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에 해당되는 글 18건

  1. 농어촌 목회자, 예수님 사역 현장으로 떠나다
  2. [닮고싶은청년들 vol.10] 교회는 이루어진 공간이 아니라 이루어가는 공간 1
  3. 내 평생에 한 번이라도! 성지순례

농어촌 교회 목회자들, 예수님 사역의 현장으로 떠나다

 

농어촌 교회 목사들의 특별한 순례가 아닌 일상인 삶으로의 부르심

농어촌 목회로 부르심을 받은 목사님들, 각자 부르심의 시간도 장소도 달랐지만 농어촌을 사랑하고 그곳이 부르심의 장소라고 믿는 목사님 91명이 기원전의 세계로, 예수님 사역의 현장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런 여행을 성지순례라고 하지만 이 여행은 결코 특별하지 않습니다. 여행이 시작되고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니 그것이 더 확연히 깨달아졌습니다. 이 여행은 어떤 미지의 세계를 탐방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들이 일상에서 항상 마음에 품고 살아온 주님의 발자취를 따라 가는 것임을, 그리고 그것은 한국과 중동이라는 지리적 차이를 넘어서 우리들의 가슴 속에 늘 자리 잡고 있는 우리의 삶의 현장이고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임을, 이름 하나 하나 낯설지 않고 가는 곳 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많이 얘기 하고 늘 설교하던 바로 그곳에 온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여행임을.

11박 13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일상으로의 여행’은 이집트의 고대 도시 룩소에서 시작되어 알렉산드리아 그리고 도시 전체가 유적지인 카이로를 지나 예수의 땅인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지역과 갈릴리 지역을 순례하고 요르단으로 건너가 모세의 최후 족적이 남겨진 느보산에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집트 : 고대의 흔적이 살아 숨 쉬는 곳

이집트는 고대 역사가 그대로 남아있는 나라입니다. 나라 전체가 유적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입니다. 처음 방문한 도시 룩소의 카르낙 신전, 맴논의 거상 거대한 룩소 신전들을 보고 있자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광주 보여교회 김정원 목사는 “이들이 비록 하나님을 알진 않았지만, 이들의 믿음을 볼 때 하나님의 무한하심을 다시한번 느껴요. 하나님은 우주적인 분이 확실해요.” 라는 말을 통해 다시 한번 하나님의 무한하심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카이로에서 차로 3시간 반 정도 달려 도착한 알렉산드리아에서는 마가기념교회를 방문했습니다. 마가는 예수님의 12제자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예수님이 사랑하는 제자였습니다. 이집트 기독교인인 콥틱교인들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마가 기념교회에서는 때마침 예배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잠시 묵상하며 예배를 참관하기도 했습니다.

 

아기예수 피난교회, 벤에즈라회당

인구 2,200만의 이집트 수도 카이로는 교통 신호가 없습니다. 그래서 교통이 아주 혼잡합니다. 언제 어디서 차가 막힐지 몰라 시간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100여 명의 목사님은 카이로 시내 이곳저곳을 누빕니다. 올드 카이로 지역에 아기예수 피난교회를 방문하고, 모세기념교회인 벤에즈라 회당에도 들렸습니다. 목카탐 동굴교회에서는 현존하는 이집트 콥틱교회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집트는 역시 피라미드의 나라입니다. 책이나 TV에서만 봤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는 불가능이 현실로 내 앞에 놓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기에 넉넉했습니다. 때론 엽서나 관광 상품을 파는 집요한 이집션들 때문에 불쾌할 만도 하지만 기분 좋게 1불을 내며 이집션들과 유쾌한 대화를 나누는 목사님들을 자주 마주 치면서 사랑 나누기를 생활로 하셨던 주님의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출애굽, 40년 광야 길을 하룻길 만에 예수님의 땅으로

