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두 번째 작품을 이제 막 마쳤다. 꼬박 한 달을 매일같이 공연하다보면 지칠 만도 한데 여전히 힘이 넘친다. 공연을 하는 이유와 목적이 있기 때문이란다. 그가 9월 한 달 동안 공연 했던 연극 ‘이중사연’은 평양 출신 탈북자가 남한에 내려와 대리운전기사를 하며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이다. 이 연극에서 김필주 씨는 일사후퇴 때 월남한 노 회장 역을 맡았다.

 

 

우연히 시작한 연극, 인생의 활력소가 되다

연극 ‘이중사연’은 작년 9월 첫 작품인 연극 ‘정명’ 이후 일 년 만에 선보인 작품이다. 지난 번 작품과 같이 탈북청년연합에서 제작하는 탈북자를 소재로 한 연극이다.

"작년에 처음 공연을 할 때는 연극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제가 회원으로 있는 탈북청년연합에서 준비했었고 같이 하자는 제의가 들어와 큰 고민 없이 수락했거든요."

남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일들 중에 하나로 생각하고 연극을 시작했다. 무엇하나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끼던 시절 연극은 삶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다.

“체력, 발성, 화술 훈련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꼬박 한 달을 했어요. 그리고 그 후 한 달은 대본연습을 하고 또 한 달은 연기수업을 했어요. 훈련이 고되긴 했지만 즐거웠어요. 이 연극을 통해서 남한사람들이 탈북자들을 조금 더 이해 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연극 ‘이중사연’의 내용처럼 수많은 오해와 차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탈북자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두 번째 작품을 선뜻 승낙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첫 번째 작품을 마친 후 좋은 추억이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다시 연극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감사하게 저에게 두 번째 기회가 왔고 이번에는 조금 더 직접적으로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어요.”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면 대한민국은 훨씬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거예요.”

대한민국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며 잘 살아가려고 고군분투하는 ‘이중사연’의 주인공 남수는 필주 씨 자신의 모습 그대로였다. 극중 남수가 다른 이들의 오해와 차별 때문에 힘들어 하는 장면에서는 자신이 뛰쳐나가 대변해주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저도 적응이 힘들어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주위의 시선 때문에 취업도 힘들었고 이 땅에서 내가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하니 절망적이었어요. 무능하게 느껴지는 내 자신이 너무 싫었죠. 그 때 연극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대한민국 사람과 탈북자 사이에 다리역할을 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었다.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면 대한민국은 훨씬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이 그 일을 해냈다.

“주인공 남수 역을 맡은 배우가 인터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어요. 본인도 이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는 탈북자에 대한 편견이 많은 흔한 대한민국사람이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번 공연을 통해서 탈북자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변했다는 거예요. 공연에 참여하고 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무척이나 기뻤어요.”

 

그는 이번 공연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연극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그를 찾는 작품에 참여했다면 이제 부터는 그가 할 수 있는 작품을 찾아볼 생각이다. 연일 연습과 공연으로 바쁘고 피곤해도 오랜만에 그를 만나는 사람들은 다들 그에게 얼굴이 좋아졌다며 인사를 건넨다.

“아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인 것 같아요. 연습이 길어질 때도 컨디션이 안 좋은 날도 한 번도 지친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요즘은 내가 연극배우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살 수 있을지, 나에게 그런 끼가 있는 것인지 인생을 두고 진지하게 고민중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