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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즐거운텃밭 아홉]나눔의 ‘씨앗들(씨앗들협동조합)’ 우양에 모이다
  2. [즐거운텃밭 여덟] 텃밭 청년, 나눔을 수확하다
  3. 우양, 월간비건을 만나다 2

 

 

씨앗들 협동조합 ‘레알텃밭학교’ 개강!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부터 숙련된 농사꾼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이해규간사입니다. 어느덧 2013년의 봄이 오려는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입니다. 이번 주 중에는 봄비가 내린다는 소식도 들려오네요. 학생들도 새학기를 맞이하여 아침부터 활기찬 요즘입니다. 우양에도 레알텃밭학교 개강소식을 듣고 반가운 청년들이  하나둘 모였는데요. 필자가 작년 한해 수강하며 여러 도움을 얻었던 레알텃밭학교가 우양에서 열린다니... 농사짓다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또 대학 캠퍼스에서만 열렸던 ‘레알텃밭학교’가 우양과 함께하며 같이 옥상텃밭을 가꾸기로 했는데요. 앞으로 우양의 옥상텃밭이 어떻게 변화될지 기대가 커집니다, 참, ‘레알텃밭학교가’가 무엇인지 소개가 늦었네요. 혹시 작년에 재배한 유기농 야채로 김치를 만들어 어르신들께 나눠드린 훈훈한 청년들을 기억하고 계신가요? 그 청년들이 매년 대학캠퍼스에서 열었던 도시농부학교가 바로 ‘레알텃밭학교’랍니다. 올해부터 조합을 결성하게 됨으로 새로운 ‘레알텃밭학교’로 거듭났으니 앞으로 더 즐겁고 풍성한 이야기들로 채워갈 예정입니다.

 

 

 

1교시 : 농사의 첫 시작은 텃밭설계!

 

 우양에 모인 ‘씨앗들’은 한해 농사 계획을 세웁니다. 이것도 저것도 심고 싶은 마음들이 모임터 곳곳에 퍼져 울렸습니다. 꼼꼼히 작물의 키, 재배기간 등을 고려하여 설계를 해보는데요. 모름지기 농사의 첫 시작은 텃밭설계를 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농사지을 토지의 상태를 고려하는 것입니다. 토양은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모래가 많을수록 사질토, 점토가 많을수록 점질토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 둘 다 섞여있지만 모래가 좀 더 많을 경우 사양토, 점토가 더 많을수록 양토라고 합니다. 감자와 당근같이 뿌리 작물일수록 사양토에서 더 잘 자라는 등 각 토질에 따라 잘 자라는 작물들이 각기 다르니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작물이 자라는 키에 따라 텃밭 설계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키가 큰 작물일수록 그림자가 길게 생겨 주변에 키가 작은 작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태양의 방향과 계절을 고려하여 설계를 해야합니다. ‘씨앗들’청년들이 머리를 한 곳에 모아 신중히 의논하며 여름텃밭을 기대하는 모습이 마치 풍년을 기도하는 농부의 모습과 비슷했답니다.

 

 

 

 

* 사진첨부자료(도시농부 올빼미의 텃밭가이드)

 

2교시 : 재활용품으로 모종포트 만들기!

 

 우양에 방문했던 ‘씨앗들’ 손의 종이컵, 다 먹은 요거트 통 등 다양한 재활용품들이 눈에 띄었는데요. 이런 일상생활에서 쓰고 남은 재활용품을 활용하여 모종포트를 만든다고 합니다. 특별히 이번엔 고추씨앗을 심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재활용 용기에 조그만 구멍을 뚫어 물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입니다. 그런 다음 신문지를 활용하여 바닥을 막고 흙을 채웁니다. 작은 고추 씨앗도 살포시 심어보았습니다. 모종포트를 만들 때 마다 느껴지는 뿌듯함이란.. 게다가 지구환경을 고려한 재활용품 모종포트라니. ‘씨앗들’ 정말 바람직한 청년들이 아닐 수 없네요. 개강을 기념하여 멋지게 한껏 기념사진도 촬영했답니다. 한 손 한 손 들려진 고추씨앗들이 모두들 아프지 말고 한해 무럭무럭 자라주었음 좋겠네요.

 

 

 

야외실습 : 옥상텃밭 퇴비주기!