바쁘게 이집트 일정을 소화한 목사님들이 이제 고센 땅을 떠나 ‘출애굽’ 합니다.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는 길은 만만치 않습니다. 이집트에서 육로를 통해 이스라엘 국경까지는 12시간이 꼬박 걸립니다. 시나이 반도를 둘러 가는 길입니다. 물론 더 빨리 질러가는 길도 있지만 이집트 현지 치안이 불안한 관계로 경찰이 지정하는 길로 가야 합니다. 안전 문제로 시내산에는 올라가지 못했지만 모세가 십계명 돌판을 받았던 황량한 산을 가까이 바라보며 시나이 반도 남단을 우회하며 종일 달렸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40년에 걸쳐 약속의 땅에 들어갔는데 우리 순례 일정은 그저 하룻길입니다. 창 밖에 끝없이 펼쳐지는 광야 길은 고된 여정을 말해주지만 그래도 기대가 됩니다. 목사님들은 광야를 방황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생각 하면서 한편 저마다 예수의 고향에서 예수의 흔적을 찾는다는 사실에 흥분되나 봅니다. 그 현장에서 예수의 흙 묻고 굳은살 박힌 발을 마주한다면 심정이 어떨까요?

 

광야로 부르심 ; 미드바르(말씀으로부터)

타바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에서 처음 마주한 건 역시 광야였습니다. 차를 타고 달리면서 끝없이 펼쳐지는 광야를 보고 있자니 세례요한이 떠오르고 예수님의 광야 시험사건도 떠오릅니다. 이스라엘 말로 광야는 ‘미드바르’입니다. 해석하면 ‘말씀으로부터’ 입니다. 인생에서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우리는 곧잘 삶이 ‘광야’같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 뜻을 이제 알고 나니 인생의 어려운 순간 우리를 말씀으로 돌아가길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스라엘 : 예루살렘에서 갈릴리까지

예수님의 승천을 기념하는 승천교회, 주기도문이 각국의 언어로 쓰여 있는 주기도문교회, 겟세마네 만국교회, 38년 된 병자를 일으키셨던 베데스다 연못,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며 마지막 성만찬을 나누셨던 마가의 다락방, 첨탑에 닭이 인상적인 베드로통곡교회, 예수님 출생지인 예수탄생 기념교회, 예수님 무덤으로 추정되는 성묘교회 등 성경의 사건이 기록된 이곳저곳을 빼먹지 않고 꼼꼼히 순례했습니다. 가는 곳 마다 그 곳에 해당하는 성경 말씀을 읽으며 묵상을 했습니다. 모두 해발 780m에 위치한 예루살렘에 있는 순례처들입니다. 약간 쌀쌀한 날씨지만 각국에서 모인 순례객들이 만원을 이뤄 저마다 예수의 흔적들을 따라 다닙니다. 가장 감격적인 순례 장소는 역시 십자가의 길(Via Dolorosa)이었습니다. 100여 명의 목사님과 일행들은 14개의 처소를 찬송을 부르며 숙연하게 걸었습니다. 우리일행이 이루는 장사진의 광경이 가히 장관이었습니다.

히스기야 왕이 아수르의 침략에 대비해 뚫었던 히스기야 터널은 성인 남자 한 사람이 걷기에도 비좁은 캄캄한 공간입니다. 물은 종아리까지 찹니다. 일렬로 줄지은 목사님들은 히스기야 터널을 지나 실로암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성경 사해사본이 발견된 쿰란 역시 의미 있는 장소입니다. 1947년 5월 어느 봄날. 한 베두인 소년이 찾아낸 동굴 안 항아리 속의 두루마리는 오늘날 구약성경의 권위를 확실히 하는 너무나 소중한 필사본입니다. 성경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한 쿰란 공동체의 삶을 보니 가슴이 짠해 옵니다. 100여명의 목사님들은 사해사본에서 발견되지 않은 유일한 구약인 에스더서를 혹시나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장난기 어린 맘에 에스더서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꼼꼼히 살펴보기도 합니다.

