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행복 나들이 현장 스케치 : 잠깐의 외출 기나긴 여운

 

심연(心緣)으로 피워올린 웃음꽃

 

 지난 5월 둘째주 토요일, 닮고 싶은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오늘은 북녘이 고향인 청년가정과 남녘이 고향인 자원활동가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나들이 가는 날입니다. 혈연보다 아름다운 ‘심연’ 프로그램의 연례 행사인데요. ‘심연’은 올해로 3년째를 맞고 있는 탈북청년가정 지원 사업입니다. 조금 다른 것은 지원가정이 남한의 청년 자원활동가와 마음의 연을 맺고 점진적으로 소통을 이루어간다는 것입니다. 

 올해 나들이는 예년에 비해 키가 부쩍 큰 아이들과 그사이 세상 빛을 본 아이들까지 합세하니 청년가정의 나들이 행렬이 균형을 이루었습니다. 주말 아침부터 부산하게 준비하여 버스로 도착한 곳은 남한 내 최북단 도시 파주입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벽초지 문화수목원으로 이동합니다. 푸를 , 풀 , 못 , 이름 그대로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수목원에 도착하니 꽉 막혔던 마음이 뚫리는 듯 합니다. 일정 소개를 하고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꽃과 나무들의 환대를 받으며 드넓은 잔디공원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자리를 잡고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는데, 처음이라 그런지 어색하기만 합니다. 자원활동가와 결연 중인 가정도 있지만 대부분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 낯선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용기내어 한마디 건네봅니다. 아이들은 금새 친해져 분위기를 돋구며 뛰어놀기에 여념이 없네요. OX 퀴즈를 통해 간단한 몸풀기를 하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투호가 시작됩니다. 조를 편성하여 상품을 내걸고 진지하게 게임에 임하는 모습. 생각보다 반응이 좋습니다. 호쾌한 웃음과 탄식,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투호 하나로 언제 그랬냐는 듯 어색함이 사라집니다.

 

 아이들은 어린이날을 맞아 나눠준 비누방울 장난감을 후후 불어봅니다. 아직 몸을 가누기 힘든 아이들은 자원활동가 언니들이 챙겨줍니다. 밖에 나오니 이런 저런 할 얘기들이 많습니다. 대학생들은 학업이야기, 육아에 지친 어머니들은 또 저마다의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수목원을 한바퀴 돌며, 우리네 삶도 이렇게 잘 꾸며진 정원과 호수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북녘이 고향인 사람들은 남한에 오면서부터, 남녘이 고향인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이곳에서의 끝없는 ‘정착’이 시작됩니다. 과제는 동일합니다. 우리의 아이, 동생, 형들도 예외는 아니겠지요. 그러나 그 과정이 외롭지 않은 이유는 가는 길목마다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이웃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가가지 않으면 남, 말한마디 거는 순간 친구가 됩니다. 아이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던 하루.

나들이에 함께 했던 분들의 다채로웠던 미소세트, 언제 또 볼 수 있을까요? 서로의 아쉬움 속에 연락처를 교환하는 한편, 나들이 횟수를 늘려달라는 청도 주셨습니다. 내년에는 더 즐겁고 웃음꽃 만발한 나들이를 만들어보겠습니다. 행복 나들이, 제목 그대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 이 의미있는 사업에 대한 여러분들의 참여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후원이든 자원활동이든 그 조그만 관심이 관용이라는 우리사회의 파이를 확장시켜 나갈 것임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