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매주 금요일이면 홍대 거리로 향한다. 금요일마다 홍대거리에 모이는 청년이 한두명이겠냐만은 그는 조금 특별하다.

“안녕하세요. 독거어르신들을 돕는 우양재단에서 나왔습니다. 잠시만 이야기 들어보시겠어요?”

조금 일찍 다가온 겨울날씨 때문에 금세 손도 입도 얼어버린다. 그래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우양재단 캠페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윤희민씨(26)는 매주 홍대 거리에서 후원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 캠페이너를 하겠다고 우양사무실에 왔을 때에는 사실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는 유독 재단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다. 우양재단의 청년들과 함께 거리에 나가 좋은 일을 한다는 것 정도의 이해를 가지고 캠페이너 활동을 시작했다.

“그땐 그냥 재미있는 일처럼 보였어요. 재단 선생님들과도 친해지고 싶었고 또 다른 청년들을 만날 것도 기대되었고요. 제가 원래 사람만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렇게 나간 첫 캠페인은 당황스러움과 민망함의 연속이었다.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인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고 재단을 설명하는 일이나 후원을 하라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능력 이상의 일이었어요.”

 

 

 

나눔에 대한 새로운 생각

 

시작이 어떠했든 캠페인 활동은 익숙해졌다. 그리고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오늘 얼마를 벌었는지 머릿속으로 세어보면서 갔어요. 그런데 캠페인을 하고 집에 가는 길에는 오늘 만났던 후원자, 예비 후원자들 그리고 우리가 도와드리려는 어르신들과 탈북자들이 생각나요.”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시간과 열정을 쏟고 있다는 생각에 행복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그게 무엇인지 찾지 못했었죠. 캠페이너 활동을 통해 그것을 실천할 기회를 얻게 된 것 같아요. 이건 돈을 받고 일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져요.”

캠페이너 활동에 대한 그의 생각은 캠페인을 할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제가 만나는 예비 후원자들에게도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이 동일하게 있을 거예요. 그 사람들이 그것을 용기 내어 실천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일이 지금 제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양재단은 가능한 정기후원을 추천하고 있다. 정기후원은 일시후원에 비해서 요청하는 입장이나 후원을 결심하는 입장에서 훨씬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도움을 받는 분들에게 계획적이고 안정된 도움을 주려면 정기후원이 필요하다.

“간혹 저희의 설명을 듣고 당장 지갑에서 돈을 꺼내 주시려는 분들도 있어요. 물론 그 마음도 무척이나 감사하지만 저희가 모으고 싶은 것은 돈 뿐 만이 아니에요. 소외된 이웃들을 향한 꾸준한 관심이죠. 정기후원을 통해 그 마음들이 오래 지속되고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시후원으로 큰 금액을 내는 것보다 작은 금액을 정기 후원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이유는 꾸준히 마음을 함께 쏟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소외된 이웃들에게 후원금만큼 필요한 것이 따뜻한 관심임을 알기에 어려워도 포기할 수 없다.

 

 

 

나는야 우양 캠페이너

 

그가 후원캠페인에 열정을 가지게 된 데는 우양캠페이너팀에 대한 깊은 애정이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우양캠페이너 친구들과 동지애같은 것이 생겼어요. 캠페인을 하면서도 언제 거들어주고 또 언제 맡겨줘야 할지 알게 되는 거죠. 한마디로 쿵짝이 잘 맞아요.”

실제로 우양캠페이너들은 팀워크가 좋다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캠페인에 나갈 때뿐 아니라 캠페인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과정에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후원안내를 위한 문구를 짜는 일부터 캠페인을 위한 핸드파일을 제작하고 부스를 설치하는 일까지 캠페이너의 의견이 반영 되요.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부터 함께 하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도 마음이 더 많이 쓰이는 것 같아요.”

 

 

2013년 캠페이너 활동은 이제 곧 마무리가 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 묵직한 행복감을 맛보게 된 시간이었다. 교회 전도사 생활과 대학원 공부를 동시에 해야 하는 신학대원생 윤희민씨. 내년에는 더 바빠질 예정이지만 캠페이너 활동은 계속 할 생각이다.

“올 한해 캠페이너 활동을 하면서 저 스스로 ‘나눔’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나눔이라는 게 단지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일시적일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런데요. 한번 해보니 내가 행복해져요. 그러다보니 계속 하게 되고요. 다른 방법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그냥 지금 시작해보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내년에도 전 쭉 함께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