 

이스라엘은 지금 안식일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까지는 안식일입니다. 히브리어로 ‘샤밧’이리고 부르는데 이때 이스라엘의 학교, 관공서,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고 그야말로 안식합니다. 길거리에 차는 찾아보기도 힘듭니다. 일행이 이스라엘에 도착한 날이 바로 그 샤밧이 시작되는 금요일이었습니다. 한국과는 사뭇 다른 풍경에 적잖이 놀라기도 하고 긴장도 됩니다. 이스라엘 처음 여장을 푼 곳은 바로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다섯 개 중에 하나인 여리고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의 강도 만난 자를 도와준 선한 사마리아 여인숙 자리로 추정되는 곳에 방문했습니다. 목사님들은 저마다 성경의 비유를 떠올리며 이곳저곳을 면밀히 살핍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시대가 요구하는 합리적인 사고에 젖어 본질을 잃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하나님은 이곳 선한 사마리아 여인숙에서 다시 한번 물으십니다. ‘누가 이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냐?’

36년간 일본의 식민지로 온갖 수탈과 유린을 경험했던 우리는 600만 명의 유태인 학살을 추모하는 야드바솀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거울삼아 우리 민족의 어두웠던 역사를 회상 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자유와 평화에 새삼 감사했고, 북한도 속히 이런 자유와 평화를 누리기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엘리야 선지자와 바알선지자 450명과 영적 대결을 벌였던 갈멜산과 요한계시록에 종말에 전쟁이 일어날 곳이라고 예언된 므깃도를 순례하고 곧 이어 갈릴리로 올라갑니다. 바로 예수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빈민촌입니다. 물론 지금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젖과 꿀이 흐르는 비옥한 평야가 펼쳐지는 도시입니다. 목사님들은 벌써부터 신난 기색이 역력합니다. 농어촌 시골교회, 젊은이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가고 늙은 어르신들이 전부지만 그분들께 갈릴리에서 나온 대추야자를 선물로 드리려는 생각에섭니다. 잠시 교회를 떠나왔지만 맘속에는 계속 고향에 두고 온 가족과 성도들 생각뿐입니다. 마리아 수태고지 기념교회, 요셉 기념 교회, 가나 혼인잔치 기념교회, 가이샤라 빌립보, 요단강 세례터, 팔복교회, 오병이어 기념교회 등의 순례지는 마치 우리가 잘 알고 늘 출입하는 곳처럼 우리들에게 친근미를 주었습니다.

 

갈릴리 바닷가에서 주님은 시몬에게 물으셨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갈릴리 디베랴 바닷가는 그야말로 은혜의 장소였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갈릴리 바닷가에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에게 “와서 조반을 먹으라.” 하시고 “내 양을 먹이라” 하셨던 그 회복의 주님께서 우리 일행에게 다가 오셨습니다. 그것은 실의에 빠져 사명을 잃고 있는 제자들을 다시 ‘삶’으로 그리고 ‘사명으로 초대하시는 회복의 주님이십니다. ’어부 베드로‘를 ’사도 베드로‘로 회복시키시는 주님의 부르심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똑같은 부르심의 말씀으로 회복시키는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갈릴리 호수에서 우리 일행은 모두 한척의 배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찬양하고 기도 했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간절한 회복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 무엇인가로부터 해방되고 회복 되어야 할 짐을 지고 있습니다. 잔잔한 갈릴리 바다 선상에서 목사님들이 흐느끼듯 한 목소리로 부르는 찬송과 기도는 주님께서 목사님들의 어깨를 어루만지시며 ’아무 염려 말고 내양을 먹이라.‘ 하는 회복의 메시지로 응답되며 갈릴리 호수를 조용하게 뒤 덮어 갔습니다.

