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에 해당되는 글 43건

  1. 한 달에 한번 어르신 머리 깍는 날. "오늘이 꼭 내 생일같네. 그려~"
  2. Shall We Dance~ 리턴즈. 춤추는 어르신들이 돌아왔습니다!
  3. [닮고싶은청년들 vol.6] “봉사의 기쁨을 맛보고 있습니다

 

 

5월의 마음상점, 발 마사지 그리고 즐거운 텃밭

 

“오늘이 꼭 내 생일같네. 그려”

시 무더운 오월. 오늘은 어르신들에게 생일같은 날이었나 봅니다. 어르신들에게 멋진 꽃단장도 해드리고, 점심도 같이 먹고, 발마사지도 해드리고 유기농 채소까지 드렸으니까요. 어르신들의 웃음꽃이 하루 종일 지질 않았습니다. 누구보다 행복한 하루를 보내신 어르신들은 고맙다고 저의 손을 잡아주시네요.

어르신들에게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주신 분들은 우양만이 아니랍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함께해주신 우양의 친구들 어떤 분들인지 궁금하시죠? 이제부터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르신들보면 우리 어머니 생각이 나요”

어르신들의 꽃단장을 책임져주셨던 밀레니엄 미용실 원장 선생님은 오래기간 투병하시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셨답니다. 제가 얼마 전 미용실에 들러 어르신들의 커트를 부탁드리러 갔을 때 원장선생님은 흔쾌히 말씀하셨습니다. “언제요? 화요일이요? 그래요. 언제든 모시고 오세요. 이렇게 머리라도 커트하러 오시면 그게 다행이죠. 건강하신게 제일 중요하니까“ 그래서인지 어르신들을 맞이하시면서 밝은 웃음을 지어주셨던 원장 선생님 모습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있는 듯 했답니다. 그 마음이 전해졌으니 어르신들의 모습이 전보다 더 곱게 빛날 수 밖에 없었구요.

 

 ”머리카락 짜르러 온지 벌써 5개월이 다 되는 거 같애. 너무 감사해“ ”내가 고와졌다고? 에이~ 다 늙어서 뭐가 고와, 이렇게 해도 늙어서 볼품없지 뭐.“라고 말씀하시면서도 만족하신 듯 크게 웃으시는 어르신, ”카메라 가져왔으면 머리깍은 거 나도 좀 찍어줘.”라고 말씀하시는 어르신...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 마냥 행복한 모습으로 거울을 보십니다. 꽃단장을 마치시고 돌아가시는 그 모습을 보며 원장 선생님도 웃음꽃이 활짝 폈답니다. 원장 선생님의 그 고운 모습도 어르신들처럼 오래오래 간직하길 기도합니다.

 


“부족한거 있으면 말씀하시고

                  탕이 매우면 안 매운 걸로 갖다 드릴테니까 언제든 말씀하셔요”

 

어탕국수 사장님의 힘찬 목소리는 영양가 한가득인 어탕만큼이나 기운나는 목소리랍니다. 어탕국수는 우양의 오랜 친구이면서도 우양 가족들에게 이미 소문난 맛집이랍니다. 어탕의 얼큰함과 감칠맛은 사장님의 따뜻함이 베어져 나온 맛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드는데요. 이 날도 역시나 어르신들은 어탕의 맛에 반하셨답니다. “이거는 보양식이야. 보양식. 이런 거 먹어야 기운도 차리고 좋다니까.” 한 그릇 뚝딱 맛있게 드신 어르신들은 어탕에 반하셨는지 칭찬을 늘어 놓으십니다. “요리하는 양반이 맘씨도 좋고 하니까 이렇게 맛도 좋은 거야. 우리 같은 늙은이한테 이렇게 해주는 데가 어디 있겠어. 안 그래?” 이날 하루 어르신들은 허전했던 마음을 어탕의 따뜻함으로 한가득 채우셨는지 누구보다 건강해보이셨답니다.

 

 

“그냥 편안히 그냥 누워계셔. 고민 같은 거도 하지 말고 편안히 누워계시라니까.”

