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크게 가진다고 돈 드는 거 아니잖아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테니스를 시작했는데, 대회만 나가면 번번이 1회전 탈락인거예요. 근데 그때도 제 꿈은 세계랭킹 1위였죠.”

 

김재철(24세)씨는 꿈꾸는 사람이다. 당장 내일 일을 알 수 없는 불안한 현재를 살고 있지만 끊임없이 노력하고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확신으로 자신을 격려한다. 이런 그에게 좌절과 절망의 시간은 없었겠는가!

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아주 단순했다. 창문 밖에서 운동하는 형들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정구로 운동에 입문해 중학교 때 테니스로 전향하고 하루 5세트(새벽, 아침, 점심, 저녁, 밤)로 운동을 쉬지 않았다. 그러나 매번 대회 때마다 좌절을 맛봐야 했다. 대회가 끝나고 울었던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란다. 그러던 중 고3때 전국대회에서 처음으로 1등을 했다.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힘든 겨울을 나며 수없이 되뇌었을 말이기도 하고, 성적이 부진한 본인을 다독이며 했을 법한 이 말이 결국 실제화 된 순간이다.

사실 그는 매번 바닥을 쳤다고 했다. 근데 어릴 때는 그게 그렇게 좌절인지 몰랐다. 운동이라는 끈이 그를 이끌어 줬던 모양이다. 고3. 인생을 조금 더 멀리 내다보고 운동에서 공부로 진로를 바꾸고 중앙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했다.

“대학에 와서 처음 받았던 학점이 3.11 이었어요.” 영어, 한국사, 일본어 아무것도 몰랐던 그 때도 늘 앞자리에 앉았다. 교수님과 눈을 맞추다 졸았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했다. 학. 석사 통합과정으로 7학기에 조기 졸업하고 스포츠 마케팅으로 대학원에 진학한 지금에는 하루 종일 앉아서 공부해도 끄떡없단다. 이게 다 운동할 때 쌓아둔 체력 때문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근로 장학생을 했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꼬박 3년이다. 학과사무실, 학생지원처 행정실에서 시급 4,500원 받으며 일했다.

한 달 40시간 근로. 다 해봐야 16만원 정도였다. 등록금, 기숙사비, 생활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학교 다니면서 교외에서 알바 하기가 힘들더라. 그래서 최대한 교내에서 일을 하려고 했다. 후에 우양재단에서 장학금 받으면서 등록금에 대한 부담을 많이 내려놓을 수 있었다.

 

“제 인생에는 플랜B가 없어요.” 플랜 A에 온 힘을 다하기 위함이란다. 혹시 모든 노력을 다 했는데도 안 될 때가 있다. 근데 그 때도 다른 길이 있더란다. 스물네 살 청년 치고 기특하기까지 하다.

김재철씨는 교수가 될지, 스포츠 마케터가 될지 계속 고민하는 청년이다. 특별히 이거다 정한 거는 없다. 더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더 경험해야 할 것도 많다. 그냥 이 순간에 최선을 노력을 할 뿐이다. 삶의 전반을 아우르는 깊이 있는 고민과 성창은 또래 스물 넷 청년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인도 캘커타 ‘죽음으로 가는 집’에 간다. 혹자는 거기는 죽음으로 가는 집이 아니라 삶으로 가는 집이라 하는데, 지금은 “왜?” 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결국 가보면 알게 되겠지.

마지막으로 내년 1월. 한 달간의 남인도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에게 본인이 생각하는 여행의 색깔을 물어봤다. 돌아오는 답은 간단하면서 심오하다. “제 여행은 두 가지 색이예요. 검은색. 다른 하나는 무지개색 이예요.” 신체 건강한 젊은 남자지만 가보지 않은 미지의 나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것도 혼자 가는 여행에 대한 설렘 이상의 긴장으로 처음 연상됐던 색은 검은색이었다. 근데 이내 황홀한 무지개색이 연상된단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여행이지만 본인에겐 왠지 희망이 될 거란다.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그는 지금 육군사관학교 교수사관장교를 준비하고 있다. 선발되면 3년간 사관생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수 있다. 미래 꿈에 한 발 다가가기 위한 플랜 A다. 지원자격도 까다로운데 인원도 딱 1명 뽑는단다. 떨어질 것에 대한 생각은 미리하지 않는단다. “노력해서 안 되는 일 없잖아요.”

 

김재철씨가 근무하는 교수 연구실에서 이야기를 나눈 지 1시간이 훌쩍 흘렀다. 학교를 빠져나와 근처 삼겹살 가게로 자리를 옮겨 못다 한 이야기를 했다. 고기는 지글지글 익어가고, 여기저기 왁자지껄 소란하다. 분위기 탓이었을까, 아님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속에 있는 깊은 이야기를 꺼낸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그저 만나고 헤어지기만 한다면 그건 ‘함께’ 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와 함께 인생을 나누고 즐거워해야만 ‘함께’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고기 한 점 먹었다 생각했는데 결국 인생 한 점 ‘함께’ 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맑아졌다. 이것이야 말로 인간에게 허락한 신의 ‘은총’이 아니겠는가!

 

김재철씨는 일주일에 딱 2시간 이지만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체육을 가르친다. 직선으로 뛴 다음 지그재그로 뛰는 프로그램을 지도하면 제대로 인지가 안 되는 아이들은 그저 자기 마음대로 뛴다고 했다. 비록 본인의 교수법대로 따라오지 않는 아이들이지만 그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면서 많은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했다.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을 통해 본인이 행복을 느끼는 것. 이런 시간들이 쌓이다보면 어느덧 부쩍 성장해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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