었다. 빈 땅에서 농사일도 십년쯤하고, 서울근처에 와서는 목장을 했다. 나이가 더 들어서는 고물상도 했다. 한평생 무거운 짐을 나른 셈이다.

 

돈복이 없었나봐. 하는 일마다 잘 안되더라고. 젊어서 꿈이 농사한번 크~, 속편하게 지어보는 거였지. 지금 그래서 우양 옥상에도 올라와보고 그러나봐. 이렇게 작물 키워놓으면 동네 할머니들이 와서 재미삼아 따기도 하고, 먹고 그런다고 하더라고. 가끔 할머니들이 와서 밭을 망쳐놓고 가면 속상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이해해야지, 그런 소일거리라도 있어야지 노인들이.”

 

그는 옥상텃밭의 시작부터 함께였다. 텃밭에 심을 작물을 선택하는 데부터, 텃밭을 처음 가꾸는 청년 자원봉사자들의 교육도 할아버지 몫이다. “우양에서 도움을 받고 산지 10년이 넘었는데, 내가 더 늙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 벌써 몸이 많이 힘들어서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데, 여기 밭일이야, 내가 동네 사니까 한 번씩 들여다보는 정돈데, 도움이 될란가 모르겠네.”

 

 

나한테 쌀 가져다주는 사람은 이 동네 전파사 하는 사람이야. 동네에서 좋은 일도 많이 하고 그래. 사업은 크게 하지 않지만, 동네에 망가진 물건 보이면 고쳐주고 이러더라고. 좋은 사람이지. 우리 아들 키울 때도 저런 좋은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었는데. 우리식구들은 이제껏 살면서 경찰서한번 가본 적 없다니까. 근데 요새는 착하게 살아가지고는 밥도 못 먹고산다고 하더라고. 남들 속이고 산 사람들은 부자 되고 그렇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움도 있고...”

 

여느 노인들 이야기의 끝은 자식이야기다. 초등학교시절부터 시작해 자식 키워온 이야기를 늘어놓으신다. 들어보면 착하고 귀여운 꼬마이야긴데, 실제로 지금은 중년의 나이가 되었을 아들의 모습이다. 그래도 자신이 생각하는 바른 길로 일생을 걸어오고, 자신이 살아온 정직한 방법으로 자식을 키워낸 할아버지는 분명 닮고싶은 청년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