 

 ‘씨앗들’이 우양의 옥상에 모인 날엔 필자가 마포구의 어르신들께 쌀과 잡곡을 나눠드리는 날이었는데요. 아침부터 정신이 없어 ‘씨앗들’을 반갑게 맞이해주지도 못했네요.ㅠㅠ(죄송해요~^^) 올해부턴 우양의 옥상텃밭을 ‘씨앗들’과 함께 협력해서 재배하기로 했는데요. 필자는 내심 무척 기대가 된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청년자원봉사 친구들과 열심히 가꿔보기도 했지만 텃밭선생님 오삼득 어르신께 많이 혼도 많이 났답니다. “해규야, 이것 좀 봐라, 이그이그 물을 좀 더 줬어야지. 다 죽어간다~!“하는 어르신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들려오는 듯 하는데요. 올해만큼은 ’씨앗들‘과 함께 멋드러진 텃밭을 가꿔 어르신께 자랑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습니다. 겨울동안 꽁꽁 얼어버린 상자의 흙들을 호미로 가는 ’씨앗들‘을 지켜보며 이제 정말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한해를 새롭게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 몇 년간 자연은 가뭄과 비 피해 등으로 자신의 무서움을 보여줬는데요. 그럴수록 밭을 정직하게 일구고 나눔을 실천하는 농부가 되어보길 마음에 담아보았답니다. ‘씨앗들’ 마음속에도 정직한 자연을 경작하며 풍성한 결실들을 수확하는 보람찬 한 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옥상에는 열무가 무르익었다. 고추는 신선한 붉은 빛을 띠며 초보 농사꾼의 맘을 설레게 하지만, 밭에 나가 일할 맛은 나지 않는다. 태풍이 올라오는데 밭에 나가 일하는 농사꾼을 본적이 있는가? 필자도 여느 농사꾼들처럼 이날만큼은 밭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밭일을 해야만 했다. 어르신들에게 고추와 열무를 나눠드리기로 약속한 시간이 이미 지나 버렸고, 한시 바삐 배추와 무를 파종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뿐이랴, 텃밭 청년들을 초청하여 같이 열무로 반찬삼아 저녁이나 거하게 먹어보자고 약속한 날이 태풍치던 바로 그날이었던 것이다. 필자는 그간 약간 바빴다. 하지만 농사의 세계에서는 바쁘다는 핑계 따위 통하지 않는다. 하늘을 원망하며 우비를 입고 밭에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미 각오했지만 늦여름의 태풍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우비는 입고 있었지만 비가 들이쳐 바지는 점차 젖기 시작했고 양말은 이미 축축해져 신발 벗기도 힘겨웠다. 필자는 어느 덧 신발 속의 땀과 비가 한껏 섞여 그리 좋지 않은 냄새를 풍길 거라는 두려움과 함께 무좀의 대한 더티(dirty)한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꾸준한 노력 끝에 최근에서야 무좀과의 인연을 끊었었지만, 이번 일로 다시 무좀이란 녀석이 평생 친구하자고 들러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수확을 하던 군에서 갓 제대한 풋풋한 청년이 말했다. “선생님 우비 입으면서까지 여기서 밭일할 줄은 몰랐는데요.” 나도 몰랐다. 날씨가 왜 이렇게 괴팍스러운지 모르겠다. 수확하려고 하면 태풍이 온다고 하고 날짜 미루면 왜 그리 하늘이 평온한지. 이렇게 된 마당 얼마 전 예비군에 합류한 풋풋한 청년과 신나게 열무를 뽑기로 했다.

 

 

 

우양은 봄, 여름의 밭농사를 마무리할 즈음 그동안 수고했던 텃밭 청년들을 옥상으로 초대하곤 했었다. 옥상의 작은 상자 속 얼마 남지 않은 열무와 고추는 이제 여름작물 수확을 마칠 젊은 농사꾼들에게 돌아갈 작은 보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옥상의 선선한 가을바람을 느끼며 열무로 저녁을 준비하는 것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싱싱한 열무를 두고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는 법. 텃밭 청년들을 데리고 옥상에서 내려와 우양의 오랜 친구인 어탕국수집으로 이동했다.

 

합정동에 위치한 어탕국수집은 사장님의 따스한 마음이 담긴 어탕으로 어르신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하지만, 매콤한 돼지 주물럭으로도 우양인들에게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텃밭청년들이 열무를 한손 가득 쥐고 매콤한 냄새로 가득한 어탕국수집을 찾았다. “이건, 사장님꺼고, 이거는 씻어서 쌈하고 같이 갖다주세요.”라고 말하고 열무 두 바구니를 주방에 털썩 내려놓았다.

 

 

그리곤 텃밭 청년들은 자리 앉아 TV를 켠다. 얼마 전 S방송국에서 촬영한 텃밭 청년들에 대한 내용이 시사 프로그램에 방송되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TV프로그램을 보며 서로 깔깔대기도 하고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TV에 눈을 때지 않는 텃밭청년들. 텃밭을 부지런히 가꾸며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직접 찾아가 작은 채소를 나눠드렸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나보다. 옆에서 같이 TV를 보시던 어탕국수 사장님이 흐뭇하게 웃으신다. 그 웃음이 텃밭 청년들의 해맑은 웃음과 닮았다. 어떤 시간, 어느 장소에서건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의 웃음. 그 기분 좋은 느낌. 아마 그게 서로 통했으리라.