 

우양재단 1층 모임터엔 잔잔한 피아노 곡이 울렸습니다. 식사를 마치신 어르신들은 양말을 벗고 쇼파에 기대어 눈을 감으십니다. 모임터에는 발마사지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의 손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답니다. 어르신들의 발을 소중히 마사지해주시는 자원봉사자선생님들은 이미 배태랑 솜씨를 가지고 계십니다. 그 솜씨에 어르신들은 몸도 마음도 편안하셨는지 잠깐 단잠에 빠지기도 하셨답니다. 어르신들이 늘 항상 편안하길 바라는 자원봉사 선생님들의 마음 덕분에 뛰어난 마사지 솜씨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요? 어르신들의 발은 어느덧 많은 이들의 선한 바램이 담겨 좋은 향이 나고 있었답니다.

 


“이렇게 좋은 거 나 가져가라고?”

마사지가 다 끝난 어르신들 손에 유기농 채소가 담긴 봉지를 하나, 하나 손에 쥐어 드렸습니다. 마침 우양빌딩 옥상에 있는 텃밭의 상추들은 이 날을 기다렸는지 무럭무럭 자란 상태였기 때문에 채소를 따서 한 봉투씩 드리기로 했었답니다. 옥상에서 자라고 있는 채소들은 농약이나 제초제를 쓰지 않아 몸에 좋은 유기농 먹거리랍니다. 이렇게 옥상의 채소들을 열심히 가꾼 농부들은 우양과 함께하고 있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입니다. 빠듯한 학업일정 중에서도 옥상텃밭을 일궈낸 청년들이 없었다면 어르신들의 손에는 유기농 채소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손에 가득 유기농 채소를 받으신 한 어르신은 말씀하십니다.

 

 “오늘이 내 생일인 거 같어. 너무 감사해.” 이렇게 어르신들에게 특별한 날을 선물해 주기 위해 늘 항상 애써주시는 마음상점 여러분들과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은 우양의 보물이랍니다. 오래도록 우양의 친구로 남아주세요. 우양은 언제나 마음이 따뜻한 이들과 함께하길 소원합니다.

 

 

우양과 함께 할 마음 따뜻한 마포지역상점, 지역주민, 청년여러분들을 우양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마음상점 및 자원봉사 문의 : 돌봄팀 이해규 간사 Tel : 02-333-2855

 


  

춤추는 어르신들.

“춤을 추고 싶을 때는 춤을 춰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을 춰요~”

어르신 댄스프로그램을 기억하시나요?

작년 여름부터 시작한 춤바람은 일주일에 한 번 우양 배움터를 들썩이게 했지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둘째고 우선 몸을 움직이시는 것 조차 힘들어하셨던 어르신들이

조금씩 음악과 친해지고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시는 것을 보면

‘하면 된다’ 는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대에 서다.

이렇게 열심히 춤을 배우신 어르신들이 지난 1월 마포구에서 열린 ‘우양 쌀 가족 설 잔치’ 무대에 서셨습니다.

무대의상을 맞춰 입고 오랜만에 연지곤지를 바른 모습은 여느 아이돌 부럽지 않았지요.

어르신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기엔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흘러나오는 음악에 최선을 다해 몸을 움직이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지켜보는 분들도 어깨를 들썩이셨답니다.

 

 

2012년 ‘Shall We Dance' 어르신들이 돌아왔다~

한 주간의 휴식을 가진 뒤 2012년 ‘Shall We Dance'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2012년의 설 잔치 공연까지만 진행하려던 프로그램이었지만

어르신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계속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2012년 후반기부터 어르신들과 호흡을 맞춰 온 강사선생님도 함께 해 주시기로 했답니다.

 

무엇이 달라졌나.

2012년에도 동일하게 매 주 수요일 오후 3시, 배움터에서 어르신들의 춤사위가 펼쳐집니다.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좀 더 많은 어르신들이 참여하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존에 함께 하셨던 서대문구 어르신들 뿐 아니라

마포구의 어르신들도 마음만 있다면 함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작년에는 공연에 중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진했했었는데요.

올해는 어르신들의 정서적인 안정과 신체적인 건강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진행할 예정입니다.

물론 올해 추석잔치를 대비한 공연도 준비해야겠지요.

 

 

 

즐거운 배움에는 끝이 없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은 젊은 사람에게나 어르신들에게나 부담스러운 도전이지요.

하지만 어르신들의 멋진 도전과 열정 속에서 아직 시들지 않은 ‘청년’의 모습들을 보게 됩니다.

계속되는 어르신들의 춤사위, 모두 응원해 주실 거죠?

