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상반기 자원활동가 모임 현장

 

편견, 그 치열함과 마주하다

 

우리의 사고 속에 스리슬쩍 들어와 자리잡고 있는 도그마와 편견의 깊이는 얼마나 될까요? 오늘은 탈북청년과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는 청년자원활동가들이 정기모임을 갖는 날입니다. 특별히 다큐멘터리 ‘거짓우화’의 오영필 감독님을 초대하여 상영회를 갖고 내안의 편견깨기에 나섰습니다. 타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에는 부단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오늘 보았던 다큐멘터리도 그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준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거짓우화’는 심연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남한 청년들에게 '진실우화'가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거짓우화'는 나는 과연 그에게 이웃이 되어 줄 수 있는가! 라는 문제제기를 담고 있습니다. 오영필 감독님은 논픽션(non-fiction)임을 강조하며 탈북청년을 만나고 있는 청년활동가들에게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합니다. 작품 상의 그는 ‘탈북자들의 외국 영사관 진입’이라는 특정한 사건의 취재자이면서 동시에 그로 파생된 “기획망명의 내부고발”이라는 새로운 사건의 당사자로서의 모순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작품을 통해 윤리적 딜레마에 빠져버린 한 인간의 자기반성에 이르는 과정과 강도만난 이웃을 외면한 부끄러운 본인의 과거를 고백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실제 2001년 12월 탈북자들이 국경을 넘는 과정을 취재하다 내몽고 국경지대에서 공안에 체포되어 3개월 감옥생활 이후 2002년 3월에 석방되었다가 이듬해 2003년 3월 중국 광저우에서 탈북자들의 외국공관 진입을 촬영하다가 공안에 다시 체포되어 17개월 간 감옥생활 이후 무죄 석방된 경험이 있으신대요. 60분간의 다큐멘터리에 그간의 과정과 고민을 담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보입니다. 다소 어려운 듯 하지만 이웃을 대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어서인지, 청년활동가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합니다.

 

 

다큐멘터리 상영이 종료되고 토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기획탈북(망명)이 무엇인지, 그것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그리고 탈북사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고착된 인식에 대해, 처음에 잠잠하던 청년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열띠게 토론을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분단국에서 태어난 청년들이 그에 따라 파생된 이슈들에 선한 열의를 갖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탈북청년들을 만나면 타자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성숙해짐을 정기모임에 나온 청년들은 알고 있습니다. 탈북청년들은 낯선 사회에서도 청년활동가와 같은 또래들이 내민 손을 잡고 우정과 신뢰로 하나가 됨으로써, 양자는 서로를 치유하며 서로에게 감사해 합니다. 그것이 심연이 지향하는 조화로운 사회입니다.

 

 

토론이 끝나고 분단국의 아픔을 나누는 의미로 통일염원을 담아 메세지도 적었습니다. 이 메세지들은 6월 25일 앞서 통일된 독일 현지에서 퍼포먼스를 통해 전달될 예정입니다. 이어 '심연'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느끼는 소회를 나눠봅니다. 심연은 뭘까 라는 질문에 다양한 답들이 쏟아집니다. 심연 자원활동가 팀장을 맡고 있는 김영현 씨(동국대)는 ‘심연은 친구다’라고 합니다. 멀리 수원에서 서울까지를 마다하지 않고 1년 4개월째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장은지 씨(농촌진흥청)도 한마디 거듭니다. “심연은 발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맞춰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심연은 ‘자연스러움’이다, ‘성장’이다 등 주옥같은 답변들이 상반기 자원활동가 모임의 마지막을 수놓았습니다.

 다큐멘터리 상영 중에 특수효과로 자막 한 줄이 흘러갔습니다. “다른 한쪽의 눈을 뜨고 싶다.” 오늘 우리는 은연 중에 키워왔던 편견으로 감긴 다른 한쪽 눈을 보았습니다. 감긴 눈을 뜨기 위해 요구되었던 오늘의 치열함은 앞으로도 우릴 괴롭힐지 모릅니다. 어쩌면 기념사진 때 펼쳐보인 손가락 두 개 L(ove, 사랑)이 정답은 아닐까요?

 

지금까지 열기가득한 상반기 심연 자원활동가 모임 현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