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필리핀의 마닐라 근교의 나보타스. 행정구역으로는 시 (city)이지만, 전형적인 도시빈민들이 모여있는 지역입니다. 크지는 않은 지역이지만, 아주 많은 사람들이 다닥다닥 모여 삽니다. 금방 쓰러질 것 같이 허술하게 지어진 집들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살다보니 이층 구조입니다. 과연 이 집들과 이곳 사람들의 삶이 안전할까요?

 

어쩌면 안전이나 미래에의 희망이라는 말이 한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사실상 많은 곳에서 사람들은 그냥 운명 앞에 맨몸으로 던져져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설령 오늘은 먹을 것이 있다 한들, 내일 또 먹을 것이 있을까? 혹시 태풍이라도 오면 이 허술한 집이 그대로 있을까? 대답하기 쉽지 않은 이 질문들...

 

 

필리핀의 나보타스 사람들도 이 질문에 온몸으로 대답해야 하는 일을 작년에 겪었습니다. 작년 몰아친 태풍으로, 그나마 이들이 몸담고 살던 해상 빈민촌의 많은 부분들이 글자 그대로 바람과 함께 사라진 것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찍은 사진 속의 사람들은 미소짓고 있습니다. 그 지역에서 오래 봉사한 분의 말을 들으면, 한 가정에 열명 가까운 아이들이 태어나고 사고나 병으로 죽지 않은 아이 한둘이 없는 집이 없어 이야기 하다보면 눈물 흘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낯선 이들을 미소로 맞이합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 할 수 없는 미소 - 그에 힘을 더하기 위해, 저희 우양은 그 지역에서 오래 힘들게 사역하신 Tulay Foundation의 최은영 선생님과 함께 이 니보타스에 진정 도움이 되는 일을 꿈꾸고 있습니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하는 프로그램들이 사실상 빈곤과 절망을 떨치지 못하고 실패하는 예가 많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도 십수년을 일한 사회복지사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누군가를 어떤 지역을 돕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가끔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우양은 이 마을에 어떤 좋은 힘을 더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봅니다. 그리고,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미소로 저를 대해준 이 지역민들에 대한 존경을 담아, Tulay Foundation과 우양이 함께 만들려고 하는 일 그 이야기를 다음에는 쓰도록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