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를전하는사람/인터뷰'에 해당되는 글 50건

  1. [닮고싶은 청년들 vol. 15] 스물여섯 인생 페이지에 희망을 그리다
  2. [닮고싶은청년들 vol.13] 텃밭선생님 오삼득 할아버지
  3. 2012년 상반기 자원봉사자 문화모임

 

 

 

청년은 수줍게 웃었다. 이야기 하는 내내 눈빛은 반짝였다. 마지막에는 꽤나 진지하게 질문을 던졌다. 인간은 누구나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데 다들 그 시간을 어떻게 겪어 내는지가 궁금하단다. 청년은 지금 어디선가 알 수 없는 곳에서 날아온 두려움과 맞서고 있는 듯 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결정해야하는 청년들은 미지의 터널 앞에서 아마도 저런 고민을 하겠구나 싶어지니 이내 이해가 됐다.

 

스물여섯. 장로회 신학대학교 기독교 교육과 4학년 이다빛 씨는 현재 교회 전도사다. 으레 신학대학교 학생들을 학부 때부터 ‘사역’이라는 이름으로 교회에서 수련과정을 거친다. 그런 그가 졸업을 앞두고 신학대학원을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목회자의 길을 가지 않겠다는 거다.

 

“저는 저를 구원한 복음에 감사한 거지 직업으로서 목사가 되고 싶진 않아요.”

 

 

 

스물여섯, 자연을 닮아 살기로 하다.

 

고등학교 1학년까지 도시에만 살던 이다빛 씨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과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훗날 경기도 광주 산속으로 이사해 집을 지었는데 황토로 벽을 바르고 너와를 올려 지붕을 만들었다. 지금 그 집은 어머니가 목사 안수를 받고 교회를 개척하면서 교회로 사용하고 있단다.

 

“처음에는 어머니 생각을 듣기만 했어요. 근데 어느새 제 삶에 영향을 미쳤더라고요. 대학에 와서 깨달았어요. 제가 자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요.”

 

이다빛 씨는 졸업 후 경기도 여주에 있는 농업경영전문학교에 들어갈 생각이다. 전액 국비지원이 되는 것도 이유이고 앞으로 농사를 짓고 살고 싶은데 농사에 농자도 모르는 문외한이기 때문이란다. 사람이 노동을 하는 것은 필수인데, 얼마나 땅에 가까운 노동을 할 것이냐가 고민이었다. 그리고 그는 농사야 말로 삶에 근본적인 기쁨을 준다고 믿고 있었다.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에요. 남들보다 조금 더 삶의 자리를 자연으로 옮기고 싶은 거죠. 어떻게 살아야할지는 아직도 고민 중이지만.”

 

환경에 대한 우려가 많은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사람들의 무관심이 의아하고 이상했다. 웰빙 바람이 한창 불었을 때도 그랬다. 정말 건강하게 잘 사는 게 무엇인지 사람들은 모르는 듯 했다고 이다빛씨는 말한다. 그는 전인격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주변에 농업에 종사한 사람이 없다 보니 여전히 걱정이다.

 

 

 

 

장학생으로 만난 우양과의 인연

 

목회자 자녀 장학생이 우양과의 처음 인연이었다. 장학금이야 뭐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하는 정도로 이해될 만한데 이다빛 씨는 조금은 달랐다. 학교 공부를 너머에 있는 다른 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단다. 그 중 하나가 우양의 농어촌 프로젝트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시골로 농활을 다녀왔다. 장학생이어서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나름 많은 의미를 건저 올린 듯 했다.

 

“올해는 더덕 밭에서 일을 돕고 왔어요. 더덕을 잘 캘 수 있게 밑 작업을 하는 건데요. 그 덕에 더 새까매졌어요.”

올해는 우양의 농어촌 교회 지원사업인 청년프로젝트 공모에 지원해 당선이 됐다. 이다빛 씨는 경기도 광주지역에서 친구들과 함께 연주팀을 꾸려 찾아가는 문화공연을 하고 있다. 땅은 넓은데 상대적으로 인구가 퍼져있는 경기도 광주의 지리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생각이다. 대부분 비전공자들로 구성된 꿈꾸는 땅 문화공연팀은 지역사회에 정신적으로 영향을 주고 싶다는 당찬 청년들로 구성되어있다.

 

장비는 드럼, 건반, 베이스가 전부다. 연주 실력도 한계는 있다. 각자 생계가 있다 보니 한번 모여 연습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이번 프로젝트 당선으로 받은 지원금은 대부분 악기를 구입하는데 사용할 예정이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처음에 비하면 지금은 시쳇말로 잘 나가고 있다.