 

 요르단 : 바울의 족적이 남아있는 바로 그곳 페트라

요르단에도 기대 이상으로 성지가 많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열왕기하 3장의 ‘길하렛셋’ 성이였고 모압왕 ‘메사’가 장남을 번제물로 드린 카락성이 처음 방문지였습니다. 이후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이면서 성경 속 에돔족의 도시였던 ‘레겜’인 페트라를 순례했습니다. 돌을 깎아 만들었다는 멋진 조각물이나 정교하게 이어져 가는 수로 등을 보고 있자니 감탄이 절로 납니다. 한때 4만 명이 거주하였다는 이런 엄청난 곳이 천년 동안이나 발굴되지 않고 밀폐되어 있었다니, 잘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다음 날에는 6세기 성지의 모자이크로 유명한 마다바의 그리스 정교회를 순례 하였고 마지막으로 느보산에 갔습니다. 모세가 자기는 갈 수가 없는 곳 멀리 가나안 땅을 회한의 마음과 더불어 바라보았던 산, 거기서 죽어 장사되어진 곳으로 전해지는 느보산에는 오늘도 순례객으로 만원을 이루며 놋뱀이 높은 장대위에 서 모세의 때를 회상하게 했습니다.

느보산 순례를 마지막으로 이번의 성지 순례의 대 장정은 모두 끝이 납니다.

이번 순례여정에는 이제 농어촌 목회를 갓 시작한 새내기 목사님부터 농어촌 목회가 벌써 30년이 넘어가는 고참 목사님들까지 다양한 분들이 함께하였습니다. 1993년 이래 우양재단이 섬겨 온 100교회 농어촌 교회 목사님들 모두를 초청하였으나 아홉 교회는 건강문제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91교회 목사님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재단의 수행원, 현지 가이드 등 모두 100명이 넘는 많은 일행이 3대의 버스에 분승하여 순례를 하였습니다. 역시 목사님들이라, 누가 먼저고 누가 나중이랄 것 없이 서로가 서로를 챙기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순례 그 자체가 벌써 은혜가 되었습니다. 나이가 작고 많고, 경험이 많고 적고를 떠나 서로 배울게 있다면 겸손히 배우고 나누는 것이 미덕임을 몸소 실천하는 분들이 다름 아닌 목사님들임을 새삼 확인하는 그런 여행이었습니다.

 

디베리아 호수가에서 만났던 ‘네가 정녕 나를 사랑한다면, 내 양을 먹이라’ 하시며 우리에게 회복의 은사를 베푸시는 ‘회복의 주님’을 가슴에 품고 이제 각자 삶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마른 땅이 녹아 산과 들에 생명이 피어오르는 계절입니다. 우리 농어촌 목회자들이 사역하는 지역과 교회에도 작지만 아름다운 변화의 꽃들이 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농어촌이 더 이상 소외와 결핍의 터가 아닌 희망과 변화와 기회의 터임을 확신하는 농어촌 목사님들의 힘찬 사역을 두 손 모아 응원합니다.

성지순례는 우양재단과 함께하는 농어촌 100교회 목사님들을 위해 마련된 행사로 농어촌 목회를 사명으로 알고 마을 속에서 작은 공동체를 일궈 가시는 농어촌 목사님들의 묵묵한 헌신과 수고에 대한 감사이며 격려의 시간이었습니다. 여행의 주인공인 목사님들이 이번 순례를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이 회복되시고 앞으로의 사역에 많은 영감이 지속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한 사람을 만나고 사귀고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단지 시간의 문제라고 하기에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시련, 유혹, 고통 그리고 기쁨은 늘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문제기 때문이다. 그를 만난 장소 역시 남다르다. 100교회 목회자 성지순례 여정 중에 만났다. 이집트, 이스라엘 그리고 비로소 요르단에 넘어와서야 그와 대화다운 대화를 나눴다. 시간은 넉넉하지 않았다. 장소는 요란했고 어두웠다. 그러나 그와의 대화는 진솔했다. 우린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누구를 이해한다는 것은 장소와 분위기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의 정오에서야 비로소 이해된다.’ 는 것을 말이다.

 

나를 이근원이라 불러주오.

