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 =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이런 기회가 아니면 새터민 청년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 새로운 친구들이 생기니 설레고 즐거워요”

정병훈(28, 학생)씨는 친구와 선배후 사이에서 ‘정반장’으로 불린다. 누군가 어려움이 생겨 부탁할 경우 손발을 걷어 붙이고 도와주기 때문이다. 혹시 자신이 도와줄 수 없는 문제일 경우에는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사람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병훈씨 주위엔 늘 사람들이 많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그것이 병훈씨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이다. 그런 그가 올해는 탈북청년들과 함께하는 우양재단 <통일축구리그>의 자원봉사팀장을 맡았다.

그가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이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카투사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친것은 분명하다. “영어를 잘 못하는 제가 꽤나 답답했을 꺼예요. 그래서 군에 입대하고 일년 간은 여러가지로 고생했어요. 그때 미군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특히 룸메이트가 절 많이 챙겨줬어요.” 까칠하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할 것 같던 미군친구들은 한국의 친구들만큼이나 스스럼없이 다가왔고 금세 친구가 되었다. 주말이면 함께 전국 방방곳곳을 여행했다. 월급이 적었던 병훈씨를 배려하여 주로 밥값을 계산하는 것도 미군친구들이었다. 이 시절을 지내면서 사람에 대한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다.

 

여행하고 만나고 마음을 나누다

2년간 미군들과 생활하다보니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해외에 나가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제대 후 병훈씨는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다. 호주에 도착하자마자 바리스타 공부를 한 그는 바리스타로 커피숍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6개월동안 받은 월급을 모아 꿈에 그리던 캠핑카를 한 대 살 수 있었다. “20살에도 한 달간 호주여행을 했어요. 그때 캠핑카를 타고 여행하는 다른 청년들을 보고 완전 반했어요. 그리고 캠핑카로 여행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그는 캠핑카를 타고 4개월 동안 호주 전역을 돌았다. 그리고 캠핑카를 판돈으로 2개월 동안 동남아여행을 했다. “처음부터 도시를 여행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유명한 관광지 보다는 작은 마을을 돌며 여행하다보니 잠시 지나가는 여행자에게도 마음을 나누어 주는 여유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렇게 반년동안 여한 없이 여행을 한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제일 좋아하는 건 축구

작년 연말, 병훈씨는 친구를 따라 우연히 우양재단 송년모임에 참석했다. 밥이나 한끼먹는 가벼운 자리라 하기에 동행했지만 다른 마음은 없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바꾸어 놓은 건 그날 함께 했던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금모인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확신이 들자 병훈씨는 이들과 함께 하고자 마음먹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 후 <통일축구리그>의 자원봉사팀장을 맡게 된 것은 축구라는 공통분모가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리그가 시작되는 3월이 되기 전부터 우양재단의 실무자와 함께 대회 규정을 만들고 봉사팀을 꾸렸다. 준비하는 과정부터 신나고 즐거웠다. 병훈씨는 어려서부터 축구를 좋아했다. 체육과 진학을 두고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가장 좋아 하는 건 축구였다. 축구선수가 되는 것도 좋았겠지만 지금은 FIFA(국제축구연맹)에 들어가는 것이 꿈이다. FIFA에서 사용하는 공용어가 불어라는 것을 알고 거침없이 부전공으로 불어를 택했다.

“얼마 전 학교 선배가 유럽FIFA에서 일을 하게 되었어요. 그 선배를 보니 제가 꾸는 꿈도 꿈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최종적으로는 FIFA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우선은 대한축구협회에서 활동하고 싶다.“이젠 한국선수가 외국리그로 진출하는 일도 잦아졌잖아요. 행정적으로 그것을 지원해 줄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포츠외교가 이런 것 아닐까요.”

운동을 하고 수업을 듣고 졸업 전 불어자격증을 준비하느냐 병훈씨는 요즘 바쁘다. 꽃이 핀지 한참이지만 늘 도서관과 강의실만 오가느냐 제대로 꽃구경 할 시간도 없었다. 그런 병훈씨가 큰맘을 먹고 학교 여기저기를 안내해 주었다. 봄날 캠퍼스에는 청춘들이 가득했다. 저마다 자기 색을 자랑하는 봄꽃도 보기 좋게 피었으나 역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