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꿈을 향해 한걸음씩 걷는 성단비 씨 이야기

 

여기, 평범해 보이는 대학생이 있다. 인터뷰하는 시종일관 맑은 웃음을 보여준 성단비 씨의 얼굴에서는 어두운 면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거 걸어온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또래의 이십대가 경험하기 힘든 아픔과 좌절들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은 누구보다 자신의 꿈만 바라보며 달리는 닮고 싶은 청년이다. 당뇨병치료제를 만들겠다고 한다. 왠지 그녀라면 불가능 할 것 같은 꿈이라도 현실로 이뤄낼 것 같다. ‘기대는 이런 청년에게 하는 것이 아닐까?

 

당뇨병 치료제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사실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아요. 편입 전에는 학교 끝나자마자 4시간씩 고기 집에서 일하고 녹초가 돼도 틈나는 대로 공부해서 좋은 성적이 나왔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지난학기에는 주말에만 일을 하고 나름 열심히 했음에도 성적이 나오지 않아 속상했죠,”

 

성적에 부담을 느낀 후, 할 수 없이 이번학기에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공부에 집중했다. 2011년도를 사는 대학생의 비애가 느껴졌다. 공부와 생활 둘 다 포기할 수 없어 쩔쩔매고 있는. 처음 대학을 선택할 때는 그저 점수에 맞춰 전문대학에 갔지만, 취업대신 학업을 연장한 건 꿈이 있어서다. 바로 당뇨병치료제 연구다. 고등학교 때 이후 바뀐 적 없는 분명한 목표다.

 

어차피 한번 사는 거잖아요. 밋밋하게 사는 건 싫었어요. 적당히 흘러가는 대로, 안정을 추구하고 안주하는 것도 싫었죠. 인생을 의미 있고 알차게 살고 싶다랄까요. 제가 하고 싶은 건 당뇨병 치료제 연구인데, 이걸 하려면 더 공부 많이 해야 되요. 사실 제가 공부를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게 공부를 통해서 하는 거니까요. 대학원도 가야하고요

 

어려움을 딛고, 무심코 생각했던 바람

 

그녀가 당뇨병 정복이라는 남다른 꿈을 꾸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그녀가 그 아픔을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목표를 세우고 희망을 찾으려 애썼다.

 

제가 고등학교 때 당뇨병이 생겼어요. 인슐린이 분비가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생물책에서나 보던 병에 직접 걸렸으니까 많이 당황했겠죠. 왜 이런 일이 나한테 생길까 하며 방황하고 그랬어요. 사실 그때쯤 부모님이 이혼하시면서 제가 보육원생활을 했거든요. 보육원이라는 낯선 환경에 겨우 익숙해질 만하니까 그런 일이 터졌어요.”

 

그렇게 그는 환자가 되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새로운 영감을 주는 만남도 생겼다. 병원에서 만난 아이들은 성단비씨의 마음을 자극했다. 본인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의 당뇨환자는 물론 갓난아이부터 초등학생에 이르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문득 ! 내가 나중에 이 병의 치료제를 개발하면 좋겠다. 또 그걸 개발해서 생긴 수익금으로 이런 친구들을 돕는다면…….”

 

이 시대 진정한 낙천주의자

 

돌아보면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죠. 저는 상황이 난처해지면 피하고 보거든요. 그 상황을 마주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결국에 어떻게든 맞섭니다. 처음에 실패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나중에 새로운 기회로 바뀌는 경험도 하게 됐어요. 언제까지나 도망갈 수는 없잖아요.”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보육원에 맡겨지고, 당뇨병이 생기는 과정에서, 그는 세상의 큰 벽과 마주했다. 세상이 부정적으로만 보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려 애썼다. 세상을 향한 편견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기독교인으로 기도를 하는 게 큰 의지가 되었다고 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부모님 이혼은 오히려 싸우며 사시는 것보다는 잘된 거 같았어요. 보육원에 와서도 배운 것이 많았죠. 처음에 보육원에 폭력도 있고 지저분할 거 같았는데 실제 보육원 아이들이 엄청 밝고, 행복하게 지내는 거 에요. 저는 그 당시 제가 최악이라고 생각하고 항상 우울했는데요.”

 

많이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책값이나 급식비 때문에 주눅 들고 힘들었는데, 거기서는 정부지원도 많고, 제가 열심히 할 의지만 보이면 도와주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그는 본인의 당뇨병 역시 남들보다 건강을 잘 지킬 수 있는 기회라고 믿고 있다. 자기 몸을 과신하는 사람들보다 체계적으로 운동하고, 식단을 조절하는 자신이 더 건강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심지어 자신이 주사 맞는 걸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라 다행이란다. 당뇨병환자들은 주사를 자주 맞아야 하는데, 자신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나눔은 나비효과처럼 퍼져나간다

 

아동학습지도 봉사활동을 하며 만난 아이의 이야기를 할 때는 자기 가족 이야기를 하듯이 기쁜 표정이었다.

 

지난 학기 아동학습지를 시작했어요. 원주 시내의 보육원에서 중학교 2학년 여자아이를 가르치는데요. 뿌듯해요. 처음에는 숙제내주고 그러면 잘 안 해오고 그랬는데 매주 만나고 이야기도 하고 이러면서 친해졌고, 이번 기말 고사 때는 열심히 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수학점수는 많이 올랐어요.”

 

성단비 씨는 우양재단의 사회 환원 프로젝트 경연에서 받은 상금을 해당 아동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주로 가르치는 학생의 책과 참고서, 간식 등을 구입했다. 그녀가 기쁜 것은 단지 조금 돈을 지원받아서가 아니다. 그의 봉사활동 모습을 본 주변인들의 삶이 변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사회 환원은 마치 나비효과인거 같아요. 저도 어려운 시절 받았던 도움이 있고, 또 제가 누군가를 돕고, 제 도움을 받은 아이들도 언젠가는 또 자신의 역할을 할 거라고 믿었거든요. 실제로 제가 이런 일을 하니까 관심 있어 하는 친구들이 생겼다니까요. 실제로 하고 있는 애들도 있어요.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죠. 제가 생각했던 대로였어요. 점점 펼쳐져나가는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얼굴이 발그레 해지는 그녀는 평범한 또래의 여대생이다. 한가지! 꿈을 향한 남다른 열정을 빼고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뭘 해도 난 안 돼에서 나는 뭐든 해낼 거다라는 간단하면서 본질적인 내면의 변화를 경험한 성단비 씨. 그의 꿈과 나눔이 우리 사는 세상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지켜봐야하겠다.

 

아 드릴 말씀이 하나 더 있어요. 제 꿈을 도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후원자분들을 통해 꿈에 한 발자국 가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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