인간이 삶의 의문을 제기할 때는 언제인가. 바로 높이와 풍부함을 얻고자 할 때다. 삶은 높아지고자 할 때 분명 기존의 뭔가와 싸운다. 이근원씨 역시 그렇다. 10년 전 이집트 피라미드를 혼자 여행 할 때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까지 했다. 함께 손잡고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갔던 이야기는 성지순례 내내 회자되었다. 그런 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3년 전 아내가 뇌종양 선고를 받은 것이다. 큰 병원비를 감당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 부부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때 우양재단을 통해 얼마만큼의 병원비를 지원받았다. 이근원씨는 이때 하나님의 세심한 배려하심을 느꼈다고 한다.

 

성지순례 기간 내내 여느 목사님들 과는 달리 혼자 사색에 잠겨있는 이 목사는 흔한 디지털 카메라 하나 손에 들지 않았다. 처음 오는 여행지가 아니어서인지 남들과 다른 여유로움도 묻어난다. 100여 명의 대규모 무리. 순례의 여정 속에 남들과 다른 옷차림과 분위기로 궁금증을 자아냈던 그를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도 어디에도 구속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그에게서 노마드적인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니 호기심은 증폭됐다.

 

다같이 놀자 양평교회에서

경남 거창, 양평마을. 할머니 7, 아이들 조금, 중고등부 조금. 매 주일 12~15명 정도가 빙 둘러 앉아 예배를 드린다. 양평교회에는 강대상이 없다. 예배 형식이야 당연히 있지만 이목사가 설교하는 도중에 누군가 말을 하면 순간 딴 길로 새기 일수다. 그게 뭐 그렇게 큰 문제겠는가. 그저 방바닥에 둘러앉아 이야기 하는 자체가 예배인 것을 이 교인들은 잘 아는 것 같다.

 

감리교 수련목 이후 목사안수를 받고 첫 사역지인 양평교회. 벌써 9년째 한 교회에 머물며 살고있는 그에게 목회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한 순간도 어려웠던 적이 없다. 순진한 할머니들과 노는 것이 재미있다. 할머니들은 매일 싸우지만 말리지 않는다. 교회는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않나. 양평교회 교인들은 평생 처음 교회에 나온 분들이 대부분이다. 어떤 어르신은 십자가에 합장하고 들어오신다. 교회가 어떤 곳인지 모르는 분들이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그게 문제인가. “이분들은 단순히 성도가 아니예요. 식구죠.” 그의 말이다. 아래채 예배당에서 예배가 끝나면 윗채에 올라와 밥을 먹고 차를 마신다. “예배는 결국 밥상으로 끝나야 해요.” 이제야 성도가 아니라 식구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교회는 교회기만하고 세상은 세상이기만 하다.”

이 목사는 소통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매년 성탄절 등 절기 행사 때마다 나름의 주제를 정해 마을 축제로 진행한다. 재작년에 ‘Fun Fun한 크리스마스에 이어 작년 크리스마에스는 이웃에게 말을 걸다.’ 는 주제로 마을 회관에서 중고등부 아이들이 공연도 하고 함께 떡국도 끓여 먹었다. 분위기는 물어볼 것도 없이 좋았다. 교회의 분명한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행사였다.

 

어쩌면 일어날지 몰라, 기적

그는 지금 작은 공간을 만들었다. 마을 어르신이 무상으로 땅을 빌려줬고, 또 어떤 누군가가 건물을 빌려줬다. 이들 누구도 주인이라고 우기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도 주인이 아닌 공간이 생겼다. 그는 그곳에 이름을 사람 책 도서관이라고 붙였다. ‘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란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도서관이라 하면 으레 책을 빌리기 마련인데 이 곳에서는 책 대신 사람을 빌려 읽는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여행 책이 되어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목 받지 않는 소방관이 미혼모가 동성애자가 스스로 책이 되어 자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리빙 라이브러리바로 그가 꿈꾸는 살아있는 도서관이다. “책을 읽는 건 사실 대화하는 거예요.” 아직은 미비하지만 이런 공간이 존재한다는 생각만으로도 흥분된다.  

 

교회는 이루어진 공간이 아니라 이루어가는 공간이예요.”  