 

꿈꾸는 땅 문화공연팀은 로뎀여성폭력상담소 부설 사회적 기업이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이 기관은 성폭력 피해자 상담을 주로 하다가 예방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역 복지관이나 시설에서 문화공연과 함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찾아가는 문화공연은 그런 교육이 왜 필요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통해 마음을 여는 게 목적이다.

 

“문화나 정서적인 부분은 삶에 많은 부분에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해요.”

 

 

청년의 고민은 끝이 없다. 그래서 청년이다.

 

사춘기시절 인간사이 갈등과 분쟁을 겪으면서 그 때 처음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구나 싶었다. 외아들로 혼자 큰 것도 영향이 있었다. 영화를 많이 보며 자랐다. 영화 속 이야기와 현실은 괴리가 있지만, 영화에서처럼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이다빛 씨다. 그런 그의 장래희망은 ‘아빠’다. 시간이 흐르면 당연히 ‘되는’ 일이잖아 싶다가도 가장 기본이 되는 가족 안에서 보다 깊고, 진지한 관계를 누리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였다.

 

“어릴 때 공부를 안했어요. 그래도 고민은 있었죠. 중고등학교 내내 내성적이었어요. 뭔가에 얽매이고 싶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었어요. 현실에 적응하는 범위 내에서 나를 자유롭게 하고 싶어요.”

 

재능은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에게 음악을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이다빛 씨. 어쩌면 그 일을 이미 시작한건지도 모르겠다. 요즘 세상에 젊은 사람이 농사지어서 어디 밥벌이나 하고 살겠냐는 모진 질문에도 한 줌 웃음을 잃지 않으며 하고 싶은 일과 생계 사이의 간극에 대해서 고민도 놓치지 않는단다. 마냥 어리지만 않은 현실에 든든히 발 묶어놓고 있는 청년이다.

 

인생의 다음 단계를 위해 어떻게 살까하는 고민은 누군들 없겠냐마는 인생의 질문에 슬기롭게 질문에 대답해 가는 모습에서 오히려 희망을 본다.

 

‘지금은 연약해도 괜찮아! ‘

 

 

 

부웅~ 부부붕~!” 낡은 오토바이 소리가 우양빌딩 앞에 멈춘다. 십년은 더 탔을 법한 오래된 오토바이에서 노인 한 명이 내린다. 오삼득 할아버지(78). 오삼득 할아버지는 옥상 텃밭에 볼일이 있다. 건물에 들어오자마자 엘리베이터에 탄다. 6. 내려서도 한층은 걸어 올라가야 옥상이다. 몇 계단 올랐을 뿐인데 숨이 거칠다. 숨 고를 새 없이 고무호스를 들고 텃밭에 물을 뿌린다.

 

넓은 밭은 아니지만 이곳은 항상 일손이 필요하다. 텃밭을 가꾸는 자원봉사자는 많지만, 할아버지는 남다른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작물들에게 한바탕 물세례를 주고 나서야 한 숨 돌리는 할아버지. “이거 매일 아침 관리해주고 그래야 열매도 제대로 맺고 그러는데

텃밭 담당자에게 에둘러 잔소리다.

 

사실 할아버지는 우양 쌀 가족이다. 생활 형편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함께 사는 할머니는 몸이 많이 불편하다. 그간 폐지수집이 주 수입원이었다. 오토바이도 폐지를 나르기 위한 기구다. 무거운 종이더미와 박스를 나르며 생활비를 벌기도 벅찰텐데, 틈만 나면 우양 옥상텃밭에 올라와 본다.

 

요새는 몸이 안 좋아져서 종이 주우려 다니지도 못해. 허리도 고장 나고, 심장병이야 오래됐지. 그래도 우양에서 주는 쌀로 먹고는 살 수 있어. 다른 취미가 없으니 집에만 있어야 하잖아. 남들은 장기도 두고, 바둑도 두고 그러는데, 나는 그런 걸 하나도 안 배웠어. 여기 텃밭일이야 힘이 아니라 요령으로 하는 거잖아. 젊은사람들이 하기엔 힘들어도 오히려 나는 쉽게 하지.”

 

 

오삼득 할아버지는 젊어서부터 힘쓰는 일을 하셨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맨손으로 판 터널로 영동선 기찻길이 뚫렸고, 인근 광산에서도 오래 있었다. 빈 땅에서 농사일도 십년쯤하고, 서울근처에 와서는 목장을 했다. 나이가 더 들어서는 고물상도 했다. 한평생 무거운 짐을 나른 셈이다.