 

본인들이 직접 수확한 싱싱한 열무와 푸짐한 돼지 주물럭을 저녁삼아 한자리에 모인 그들은 다시 시작될 한 학기를 기대한다. 새롭게 시작할 농부학교, 과제들과 약속들도 이야기한다. 더웠던 여름은 시원한 빗소리와 함께 떠나가고 있지만 그들의 마음만은 여전히 햋빛이 내리쬐는듯한 열정어린 마음은 여전하다. 그리고 우양은 항상 그들을 응원할 것이다.

 

 

이튿날 빗속에서 수확했던 열무와 고추를 어르신들께 나눠드렸다. 마치 생신맞이 하신냥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 그 장면을 놓치기 아까운 순간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살짝 사진기를 들고 어르신들 웃음을 찍어보았다. 나눔이란 이런 행복한 기분이 아닐까. 고생하고 수고한 것들을 이웃들과 나누며 느끼는 기쁘고 (무좀 걱정도 잊을 수 있을 만큼) 보람찬 기분 말이다. 이 글을 보는 이 동네, 저 동네 아줌마 아저씨, 처녀, 총각들, 막걸리라도 한잔 하면서 나눔이란 뿌듯한 녀석 한번 경작해볼 생각 없는지. 지치고 각박한 삶 속에서 텃밭의 여유와 나눔을 누려보길 소망한다. 필자가 우양의 옥상에서 항시 대기 중이니 언제든 연락 주길 바란다.

 

 

 

지난주 페이스북을 통해서 월간<비건>이라는 잡지를 소개해 드렸는데 기억하시나요?

채식+바른먹거리+착한 소비를 슬로건으로 하는 월간<비건>을 우양도 이번에 처음 알게됐어요.

우양 사무실이 있는 서교동 근처에 있다 최근 상암동을 이사갔다는데...뭐 그래도 이웃 주민이라 할 수 있겠죠?

 

이래저래 지나다니다 우양 1층 배움터 텃밭 포스터 [천원봉투]를 보고, 이 기관 뭔가 심상치 않다 싶어 연락하셨다는 김혜윰 기자님. 전화로 몇번 통화하다 우양 즐거운 텃밭을 취재하러 지난주에 다녀가셨답니다.  

그리고 오늘. 월간<비건> 7월 호에 우양 즐거운 텃밭 기사가 실렸어요. [키움과 나눔으로 기쁨 두 배, 웰컴 투 우양 텃밭] 이란 멋진 제목으로!

 

▲ 왼쪽 부터 토종 농사꾼 장완영 주임, 초보 농사꾼 이해규 간사, 월간비건 김혜윰 기자  

 

 

이날 인터뷰에 함께한 돌봄팀 완영주임과 해규간사는 인터뷰가 끝나고 월간<비건> 김혜윰 기자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는데요. 역시 예쁜게 진리인가 봅니다! 암튼 그 날 이후로 잡지가 언제나오냐며 눈이 빠지게 기다렸는데요. 오늘 김혜윰 기자님이 지나가는 길에 직접 들려 잡지를 전해주셨어요. 과월호도 함께요. 다섯권이나 손에 집에 들었는데 응? 이거 가볍잖아? 종이가 재생지인가 봅니다. 표백되지 않은 종이 냄새도 좋고요. 월간<비건> 마구마구 좋아지려고 하는데요. 

 

 

잡지를 슬쩍 열어봤어요. 아, 사진도 상큼하게 잘 나왔네요. 기사는 재미있기까지. 올해 심한 가뭄으로 맘 고생 많았던 우양의 두 농사꾼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집니다. 직원들도 잡지를 돌려보며 읽었어요. 웬지 월간<비건> 정기구독 해야 할 기세.

월간<비건> 블로그에 http://blog.naver.com/monthlybegun 가시면 더 많은 내용이 있으니 참고들하세요!

 

▲ 조금 전에 옥상 텃밭에서 따온 호박 입니다. 잘 익었죠? 어르신께 전달해 드리기전에 사진 찍었어요.

 

 

월간비건은 단돈 5,000원에 동네 서점에서 만나 보실 수 있답니다. 자자 주저하지 마시고 한번 구입해 보세요. 뭔가 읽을거리가 많아보이네요. 착한 지구인들의 A to Z 월간 <비건> 슥슥 잘도 읽힐 것 같은데요.

뭐. 이 잡지가 모두에게 채식을 권하는 것은 아닐겁니다. 채식을 통해서 얻은 건강과 삶의 여유 그리고 조금은 다른 삶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 듯한데요.

 

뭐, 최근 삶이 무기력하다고 느끼신다면. 뭔가 다른 변화를 경험하고 싶으시다면. 지난친 육식으로 체중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셨다면. 비염이나 기타 질병으로 힘들어하고 있으시다면 하루 정도 정해서 나만의 ' 밋 프리 데이 (Meat free day)' 를 만들어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여러분의 밋 프리 데이는 무슨 요일인가요? 

 

자, 그럼 저희는 호박 전해드리러 나가야겠네요. 가뭄속에서 자란 저 놈이 우리 어르신들의 밥상을 풍성하게 할 걸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