교인이 아니더라도 주위에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을 초대하고 이야기한다면 어떨까. 공동체라고 꼭 한 공간에 모여 살아야 하는가. 이목사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그게 바로 공동체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교회, 마을이 아니라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이루는 공동체. 고정된 틀 속에서 교회는 이래야 한다는 것을 거부한다. 그는 본질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립된 삶에서 함께하는 삶으로.  

 

잠시 쉬어가는 여행, 성지순례

성지순례의 참여한 사람 대부분이 목사이고 남자인지라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물었다. 성지순례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그는 같은 형편의 사람들끼리 성경에 있는 성지를 돌아보고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하는 것 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했다.

그는 기억에 남는 성지로 이집트 모카탐 언덕에 오를 때를 꼽았다. 모태신앙으로 평범하고 안정적인 신앙생활을 해왔다. 어릴 때 아침마다 가정예배를 드렸고 청소년기에는 교회에 대한 반항심도 있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어쩌다신학생이 됐다고 한다. 그런 그가 모카탐을 오르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신앙의 단단함에 놀랐다. 무슬림으로부터의 조롱 속에서도 신앙을 잃어버리지 않는 그들을 보니 가슴이 짠해왔다. 

 

처음에는 그저 말랑하게 보였던 그였는데 대화를 하고 있자니 말랑함 속에 단단함이 느껴진다. 이유를 찾았다. 그는 인생의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아버지를 꼽았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억척스럽게 일 하시는 아버지는 궂은 일 마다하지 않으시는 단단한 분이었다. 아버지의 신앙은 인생 못지 않게 고집 있는 단단함이 있었다. 이 목사는 그런 그의 아버지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지 않았을까. “우리 아버지는 단단하신 분이예요.” 라는 말이 마치 우리 하나님은 단단하신 분이예요.” 처럼 들린다.

 

한번은 아내가 물었다. 당신이 원하는 목회는 뭐냐고. 한참을 고민했다. 나는 무엇을 보며 달려가는가. 여전히 고민 중이다. 그는 정의와 평화, 화해 그리고 용서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틀린 것인데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미 그는 어쩌면 많은 것을 용서하고 이해하며 사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Happy virus, 양평교회. 그가 현재 운영하는 블로그 이름이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은 아니다. 현재의 삶을 차곡차곡 쌓아 두는 공간이다. 삶이 무료해질 때 경남 거창 양평교회에 들려보시라. 특별하지는 않지만 남다른 삶의 탈출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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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양이 뜻 깊은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농어촌을 지키고 있는 목회자 100명에게 주어질 특별한 선물입니다. 메마른 소외지역 일꾼에게 한줄기 청량제가 될 선물은 바로 성지순례입니다. 어쩌면 평생 비행기 타 볼일이 없을지 모르는 시골 목회자들은 얼마나 신이 날까요. 벌써부터 여권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우양사무실로 전화 문의가 빗발칩니다 

사실 농어촌 100교회 목회자 성지순례 프로젝트는 2011년 초에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재스민 혁명이라 불리는 중동 민주화의 소요 속에서 연기가 된 것이지요. 그때도 무리를 해서 중동행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성지순례코스를 변경해야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의 흔적이 묻어있는 그리스, 터키 지역도 의미가 있지만, 이스라엘, 이집트 등 예수님의 발자취가 그대로 살아 있는 장소를 포기할 수 없었거든요. ‘언제 다시 올 기회일지 모를 성지순례여행에 아쉬움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이사장님의 바람도 담겨 있습니다.