 

돈복이 없었나봐. 하는 일마다 잘 안되더라고. 젊어서 꿈이 농사한번 크~, 속편하게 지어보는 거였지. 지금 그래서 우양 옥상에도 올라와보고 그러나봐. 이렇게 작물 키워놓으면 동네 할머니들이 와서 재미삼아 따기도 하고, 먹고 그런다고 하더라고. 가끔 할머니들이 와서 밭을 망쳐놓고 가면 속상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이해해야지, 그런 소일거리라도 있어야지 노인들이.”

 

그는 옥상텃밭의 시작부터 함께였다. 텃밭에 심을 작물을 선택하는 데부터, 텃밭을 처음 가꾸는 청년 자원봉사자들의 교육도 할아버지 몫이다. “우양에서 도움을 받고 산지 10년이 넘었는데, 내가 더 늙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 벌써 몸이 많이 힘들어서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데, 여기 밭일이야, 내가 동네 사니까 한 번씩 들여다보는 정돈데, 도움이 될란가 모르겠네.”

 

 

나한테 쌀 가져다주는 사람은 이 동네 전파사 하는 사람이야. 동네에서 좋은 일도 많이 하고 그래. 사업은 크게 하지 않지만, 동네에 망가진 물건 보이면 고쳐주고 이러더라고. 좋은 사람이지. 우리 아들 키울 때도 저런 좋은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었는데. 우리식구들은 이제껏 살면서 경찰서한번 가본 적 없다니까. 근데 요새는 착하게 살아가지고는 밥도 못 먹고산다고 하더라고. 남들 속이고 산 사람들은 부자 되고 그렇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움도 있고...”

 

여느 노인들 이야기의 끝은 자식이야기다. 초등학교시절부터 시작해 자식 키워온 이야기를 늘어놓으신다. 들어보면 착하고 귀여운 꼬마이야긴데, 실제로 지금은 중년의 나이가 되었을 아들의 모습이다. 그래도 자신이 생각하는 바른 길로 일생을 걸어오고, 자신이 살아온 정직한 방법으로 자식을 키워낸 할아버지는 분명 닮고싶은 청년의 모습이다.

 

 

 

 

 

 

“심슨탕? 심슨탕이 머야?”

 

늘은 우양 쌀 가족과 함께 해주시는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의 문화모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왠 심슨이냐구요? 오늘 선생님들이과 함께 먹은 음식이 심슨탕이기 때문이죠. 심슨탕은 홍대에 위치한 부대찌개집이랍니다. 음식점에는 심슨을 의미하는지 노란 버터가 식탁에 놓여 있더군요.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은 말씀하십니다. “여기 뭐 젊은 얘들이 오는 데 같은데?” “우양에서 간다니까 와보지. 이런 데가 다 있네.”

 

양에서는 이번 문화모임 장소로 젊음의 거리 홍대를 선택했답니다. 자원봉사자 선생님들 중에는 청년 선생님들도 있지만 아버지, 어머니뻘의 선생님들도 많이 계시기 때문에 실무자는 선생님들 입맛에 잘 맞으실지, 즐거워하실지 고민을 많이 했답니다. 하지만 다른 이들보다 항상 앞서가시는(?) 선생님들은 충분히 즐기시리라 믿고 과감하게 시도했답니다.

 

 

상 문화모임을 진행해보니 고민을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선생님들은 역시나 젊은 취향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네요. 저희는 심슨탕을 먹고 근처 트릭아이 미술관에 들렀는데요.선생님들은 미술관을 관람하시며 그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시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답니다. 그 사진들 한번 감상해 보실래요?

 

 

지폐들을 주우시는 선생님들 포즈의 센스가 넘치지 않나요? 확실히 미술관의 작품들은 위트가 넘쳤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유머있는 완벽 포즈가 작품보다 훨씬 돋보이네요. 선생님들에게 질 수 없어서 저희 실무자들도 센스작렬 포즈를 취해보았답니다.

 

(제 모습 영화 300에 나오는 스파르타 군인같지 않나요? 몸매가 아니라고요? 네 잘 알고 있습니다. ㅠㅠ)

 

실히 청년 우양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저희 자원봉사자 선생님들도 젊음이 넘치신답니다. 우양과 함께해주시며 어르신들을 돌봐주시는 모습에 저희들은 젊은이와 같은 열정과 활기를 보고 있답니다. 젊음을 느끼고 싶으신가요? 언제든 우양으로 찾아오세요. 젊은 활력을 언제든 느낄 수 있답니다.

 

양과 함께 하면 좋은 일이 생길수도 있어요. 위 사진처럼요? ^^

 

우양 쌀 가족 자원봉사 문의
돌봄팀 이해규 간사 tel : 02-333-2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