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빈(25) 씨는 지난달 한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했다. 기아대책이 후원하는 인도네시아 유학생 6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장학금 수여식이었다. 그녀는 유독 가슴이 뭉클했다. 먼저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유학을 온 인도네시아 학생들에게 장학금이 전달되어 기뻤다. 그리고 대학시절 장학생으로 참석했던 장학금 수여식이 떠올랐다. ‘내가 지금 도움을 받는 것처럼 사회에 나가면 어려운 학생들의 학업을 돕는 사람이 되라’던 장학재단 이사장의 당부를 한 번도 흘려듣지 않고 마음에 새기고 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녀는 또 다른 장학금 수여식에 스텝으로 참여해 행사를 돕고 있었다.

“괜히 눈물이 났어요. 그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해서이기도 했지만 내가 우양재단에서 장학금을 받던 일이 계속 떠오르면서 또 한 번 감사했어요. 당장 내 돈으로 장학금을 주는 건 아니었지만 나도 분명 그 장학금이 전달되기까지 돕는 일을 하고 있잖아요. 받은 사랑을 꼭 돌려주겠다는 다짐이 조금씩 실현되고 있는 기분이에요.”

2013년 상반기까지 그녀는 우양재단 장학생회 학생회장이었다. 그리고 2013년 하반기 지금 그녀는 기아대책 국제사업본부 신입간사다.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이루어 졌어요. 오래 고민할 겨를도 없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 다 감사한일 뿐이에요.”

 

 

 

 

“봉사의 맛을 알게 되었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어서 행복하다는 그녀는 매일이 감동이다. 지금 이 자리가 딱 내 자리라고 말하는 그녀지만 처음부터 NGO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는 정치에 관심이 많았어요.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용기와 정의감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런저런 고민을 할쯤에 친하던 친구가 심리적인 이유로 굉장히 힘들어하는 것을 보았어요. 그 친구의 모습이 제 개인적으로는 너무 큰 충격이었어요.”

힘들어하는 친구의 모습을 본 것도 충격이었지만 그 친구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무기력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휴학을 했다.

“휴학을 하고 심리치료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이주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주는 봉사를 했어요. 우연한 기회로 몇 번의 봉사활동을 더 하게 되었고 봉사의 맛을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사랑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해 시작한 활동들은 사실 사랑을 받는 일이었다. 그렇게 스며들듯 그녀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1년 6개월의 휴학을 마친 후 그녀는 더 씩씩하게 학교로 돌아왔다. 복학 후에는 본격적으로 NGO활동에 뛰어들었다.

“대학생 NPO인 Youth CLIP에서 코디네이터로 활동할 때 난민인식개선 캠페인을 했던 것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한국에 있는 많은 난민들이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고 불법체류자로 살아가고 있거든요. 그건 국민들이 난민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에 정부에서 인정해 주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웃으로 그들을 소개 하고 싶었어요.”

이전엔 상상하지도 못했던 큰 규모의 행사를 치렀다. 서툴기도 하고 배운 것도 많았다. 가장 큰 수확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국제 이슈를 다루는 것은 큰 단체나 유명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이더라고요.”

 

 

 

 

“삶 전체로 사랑을 나누는 분들을 보았어요.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죠.”

이 후 개발을 넘어 발전 대안을 찾고자하는 국제 NGO인 ODA Watch 아프리카 분과 활동에 한창 열을 올릴 때쯤 그녀는 문득 아프리카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3학년이 되면서 국제개발 NGO인 ODA Watch 아프리카 분과에서 활동했었어요. 나름 공부도 열심히 해서 기사도 쓰고 했었죠. 그런데 아프리카를 한 번도 보지 않고 아프리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양심에 걸렸어요. 그때 마침 학교에서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가는 인턴프로그램이 생겼어요. 단숨에 신청했어요.”

아프리카에의 삶은 그저 행복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한다거나 이 지역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은 없었다. 단지 함께 어울려 살면서 서로를 사랑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최대의 업무였다.

“그곳에서의 시간을 행복하게 기억하는 것에는 당시 함께 거주했던 지부장님 가정의 영향이 커요. 그분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시간의 일부, 돈의 일부를 떼어 다른 이들에게 사랑을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전체로 사랑을 나누는 분들이었어요. 그 모습을 보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대기업에 입사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잠시 고민도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올해 8월 국제구호기구인 기아대책에 입사했다.

그녀의 꿈은 세계평화이다. NGO단체 국제사업본부에서 일을 해보니 참 많은 사람들이 세계평화를 꿈꾸며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요즘에는 세계평화가 세계의 평화가 아니라 나의 평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의 평화가 내 주변에 평화를 가져오고 내 주변의 평화가 그 공동체에 그리고 그 공동체가 또 다른 공동체에 평화를 가져오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나와 함께 있는 한 사람과 내안의 평화를 잘 나누는 것이 세계평화의 시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