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농어촌유산답사기 no.1 [초계중앙교회편]

 

 

part 5. 두둥실 소원을 저 밤 하늘위로~ & 더위와의 사투, 그리고 집으로

 

 

짧지만 강렬했던 오후 일과를 마치고 저녁식사 후 우리 모두는 둥그렇게 둘러앉았습니다. 둘러앉은 우리 모두의 두 손에는 색연필과 풀이 쥐어져 있었고, 무엇을 할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저녁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초계중앙교회에서의 마지막 밤에 할 프로그램은 바로 풍등 만들기입니다. 풍등이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놀이 중 하나로 등을 만들고 안에 불을 붙여 열기구의 원리를 이용하여 하늘 높이 띄어 올리는 기구입니다우리는 이 풍등을 21조로 만들고, 풍등의 4면에 각자의 소원 및 기도제목 등을 적어서 하늘 높이 올릴 계획입니다.

 

하늘 높이 올라간 등은 등 내부의 불이 모두 꺼지면 천천히 땅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화재의 위험은 전혀 없으며, 더욱이 낮에 내렸던 비로 인해 모든 풀과, 나무 등이 모두 젖어있기 때문에 더욱 안전해져 풍등을 날리기엔 최적의 조건이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프로그램의 취지와 설명을 끝내고 공정하게 쪽지를 통해 21조의 팀을 만든 후 저의 설명에 따라 정성스럽게 풍등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풍등에 각자의 소원과 기도제목을 적고, 그리기 시작합니다. 과장님 올해(2012)안에 꼭 결혼하게 해주세요!”와 같은 기특한 소원에서부터

 

 

항상 주님과 함께 하는 교회되길!”과 같은 노멀한 소원,

 

 

 

그리고 일본어로 적어놓은 알아보지 못할 소원까지.

 

 

 

각자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소원들이 풍등에 소중하게 채워져 갑니다.

 

 

약 한 시간여에 걸쳐 풍등을 완성하고 우리들은 모두 풍등을 들고 교회의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별 하나 떠있지 않은 캄캄한 밤하늘은 곧 우리들이 하늘 높이 날려 올릴 풍등으로 밝게 빛날 것입니다.

우리들이 마음속 깊이 숨겨놓았던 소중한 꿈과 기도제목과 함께 말이죠. 그렇다면 저희가 만든 풍등이 모두 성공해서 하늘 높이 날아올라갔을까요? 글쎄요. 그건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희들이 품고 있던 기도와 소망들이 꼭 하늘에 계신 그분께 전달되었다고 저희는 믿는다는 것이죠.

 

풍등을 날리고 갖가지 게임으로 새벽까지 달린 우리들은 다음날 아침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간단한 토스트와 시리얼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한 후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하여 일을 곧장 시작했습니다. 남자들 및 몇몇의 여자들은 장작을 패고, 정리하는 작업을 하기로 했고, 남은 여자들은 교회 및 공부방 등 전체적인 청소를 하기로 한 것이죠.

 

 

 

 

 

우리는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모든 일을 간단하게 마치고 각자 집에 돌아갈 생각으로 들떠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자 다시금 큰 어려움이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바로 뜨거운 태양입니다. 어제 내렸던 비로 인해 우리는 이 합천지역의 특성에 대하여 잊고 있었던 것 이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도시라는 특징 말입니다.

 

막상 마당에서 도끼질을 시작하니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 흘러내립니다. 30도 중반이 훌쩍 넘어가는 온도와 뜨거운 햇볕으로 인해 10분일하면 그늘로 대피해 10분간 누워있는 일이 반복됩니다. 우리의 일 잘하는 장주임도 더위에는 장사 없다는 말처럼 그늘 평상에 누워 기절mode들어갑니다.

 

 

 

하지만 이런 열악한 환경 가운데서도 모두 불평 한 마디 없이 맡은바 일에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대견스럽기까지 합니다.그리고 남자들이 도끼질로 장작을 패면, 여자들은 그 장작을 외발 수레를 이용하여 구석까지 가지고 가서 차곡차곡 재기 시작합니다.

 

 

옛 어른들은 장작을 잰 것을 보고 그 사람의 성실성을 판단했다고 하던데, 저렇게 차곡차곡 잘 잰 모습을 보니 우리 장학생들이 모두 성실하긴 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그렇게 오전 내내 최선을 다해 교회를 청소하고 장작을 팬 우리들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각자의 집으로 떠날 채비를 했습니다. 우리는 처음에 초계중앙교회에 올 때 교회에 무엇인가 도움을 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하지만 막상 떠날 때가 되니 우리는 드린 것보다 얻은 것이 많았음을 깨달았습니다. 목사님의 사역을 통해, 그리고 그러한 삶의 방법을 통해 각자 마음속에 남은 그 무엇인가와, 이러한 일들을 함께 겪고, 즐거워하고, 행복해했던 우리 모두가 있었기 때문이죠.

 

누군가 저에게 이렇게 물어본 사람이 있었습니다. 과장님, 왜 농어촌에서 목회하고 계시는 목회자 자녀분들과 신학생들을 데리고 이렇게 농촌 활동을 가시나요? 신학생들은 잘 모르겠지만 농어촌 목회자 자녀들은 나고 자란 곳이 농어촌인데 왜 그들을 꼭 데리고 가는 것이죠? 그럴 이유가 있나요?” 라고요.

 

어떻게 보면 맞는 말입니다. 우리와 함께 이번 농촌활동에 참석한 인원 중 절반 이상이 농어촌에서 생활하고 있는 친구들이니까요.하지만 저는 그런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합니다.

 

농어촌은 무척이나 소중한 곳이고, 농어촌의 어려운 환경 가운데서 목회라는 사명을 감당하고 계시는 목회자님들은 더욱 소중한 분들이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기회를 통해서 농어촌 목회를 하고 계시는 각자의 부모님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고,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자기 교회를 떠나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사역을 하고 있고 어떻게 하나님을 만나고 있으며, 하나님께서 그 뜻을 어떻게 이루시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요.

   

저희들의 짧은 23일은 이렇게 끝이 났지만, 이게 완전한 끝은 아닙니다. 저희에게는 아직도 너무 많은 인생이 남아있고, 농어촌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저희의 농어촌 사역은 끝없이 이뤄질 테니까요. 그리고 올해 여름은 이렇게 지나가지만 2013년의 여름은 곧 돌아올 테고, 그 때는 또 새로운 많은 청년들과 함께 다시 농어촌의 교회를 찾을 테니까요.

 

내년에는 여러분들도 저희와 농어촌으로 함께 떠나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