봉사활동에 푹 빠진 남자 안세훈 씨(즐거운 텃밭 자원봉사)

 

일주일에 한번 안세훈 씨(33세)는 농사꾼이 된다. 도시에서 자랐기에 밭일은 서투를 수밖에 없다. 매주 함께 밭을 일구는 어르신에게 지혜를 배우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는 그는 사실 로스쿨 진학을 앞두고 있는 고시생(수험생)이다. 밭을 매는 법조인은 얼핏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공부만 해도 모자랄 판에 어떻게 우양의 자원봉사자가 되었을까?

“봉사활동에 큰 뜻을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다른 로스쿨 준비생들이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것을 보고서 저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전에는 전혀 봉사활동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렇지만 다른 곳이 아닌 ‘즐거운 텃밭’에서 봉사하게 된 건 인연이 아닌가 생각해요.”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에

자원봉사 이력을 위해 주위를 둘러보던 그와 우양재단의 만남은 조금 특별하다. 올 초 안세훈 씨는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맞벌이를 하신 부모님을 대신해 그를 길러 준 할머니가 올해 소천 하셨기 때문이다. 그래도 준비하던 공부는 계속해야했다. 허전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그에게 독거노인을 위한 텃밭작물을 재배하는 자원봉사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제게 할머니는 부모님보다 더 의미 있는 분이셨어요. 마음이 많이 아픈 상태로 지내다가 텃밭작물을 재배하고, 그 작물을 독거노인에게 나눠준다는 일이 저한테는 다른 자원 활동보다 가치 있는 일로 다가왔어요, 그렇게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병원에 계신 할머니를 돌보면서 노인문제, 특히 독거노인 문제를 알게 되었다는 안세훈 씨. 그는 본인의 할머니를 방문하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뿐이지만, 그것을 바라본 주변의 다른 어르신들이 외로움에 괜히 화를 내시고, 욕을 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우양재단이 돌보는 어르신들을 보면서는 노인 문제의 심각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거기서 자신의 또 다른 할머니를 만나지 않았을까.

 

봉사의 기쁨이 뭔지 알기 때문에

안 씨는 지금 로스쿨과 변리사 시험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법조인이 되고, 나아가 법학과 특허 등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다. 이 시대 똑똑한 청년의 야무진 꿈이지만, 가슴에는 ‘사회환원’이라는 가치를 새긴 닮고 싶은 청년이기도 하다. 그는 돈을 많이 벌더라도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줄 생각이 없단다. 최소한의 생계와 자식교육비를 제외하면 독거노인을 돕는 일에 재산을 사용하겠다고 했다.

“이전에는 저 살기에 급급했는데,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가진 것이 없는 분들이 오히려 더 자신의 것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저도 더 시간을 내서 참여하고 싶습니다. 우양재단에서 어르신들께 쌀 배달을 하고 정서적인 만남도 가진다고 하는데, 내년에는 해보고 싶습니다.”

 

그는 최근에 장애인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시작했다.
“이제 처음 봉사를 해봤기 때문에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요. 봉사의 기쁨을 알았어요. 이제는 다른 활동들도 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너무 큰일은 제가 감당 못할 것 같아요. 그래도 제 주위의 사람들과 미래의 자녀들에게는 살아있는 지식을 전달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모든 일은 정공법으로

“지금 로스쿨과 변리사시험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습니다. 로스쿨이라는 진로는 이전에 생각해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오히려 새로운 길도 찾게 되고, 결과적으로 여자 친구도 생겼습니다.(웃음)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상황에 마주하고 견디려고 노력을 한 게 지금의 제 모습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정석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밝은 모습 뒤에 힘든 가족사가 있었지만, 그래도 꾹 참고 견디고 나니 좋은 날이 오기 시작했다. 관계가 좋지 않던 친척과 관계가 회복이 되고, 새로운 진로에 대한 시각이 열렸고, 누군가를 돕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인생을 함께 설계할 파트너도 만났다. 

“전에 직장생활을 해봤는데 쉽지가 않았어요. 가정을 지키면서 도란도란 평화로운 일상을 사는 건 꿈도 못 꾸지요. 이제는 가족들과 주변을 돌아보며 살고 싶어요. 만약에 교수가 된다면 가르치는 일에서 보람도 얻겠지만, 가족들과 함께 봉사하며 살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 거잖아요. 지금은 그게 저에게 더 큰 메리트에요.”

 

온통 책과 글로만 둘러쌓여 지낼 것만 같은, 공부 외에는 다른 생각은 하나도 하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한 고시생의 속내는 이렇습니다. 이런 청년들이 많다면 그래도 이 세상이 살만해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