 

2012년 성서 인물의 후손을 만나러 갑니다

 

그렇게 크게 돌아 우양 성지순례단의 출국날짜가 정해졌습니다. 2012311일이 그날입니다. 1213일의 일정에 담을 수 있는 최선의 코스를 잡았습니다. 이집트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을 거쳐 요르단에 이르는 여정입니다 

먼저 이집트! 이집트 하면 스핑크스와 피라미드가 떠오르시지요? 하지만 이집트(애굽)는 기독교와 성서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아브라함과 요셉이 살던 곳도 그곳이며, 모세를 담은 바구니를 띄운 나일강도 이집트에 있습니다. 헤롯왕의 서슬 퍼런 칼날에서 피신한 아기예수의 피난처도 이집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시내산의 일출은 이집트의 백미입니다. 진정 인간이 신의 얼굴을 마주할만한 장소라고 할 만합니다 

 

요르단 역시 성경에서도 무척이나 중요한 지명입니다. 인디아나 존스로 유명한 페트라 말고도, 출애굽 때 모세가 올라 가나안을 내다봤다는 느보산, 성서에서 인간의 아들로서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세례요한의 활동무대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성지순례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 아닐까 합니다. 성서에서 800번 넘게 언급되는 예루살렘은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죠.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벽돌 하나하나가 성서시대의 산 증인이 아닐까요. 사해에도 들러 짠물 수영을 하고, 베들레헴 말구유를 기념한 교회도 방문합니다. 롯의 소금 기둥도 지나칠 수 없는 명소고, 고요한 갈릴리 바다 선상에서 예배를 드릴 예정입니다. 가나혼인잔치의 기억도 떠올리고, 오병이어 기적의 흔적도 돌아봅니다.

 

목회자님들 참고하세요 

이외에도 13일간 밤잠을 줄여가며 순례할 예정입니다. 꽤나 강행군을 할 예정이니, 체력을 길러오는 것도 참가자의 준비덕목 중 하나입니다. 사해 수영에 필요한 수영복수건도 준비하셔야합니다. 바람막이 점퍼도 필수품입니다. 중동이 365일 덥다는 건 편견입니다. 정확하게 365일 낮에만 덥습니다. 저녁시간에는 꽤 쌀쌀하답니다. 

순례 참가자들의 거룩하게 흥분된 그 기분 모를 바 아니지만 꼭 기억해주셔야 할 몇 가지가 더 있습니다. 여권을 챙겨 주셔야하고요. 특히 이번 여정에는 복수여권이 필요합니다. 여권의 유효기간도 확인하셔야 합니다.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유효기간이 남아있지 않다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한국으로돌려보내질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현지에 도착해서는 가이드와 우양직원들의 통솔에 잘 따라 주셔야합니다. 그 옛날 하나님의 아들이 활동했던 모습을 떠올리며 깊은 기도에 잠기시거나, 혹은 더 많은 곳을 보시려다가 저희 약속시간에 버스나 기차에 오르시지 못한다면 큰일입니다. 말도 글자도 숫자도 다른 낯선 나라에 덩그러니 남겨질 겁니다. 다만, 시골교회 목회자를 넘어, 중동지역 이슬람선교사로 새롭게 헌신할 각오가 있으시다면 잘 모르겠지만요.

 

 

100교회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를

아쉬움도 함께 전합니다. 그간 오랫동안 농어촌지역에서 목회하시며 우양과 함께하셨어도, 현재 도시지역으로 목회 장소를 옮기신 사역자분들은 안타깝게도 함께 할 수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열악한 환경에서 땀을 흘리는 동료 목회자들의 성지순례 뒷얘기에 만족하셔야합니다. 만족 못 하시겠으면 다시 시골로 오시면 됩니다. 우양은 언제나 시골교회 사역자분들을 환영합니다.

엊그제 한 목사님이 저희에게 문의를 주셨습니다. “복수여권 말고 단수여권을 만들어도 되겠습니까? 3만원 더 저렴하더라고요. 이후에 해외여행하게 될 일이 도무지 없을 것 같아서요

꼭 복수여권을 준비해달라고 담담하게 답했지만, 어딘가 마음이 짠해져오는 상황입니다. 어쩌면 인생에 한 번뿐일 그 여행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농어촌 마을 곳곳에서 풍성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을 수 있는 사역자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이번 성지순례는 목회자 100분만을 위한 게 아니라, 100분의 목회자가 계시는 100개의 시골교회에 선사하는 즐거움이기도 하니까요.

 

출발일은 311일입니다.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