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만들어 내는 여인, 사모

라고, 거창하게 제목을 달았지만 이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도 안 가는, 모두가 기피하는 시골 마을에서 땅을 일구고, 어르신들을 돌보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작은 교회가 있다. 목사인 남편이야 신의 부르심에 조용히 응답했을 뿐이라 치자, 아내는 무슨 죄인가. 근데 어느 샌가 목사인 남편보다 더 마을을 사랑하고,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우리는 그 사람을 사모라 부른다.

충북 옥천군 안남면 지수리에 안남시온교회는 작은 시골교회다. 성도라고 해봤자 장년 19명, 주일학교 10명이 고작이지만 24년의 역사를 가진 교회다. 교회 건축을 앞두고 젊은 교인들이 나가면서 교회는 더욱 고령화 되었다. 그래도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이자 예배 장소를 소망하며 조금씩 주춧돌을 놓고 있다. 재정이야 말할 것도 없이 힘들고, 일이 진행되는 속도도 더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예배당에서 예배할 날을 생각하면 날마다 신이난다.

시골교회 사모는 하는 일이 많다. 마을의 경조사를 챙기고, 심방을 가고, 어르신들을 돌보고, 어려운 일을 당한 이들을 상담하는 일이다. 안남시온교회 김은미 사모도 늘 바쁘게 사역을 감당한다. 김은미 사모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주일학교 교사이다. 주일학교에 나오는 아이들 대부분의 부모는 아직 교회에 나오고 있지 않다. 실망할 일은 아니다. 아이들을 잘 가르쳐 부모님을 전도하는 매개가 되게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시골 아이들의 가정환경은 생각보다 심각한 경우가 많다. 안남시온교회에도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6명, 그 중에서 엄마가 없는 아이들이 3명이다. 사랑이 부족한 아이들은 언어가 거칠고 자기 자신을 “바보, 멍청이, 죽을 놈 이예요. “라고 학대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게임에 빠져 지낸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같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김은미 사모는 늘 가슴이 아팠다.

아이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음악, 핸드벨

지난 성탄 발표회 때 아이들과 함께 준비해서 발표한 핸드벨 연주는 아이들 자신뿐만 아니라 그 발표회를 찾은 부모님들에게도 감동을 줬다. 핸드벨은 매력 있는 악기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음악 재능이 뛰어나지 않아도 함께 어우러져 한 곡의 음악을 완성한다.

“하나님께서 상처받은 아이들을 음악을 통해서 치료하실 생각을 하니 너무 설레는 거예요.”

성탄 발표가 끝나고 나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평소에 게임밖에 관심이 없던 아이들이 핸드벨을 계속 배우길 원하는 것이다. 이 작은 악기가 아이들의 마음을 열었다. 김은미 사모는 핸드벨 연주가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안남면은 학원도 지역아동센터도 없는 문화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다. 이런 지역에서 악기를 배우는 일은 실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매주 토요일마다 교회에서 모여 연습을 하기로 했다. 김은미 사모의 마음이 바빠졌다. 핸드벨을 가르쳐줄 사람이 없으니 김은미 사모가 레슨을 받아 직접 가르쳐야 하고 또 당장 핸드벨도 구입해야 한다.

시작은 뮤직벨로, 나중은 핸드벨로 창대하게

핸드벨은 3종류다. 뮤직벨, 핸드차임, 핸드벨이다. 그 중 아이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 뮤직벨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뮤직벨에 대해서 조사하던 중 대전에서 핸드벨 연주자로 활동하는 송재월 선생님을 만나게 됐다. 매주 1회 핸드벨 레슨을 약속 받았다. 이제 모든 준비가 됐다.

악기를 연습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악기를 구입해야 한다. 핸드벨은 개당 30만 원이고, 핸드 차임은 120만 원 정도이다. 그중에 제일 싼 뮤직 벨은 20만 원 이면 사는데 그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김은미 사모는 우양재단 ‘사모님 자기개발 프로그램’에 핸드벨 레슨과 구입비를 신청해 뮤직벨을 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연주를 위해서는 핸드차임이 반드시 필요하다.

“체계적인 연습과 교육을 통해 핸드차임, 핸드벨 등 상위 악기로 넘어가야죠. 그 때 되면 우양재단처럼 또 누군가의 도움이 있을 거라 믿어요.”

 

소망, 상상할수록 부풀어 오르는 무엇

김은미 사모는 벌써부터 꿈에 부풀어있다. 아이들과 함께 안남면 작은 음악회에서 연주하고, 겨울마다 안남면 마을 회관에서 공연하는 상상을 한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고 주목하지 않았지만, 이 작은 악기가 변화를 가져올 거라 믿는다.

“핸드벨은 침체되어 있는 환경 속에 안주해 있는 저에게 도전이예요. 바라기는 이것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가 치료됐으면 좋겠어요. 또 믿지 않는 부모님들을 하나님께 인도하는 구원의 통로가 될 거라 믿어요.”

모두가 떠나버려, 소망조차 품을 수 없는 작은 시골마을이, 아이들의 조그마한 손에 들려있는 핸드벨을 통해 행복한 삶의 터가 되는 것을 상상해보라. 그것은 아마도 누군가의 깊은 바람이 하늘에 닿았기 때문 아니겠는가!

 

우양재단 사모님 자기개발 프로그램이란?

농어촌 미자립 교회에서 삶을 던져 사역하는 사모님들의 자기개발을 돕고자 소정의 지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