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가고 무더위의 절정이다. ‘이 더위에 홀로계신 어르신들은 얼마나 기운이 빠질까?’ 착한 걱정에 주변 어르신들에게 영양가득 어탕국수를 대접하는 사람이 있어 만나게 되었다. 어탕국수는 가물치, 메기 등 각종 민물고기를 센 불에서 끓인 뒤 통째로 갈아 체에 걸러, 우거지 숙주와 함께 다시 푹 끓여 나온 보양음식이다.

김병옥 씨는 마음상점을 통해 우양재단과 관계를 맺게 되었고, 지나가는 동네 어르신들이 언제든 많이들 잡숫고 가시기를 바라는 마음씨 좋은 아줌마다. 가게는 열 테이블이 채 되지 않는 평범한 동네 식당이고, 목이 좋은 곳에 위치하지도 않았다. 가게 주변이 공사 중이라 손님이 없어 불편한 마음임에도 우양재단에서 왔다고 하니 반갑게 맞아준다.

 

식당 경력 20년의 베테랑

그는 이십년 전 홍대 근처에서 식당을 시작해 지금까지 일을 쉬지 못하고 있다. 한번 일을 시작하고 나니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어릴 적 지리산 자락에서 자라며 냇가에서 민물고기를 잡아먹던 기억이 지금의 직업으로 이어졌다. 행주산성 주변 맛 집으로 이름을 날릴 때는 <MBC>에서도 관심을 보여 취재하기도 했다. 어탕국수라는 음식이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요리에 미꾸라지를 넣지 않는다.

민물고기는 대부분 한국산이에요. 그런데 요사이 미꾸라지는 중국에서 많이 들여오잖아요! 그래서 넣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불안하니까)” 장삿속보다는 음식 먹는 이를 걱정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김 씨는 홍대 앞에서 이모네 닭한마리를 운영하기도 했다. 학생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하지만 홍대에선 손님이 많아진 게 오히려 화가 되었다. 세를 들었던 가게 주인이 나가라고 해 지금의 합정동으로 왔다.

홍대에서 십여 년 학생들 상대로 장사를 했어. ‘이모네 닭한마리라고 하면 예전 홍대 학생은 다 알아. 요즘에도 전화해서 예약하자고 한다니까. 그만둔 지가 언젠데! 호호호. 그때 닭한마리를 주문하면 만원인데, 3명이 먹을 만큼 푸짐하게 줬거든. 근데 그것도 학생이니까 돈이 없어서 못 먹고 그러면 그냥 주기도 하고 그랬지.” 예전부터도 남을 돕는 일이 자연스러웠던 김 씨다.

 
지금의 어르신들을 대접하는 따뜻한 마음씨는 그때부터

십년 전 손님들이 다시 오기도 찾아오기도 하고 그런단 말이야. 사람이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되어있거든. 그래서 나쁜 짓하지 말고 좋게 살아야 해.”

어르신들은 어떻게 돕게 되었냐는 질문엔 별것도 아닌 걸 자꾸 묻는다며 나무라신다. 부끄러워하시는 모습이 아직도 소녀 같으시다. “친정아버지가 시골에서 살 때 남들 주는 걸 그렇게 좋아하고 그랬데. 내가 그걸 닮았나봐. 지나가는 거지들도 밥 먹여 보내야 하고 그래……. 다행히 내가 줄 수 있는 게 있으니까. 밥 한 끼, 옷 한 벌이라도 주고 그러면서 살아야지. 내가 지금 크게 그거한거도 아니잖여. 그만혀.”

김 씨는 수십 년에 걸쳐 어머님께 배운 요리법의 전수도 올케에게 다 전수했다. 본인은 어깨너머로 힘들게 배웠지만 동생가족에게는 하나하나 글로 써줬다는 거다. 그렇게 두 동생도 식당을 차렸고, 고양과 김포 근처에서 자리를 잡은 식당이 되었다고 한다.

동생식당에 예전에 TV에 나온 거를 붙여놨는데 사람들이 계속 이 아줌마를 찾았데. 맛이 변했으니, 어떠니, 이런 소리 많이 듣고 그래서 다 알려주고 왔어. 가족인데 장사가 잘되어야 하지 않겠어. 요새는 사람들이 줄서서 들어간데

 


어르신들 더 많이 모셔오세요

괜찮아 그거 안 팔아도 그만치 다시 들어와그렇게 베푸셔서 남는 게 있겠냐고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신다. 요사이는 더워서인지 어르신들이 잘 안 오신다고.

오시면 어탕 말고 다른 거 도 해드릴 수 있으니 좀 모셔와요. 어탕이 소화도 잘되고 탈이 없는 음식이긴 헌데, 어르신들이 다른 거 잡수시고 싶으면 해드려야지어르신들 스스로는 잘 들르시지 않기 때문에 어르신들 좀 모시고 오라고 하신다. 김 씨는 사실 우양이 무슨 일 하는 단체인지도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 좋은 일 하는 곳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재단의 다른 사업이야 상관없으니 우리는 가게로 어르신만 데려오면 된다는 거다.

나는 이제 큰 꿈은 없고, 남들한테 나쁘지 않게 대하면서 그렇게 사는 게 좋아. 언제 큰 돈 벌어서 큰 봉사를 하고 그러겠어. 지금 그냥 살면서 이렇게 하면 되는 거지. 사실 우리 어탕국수가 타산이 맞진 않아. 옆 가게는 비슷한 탕 가격을 2,000원 올렸더라고. 어떻게 그렇게 하나! 돈 없는 사람은 부담스럽고 그렇잖아. 나도 그냥 많이만 팔리면 괜찮고. 이제 와서 크게 돈 벌고 그러면 뭐해. 건강하게 좋게 살면 되지.”

! 그나저나 그 할아버지는 왜 요새 안 오신데! 예전에는 할머니 가져다준다고 음식 싸서 가시곤 했는데.”

별일 아닌 듯이 우양이 관리해야 할 어르신을 기억하며 걱정하신다. 많은 손님들 사이에서도 할아버지 한 분을 기억하는 세심함이 아름답다. 어떻게든 생색을 내지 않으시려는 순수함 간직하시면서 좋은 일 많이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