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먹거리문제의 대안적문화를 꿈꾸다

 

27살이 되면서 그녀가 새로 얻은 직함은 ‘이사장’이다. 이 타이틀로 벌써 수차례 인터뷰를 했다. 잡지나 신문은 물론이고 티비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그녀는 요즘 ‘대세’다.

 

대학동아리에서 협동조합으로

그녀가 이사장으로 있는 씨앗들협동조합(이하 ‘씨앗들’)은 얼마 전 ‘5회 레알텃밭학교’를 개강했다. 신규조합원들도 여럿이 생겼고 마포구에 있는 성미산학교 학생들도 농사짓기에 참여하고 있다. 왜 이렇게 주목을 받게 되었을까 물으니 타이밍이 잘 맞았단다. “서울시에서 도시농업을 권장하고 있고 협동조합도 붐처럼 늘어나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청년들이 모이는 모임이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요”

도시농업, 협동조합, 청년 등의 핫한 아이템으로 단숨에 이슈가 된 듯 보이지만 ‘씨앗들’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단체는 아니다. 2010년 대학교 안 버려진 땅을 텃밭으로 가꾸고자 하는 학생들이 모여 대학텃밭네트워크‘씨앗뿌리는사람들’을 만들었다. 그 후 대학텃밭을 보급하고 ‘레알텃밭학교’를 운영하면서 4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

‘씨앗뿌리는사람들’의 주요멤버로 참여하던 윤지 씨와 몇몇의 친구들은 2013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농사는 이미 그들에게 큰 생활감으로 자리했다. 대학졸업과 동시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기엔 아쉬움이 컸다. “협동조합에 대한 제안을 처음 했을 때 친구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었어요. 이전에 책 모임을 하면서 협동조합이 우리사회의 좋은 대안이 될 거라고 나눈 적이 있었어요. 격 없이 가능한 모든 사람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우리 모임과 잘 어울릴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렇게 2012년 12월 ‘씨앗들’이 탄생했다.

 

 

서구화된 먹거리문화의 대안을 찾다

윤지 씨는 서구화된 먹거리문화의 대안책으로 도시농업을 시작했다. 그녀는 비건(Vegen : 완전한 채식주의, 모든 동물성제품을 사용하거나 섭취하지 않는 채식주의자)은 아니지만 육류섭취를 최대한 삼가는 채식주의자이다. 그녀가 처음 채식을 시작한 2010년은 우리사회에서 채식이 훨씬 낯설었다. 육류섭취를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다른 이의 눈에 까다로운 모습으로 비춰지기 일쑤였다. “어느 식당을 가던지 온전히 채식을 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한식은 원래 채식위주의 식단이잖아요. 서양의 식문화가 우리 사회에 깊숙이 들어온 후로 고기가 빠지면 왠지 식단이 허전하게 느껴지는 거죠.” 이렇게 고군분투하던 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을 만났다. 그리고 함께 농사짓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친환경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많다. 채식을 하는 이유도 친환경적이지 못한 도축시스템을 반대하는 의미가 크다. 농사는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텀블러 사용이나 음식물남기지 않기 등도 윤지 씨가 중요하게 여기는 실천 중 하나이다. “‘씨앗들’조합원 중에서는 단순히 농사에 대한 호기심으로 조합에 합류하는 이들도 많아요. 이런 친구들과 농사와 친환경적인 생각을 나눌 때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요. 저희는 매해 농촌으로 엠티를 가는데요. 그때마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려고 수저하나까지 다 챙겨다가보니 짐은 어마어마해져요.”

“채식나 농사 그리고 다른 환경운동은 혼자였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힘이 되요.” 윤지 씨는 ‘씨앗들’이 만나서 함께 농사를 지을 뿐 아니라 공동체를 이룰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그 공동체에서 오늘날의 환경과 먹거리 문제의 대안적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 끊임없이 탐구하다

3월이 되면서 윤지 씨는 대학원생이 되었다. 평소부터 관심 있었던 미학을 공부한다.

“학교에서는 주로 그림이나 조각 등의 예술작품을 보고 공부하지만 저는 그 어떤 예술품보다 자연 그 자체가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농사를 짓다보면 금방 뒤집어준 흙이나 새싹이 때론 죽어가는 풀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니까요. 생태미학이 아직 확실히 자리 잡힌 분야는 아니지만 앞으로 연구해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삶과 학문에서 끊임없이 자연을 고민하는 그녀가 건강해보였다.

시멘트 건물로 꽉 찬 대도시의 삶에서 작은 텃밭을 소중히 여기는 그녀다. 이젠 만들어진 아름다움이 가득한 이 사회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탐구하고자하는 그녀를 열렬히 응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