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환원이요?
“머릿속에서 맴도는 것을 몸으로 실천하는 거 아닐까요?”
“남보다 조금 더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는 겁니다.”
“나를 나 되게, 그리고 우리가 되게 하는 것.”
“자신의 삶의 결과물만 나누는 게 아니라 그 삶 자체를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온 6월의 첫 토요일 아침. 반듯한 정장차림의 청년들이 속속 우양빌딩으로 모여듭니다. 우양배움터에 들어온 이들은 저마다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준비해온 원고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긴장이 되는지 자리에 앉지 못하고 복도를 거닐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이도 보입니다. 사회환원 청년장학생 선발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앞둔 청년들의 모습입니다.
전혀 새로운 장학생 선발!
그런데, 이들의 얼굴에 어딘가 자유로움이 묻어있습니다. 긴장된 표정 뒤에는 맑은 웃음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취업 면접장 앞에서나 느낄법한 결연한 의지보다는, 경쟁자들 사이의 즐거운 인사소리가 두드러집니다. 오늘의 면접은 조금 다른 경쟁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좋은 성적이나 스펙을 자랑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이 사회에 이바지할 것인지 대한 ‘꿈’을 발표하는 자리에선 성적이나 스펙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사회환원 청년장학생’은 우양재단의 특별한 지원프로그램입니다. 사회환원 의식을 가지고 세상에 나눔을 실천하는 대학생을 선발해 학업지원금을 지원합니다. 과거의 사회환원 활동 경험과 앞으로의 사회환원 비전이 심사의 기준입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사회환원은 단순한 봉사활동 시간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의 구성원에게 도움이 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합니다.
이날 면접에는 서류심사를 통과한 총 18명의 대학생들이 프레젠테이션 경연을 펼쳤습니다. 서울은 물론 부산, 대구, 대전 등 전국에서 개성 있는 청년들이 모였습니다. 전공도 다양합니다. 영문과, 경제학과, 토목학과, 경영학과. 그중에 수의학과가 눈에 띕니다. 수의사가 하는 사회환원은 어떤 것일지 기대가 됩니다. 슬쩍 지원서류를 들여다보니,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학생들 사이에 탈북출신 대학생들이 섞여 있습니다. 쉽지 않은 남한정착 과정 가운데서도 나눔을 생각하는 이들이 참 대견해보입니다.
우리는 앞만 보고 가지 않습니다
본격적으로 프레젠테이션 경연이 시작합니다. A조의 첫 주자는 경북대학교 부총학생회장 출신인 권승일 씨입니다. 당시 총학생회장은 쌍둥이 형이었다고 하니, 흥미로운 형제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권승일 씨는 학업과 학생회활동 등으로 바쁜 와중에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무료로 학업지도를 해왔다고 합니다. 3년째 무료과외를 해온 것이 주변에 알려져 지역신문에 얼굴을 내밀었던 사진을 자랑스럽게 심사위원들에게 보입니다.
대학교 내 봉사활동 동아리를 만들어 농촌봉사활동, 장애인 보육원 방문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지난겨울 ‘산타복장’을 하고 저소득층 아이들을 방문했던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권 씨가 정말 이시대의 닮고 싶은 청년 중에 하나로 보여 졌습니다.
풍부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면접 참가자도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이선주 씨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 환경재료과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 씨는 적정기술을 공부하며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에 시선이 옮겨진 경우입니다.
※적정기술은 큰 자본이 필요하지 않고 간단한 기술을 이용하는 것으로, 편리하고 화려한 신기술을 사용할 형편이 되지 않는 빈곤국가의 사람들을 위해 연구하는 기술을 뜻합니다.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과 값없이 얻은 내 기회를 공유하는 것
이 씨는 아프리카에서 더러운 물을 깨끗하게 만들어 질병을 예방하는 조그마한 ‘빨대’(라이프 스트로)를 본 후 인생의 진로를 정했습니다. 그 즉시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시작했고, 사회적 기업 콘테스트 등 다양한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그가 개발한 ‘제3세계를 위한 전력이 필요 없는 냉장고’는 실용화시키지 못했지만 좋은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최근 만든 ‘노숙자를 위한 방한복’은 따뜻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이 씨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뽁뽁이’(완충용 에어캡)와 열선을 이용해 겨울외투를 만들어냈습니다. 게다가 재료비는 몇 천원에 불과했습니다. 상용화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이렇게 훈훈한 아이디어를 내고, 실제 만들어내는 추진력을 가진 이런 청년을 어디서 또 볼 수 있을까요?
B조의 김남백 씨도 심사위원들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언젠가 공익·인권변호사가 되어 소외된 이웃의 편에 서겠다는 당찬 꿈은,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보면서 자연히 믿음이 생깁니다. 그는 학교 공식 봉사단체의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사회를 조금씩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꿈을 꾸었습니다.
배워서 남주자!
우연히 방문한 네팔에서 시작한 학습지도는 한국에서도 이어졌고, 상대적으로 학습의 기회가 부족한 시골마을을 찾았습니다. 학생들에게 가르친 것보다는 깨달은 것들이 더 많았습니다. 안타까움을 가지고 봉사활동을 하던 그의 마음에 든 생각은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입니다. 여러 사회환원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입신양명만을 위한 삶을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이 담겨있었습니다.
김 씨는 이제 최고의 직업은, 남을 위한 행위. 즉 사회환원을 직접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익변호사가 되는 길을 걸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학생을 응원한다면 우리사회가 조금이라도 밝아지지 않겠습니까?
우양 사회환원청년장학생 선발에 특이점은 하나 더 있습니다. 면접 참가학생들이 또 다른 학생들의 프레젠테이션 평가의 참여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보니 면접현장은 경쟁보다는 다른 사람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습득하는 장소로 변모합니다. 쉬는 시간에는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며, 같은 길을 가는 친구를 사귀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발표를 준비하는 누군가의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잡아준다던지, 서로의 발표에 큰 박수로 환호하는 모습을 다른 어떤 장학생 선발 현장에서 볼 수 있을까요. 다 같이 즐겁고, 모두 함께 잘사는 사회가 온다면 바로 이 청년들의 땀과 노력 때문이지 않을까요.
참가자 여러분들의 모든 사회환원 꿈을 우양이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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