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가 잘 어울리는 기업인의 느낌이 물씬 났다. 왕년에 무전으로 세계를 여행하던 그는 이제 명동 한복판의 카페에서 진한 커피를 마시며 사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런 모습이 무척이나 잘 어울려 도리어 낯설었다.

 

그는 현재 한국갭이어 대표이사 안시준(29)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수년전만 해도 무전여행으로 5대륙 36개국을 돌던 무모하고도 당찬 청년이었다. 무전으로 세계를 떠돌던 그때는 그날의 끼니와 잠자리가 늘 걱정이었다. 먹고 자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밑바닥에서 몸으로 세상을 익혔다. 낯선 땅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에 스며들기 원했다. 이렇게 세상을 배우면 이후 자신이 어떤 길을 선택하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세상은 넓었다. 그리고 그는 1년4개월 만에 무사히 귀국했다. 그는 발바닥에 생긴 굳은살만큼이나 더 단단해졌고 선명하게 꿈꾸는 사람이 되었다.

 

 

 

성인이 되기 위한 습관


장기간 여행을 하면서 그는 자신의 꿈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꿈꾸는 습관이 생겼다. 이것을 ‘성인이 되기 위한 습관’이라고 말한다. “여행을 하면서 세계의 많은 청년들을 만나보았는데 그 친구들은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해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더라고요.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꿈을 꾸게 하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 시급하게 필요한 일이예요” 그는 사회의 문제를 기업의 형태로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기업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가 사회적기업 창업을 결정하였을때 가장 먼저 떠오른 아이템이 이것이다. <청춘, 젊음을 꿈꾸게 하다>, 현재 그가 대표로 있는 사회적기업 한국갭이어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요즘 대학생들은 평균적으로 여자는 5~6년, 남자는 7~8년이 걸려서 졸업을 한데요. 막상 졸업을 하려고 보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자꾸만 졸업을 미루는 거죠. 그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휴학을 하고 의미없는 스펙에 매달리죠.”
그래서 그는 한국에도 갭이어(Gap year)문화가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갭이어'란 잠시 학업을 중단하고 창조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봉사, 여행, 교육, 인턴, 창업 등의 활동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통해 향후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을 말한다.) 갭이어를 가지기 가장 좋은 시간은 17~20세로 대학에 입학하기 전이다. “대학 시절은 청소년이 성인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시간이예요. 그 동안 자신의 꿈과 관계없이 비싼 학비와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사람이 다 다른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대기업이나 공무원이라는 다 똑같은 꿈을 가질 수 있나요. 이건 분명 자신을 알지 못해서 생기는 결과예요.”

 

 

20살, 자신의 꿈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나이


한국갭이어는 학업에만 매달리던 이전의 삶과는 다른 형태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도나 부산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기, 싱가폴의 애견트레이닝 스쿨체험, 아프리카 케냐 마을공동체 봉사활동 등이 그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흘러가는 대로의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거예요. 그러다보면 지금처럼 모든 사람이 명문대와 대기업에 목숨 걸 듯이 살진 않을 테니까요.” 이렇게 말하는 그는 소위 말하는 명문대 출신이다. 그러나 남들 다가는 대기업에 입사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들도 있어요. 그런데 일년이 안 되서 뛰쳐나오는 친구들이 적지 않아요. 누구에게나 대기업이 해답은 아닌거예요.”

 

한국의 교육문화는 분명 특별하다. 유아 조기교육부터 시작해서 고등교육까지 쉬지 않고 달리는 시스템이다. 잠시 멈춘다는 것은 뒤쳐진다는 것과 동일하게 여겨진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부모님의 뜻대로 혹은 남들이 하는 대로 살아가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거예요. 저는 갭이어가 우리 사회의 문화로 자리잡았으면 해요. 청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대다수의 국민이 생각하는 거죠.” 20살은 누구나 대학을 가야하는 나이가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나이가 되는 것, 이것이 그가 이야기하는 갭이어 문화이다.

 

 

 

 

 

꿈꾸는 당신을 한국갭이어가 응원합니다


시준씨를 비롯한 한국갭이어의 직원들은 사무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국내외로 한국의 청년들이 경험할 수 있는 알찬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쉬지 않고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 4월부터는 국내 갭이어프로그램을 전면 무료화 하였다. “회사 내부에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지만 단기간의 수익보다는 더 많은 청년들이 갭이어를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이 났어요. 이런 뜻을 따라 주는 직원들에게도 참 고마운 일이죠.” 


세상에서 배운 것이 많기에 그 소중한 경험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그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꿈꾸고 또 다른 이들이 꿈꿀 수 있도록 돕는 그는 언제나 청년이다. 지치지 않는 청년 안시준씨가 믿는 대로 꿈꾸는 사람 그가 바로 청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