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는 청년들의 좌충우돌 농사이야기 ②] 텃밭 청년들, 인디어워드에 초청되다


평범한 어느 오후. 고요하던 사무실에 팩스가 하나 도착했습니다. 그것은 마포구 사회복지협의회로부터 온 초대장이었습니다. 이번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2012년 7월 인디어워드에 문화소외 계층 및 자원봉사자들을 초청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들뜬 마음으로 초보텃밭지기인 필자는 텃밭 청년들에게 연락을 시작했고, 모두들 그날을 기다렸다는 듯 흔쾌히 참석하겠다고 했습니다. 청년들의 뜨거운 반응을 본 필자는 얼마 전 '지산 벨리 록 페스티발'에서 만난 김창완님이 무대 위에서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여러분 록(Rock)이 뭔지 아세요? 록은 푸른 자연입니다. 그리고 사랑입니다!" 그 말이 맞다면 텃밭 청년들은 이미 록 스피릿으로 무장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아 텃밭 청년들이 누구냐고요? 우양과 함께 텃밭을 가꾸고 있는 평범한 대학생들입니다. 그들은 학교 내에 작은 텃밭을 가꾸고 있고, 수확물을 지역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나누고 있는 청년들이랍니다. 평범한 대학생들이 이 먼지 가득한 도시 안에서 텃밭을 가꾸다니, 그리고 나눔도 실천하고 있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물론 그들의 텃밭 가꾸기란 시작부터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농기구도 없이 밥숟가락 하나로 밭을 갈아엎었답니다. 그것뿐인가요. 학교 측에서 텃밭 부지를 허가해주지 않아 버려진 공사판 귀퉁이에 씨감자를 심기도 했고, 사람들이 잘 지나다니지도 않는 황무지를 갈아엎어 해바라기를 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봄, 무섭게 이어지던 가뭄 덕분에 청년들은 바가지에 물을 담아 밭이 있던 언덕을 오르기도 했답니다. 누군가는 무심했고 심지어 반대하던 황무지엔 지금은 초록이 우거지고, 그곳에서 나온 작은 감자들과 싱싱한 열무는 소외된 이웃에게 나눠졌답니다.

 

 

즐거웠던 인디어워드, 그리고 휴식

 

손승연님의 공연을 시작으로 데이브레이크의 앵콜 공연에 이르기까지 멋진 밴드들의 노래들은 텃밭 청년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답니다. 텃밭 청년들과 흥에 겨운 춤사위부터 함성까지 함께 외칠 수 있어 매우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에 쌓아놨던 스트레스를 한 번에 풀어버릴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아 필자의 기분도 매우 뿌듯했답니다. 텃밭 하나로 똘똘 뭉친 그들은 열심히 놀기도 잘하는 열정어린 친구들임에 틀림없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학생으로서 한창 고민이 많은 그들에게 텃밭은 록 음악처럼 때론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쉼을 제공해 주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재미있으니까, 즐기면서 하고 있다던 어떤 텃밭 청년의 말처럼 텃밭을 가꾸는 일엔 복잡한 이유라든가 커다란 이상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먼지가 뒤덮인 척박한 도시에서 푸른 감자줄기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의 풍경을 누릴 수 있는 거니까요. 지칠만한 상황에서도 애지중지 하듯 가꾸는 그들의 모습에서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답니다.

 

 

그들의 텃밭은 여전히 볼품없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청년들이 모여들어와 시끌벅적 좌충우돌 텃밭 가꾸기 모임터가 되곤 한답니다. 그리고 그곳에선 지금도 푸른 열매들이 자라나고 있고, 그 열매들은 지역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웃음을 나눠 줄 예정이지요. 텃밭 청년들은 이번 가을학기부터 진행될 텃밭학교를 준비 중에 있는데요. 모쪼록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도시에서 푸른 자연을 경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텃밭'과 '나눔'은 지친 이들을 생기가 넘치는 사람들로 만들어 준답니다. 바로 텃밭 청년들처럼 말입니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휴식이 필요하신가요? 푸른빛이 감도는 텃밭으로 놀러오세요. 같이 밭도 가꾸고 시원한 막걸리도 나누는 유쾌한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네요. 초보농사꾼들은 언제나 새로운 이들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