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농어촌유산답사기 no.1 [초계중앙교회편]

 

 

 

part 4. 둘째 날, 축복의 비 & 도끼전쟁

 

둘째 날, 이른 아침이 아닌 그냥 아침. 우리들은 간단한 시리얼과 토스트로 아침을 해결하고 오전 일과를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오늘은 대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어떤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목사님을 기다리고 있었고 드디어 아침 9. 목사님께서 저희들을 찾아오셨습니다.

 

여러분, 이곳에서는 무조건 저의 말에 순종하기로 약속하셨죠?”

 

아니 도대체 어떠한 일을 시키시려고 시작부터 순종을 물어보실까요? 하지만 저희는 목사님께 약속드린 것이 있기 때문에 하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해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오전은 저와 함께 합천의 이곳저곳을 둘러볼 계획입니다. 거의 모든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하는 합천영상테마파크라는 것이 합천에 있는데 요즘은 각시*을 촬영 중이에요. 잘 하면 주one도 볼 수 있을지 모르는데 여기까지 먼 길 왔는데 보고 가는 것은 어때요? 오전에는 합천영상테마파크를 관람하고 점심 먹고 뜨거운 해를 피해 조금 쉬었다가 오후에 힘내서 바짝 일 하는 걸로 하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원래 시골사람들은 새벽에 일하고 한낮에는 쉬다가 밤에 일 하는 것이 그들의 삶이거든요~ 우리도 그렇게 하죠? 때마침 오늘은 구름이 껴서 돌아다니기 좋은 날씨 같은데..”

 

저희는 목사님의 일을 도와드리기 위하여 이곳에 왔지만 누구 하나 빠짐없이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우렁차게 대답했습니다. ! 목사님, 얼마든지 순종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희 10명과 목사님, 그리고 목사님의 장남인 다원이가 동행을 하여 12명이 합천군영상테마파크로 출발하였습니다. 모두 각시탈의 주원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설레임에 수다를 떨었고, 목사님 또한 이런 기회를 통하여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기쁨에 기분 좋은 미소를 띠우셨습니다.(참고로 목사님께서는 너무 바쁘셔서 아들과 단둘이 이런 시간을 보내보신 적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나이에 비해 의젓해 보이는 다원이의 모습이 약간 저의 마음을 찡하게 했습니다.)

 

 

 

합천군영상테마파크는 무척이나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비록 아쉽게도 주원을 보지는 못했지만 각자 에덴의 동쪽’, ‘전우치’, ‘태극기 휘날리며’, ‘각시탈등의 촬영장에서 주인공이 된 것처럼 사진을 찍고 한 순간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니 말이죠. 그리고 촬영장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합천군영상테마파크에서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하게 되면 합천군 군민들에게 전체적으로 엑스트라 요청 연락이 간다고 하더군요. 연예인도 보고 아르바이트도 하는 일석이조의 경험이기 때문에 특별한 일 없으면 군민들이 촬영한다고 하시며, 목사님도 몇 차례 출연한 경험이 있으신데 얼굴은 나오지 않고 뒷모습만 나왔다고 아쉬워하시는 목사님이 조금은 귀여워(?) 보이시기도 했습니다.

 

합천군영상테마파크를 관람한 저희는 테마파크 안에 있는 일본식 사누키 우동집에서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초계중앙교회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 한 방울, 두 방울 가늘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목사님은 비가 잘 오지 않는 합천에 비가 온다는 것은 무척이나 귀한 일로 그 비가 바로 축복의 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축복의 비라, 축복의 비라는 표현이 저희들에게도 꼭 와 닿습니다.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것과는 다른 의미로요. 비가 많이 오면 당연히 외부에서 우리가 일을 하지 못할 테고, 그러면 오후 내내 푹 쉴 수 있을 것 이라는 검은 마음에서 말이죠. 일을 도와드리겠다고 온 사람들이 오전 내내 쉬어놓고 그것도 모자라 오후에도 일 안할 궁리를 하다니. 하지만 그 때 저희의 마음은 바로 그랬습니다. 그리고 그런 저희의 어두운 마음에 화답하듯 돌아가는 길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굵어진 빗방울, 아니 폭우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내리는 비로 인해 오후 일과는 잠정 취소입니다. 내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상념에 빠지기를 두 시간째. 목사님께서 결단을 내리셨습니다. 비로 인해 외부에서 일을 하기 힘드니 다른 방법으로 지역을 섬기자고요. 이름 하여 비오는 날에는 김치부침개를!’

 

 

한쉐프의 주도하에 부지런히 반죽을 하고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 후 노릇 노릇 김치부침개를 부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 부쳐진 김치부침개를 이웃의 주민들에게 직접 찾아뵙고 전달해 드리는 것이 저희에게 새로 떨어진 미션입니다. 열심히 김치부침개를 부치는 한쉐프에게 더 얇게 부쳐라, 반죽이 너무 묽다 등등 입으로 잔소리를 하고 있는데 거짓말 같이 비가 그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할 일없이 잔소리만 하기도 지쳤던 터라 자발적으로 남자들은 모두 마당에서 장작을 패기로 결정하고 전기톱과 도끼 등을 주섬주섬 챙겨왔습니다.

 

, 무슨 2012년에 장작이냐구요? 목사님께서 운영하고 계시는 어린이 도서관 도토리와 친구들은 겨울철 난방을 장작으로 한답니다. 그 공간을 기름이나 다른 난방수단으로 대체하면 겨울철 난방비만 매월 100만 원 이상 들어간다고 하니, 우리가 오늘 하는 이 일이 공부방의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일이 맞겠죠?

 

하여튼 도끼질에 서툰 우리를 위해 숙련된 조교인 목사님께서 먼저 도끼질 시범을 보이십니다. 장작을 세우고, 양 손으로 도끼를 꼭 잡고, 양 발을 어깨넓이로 벌린 후 하나, 둘 리듬을 타며 도끼를 앞뒤로 흔들다 그 반동을 이용하여 머리 위에서 도끼를 아래로 내려찍습니다. 쩍 소리와 함께 갈라지는 장작을 보니 쉬워 보이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이렇게 글로 설명 드리기에는 길지만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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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에 흥분한 저희 남자들은 도끼자루를 들고 각자 통나무 앞에 섰습니다. “”, “하지만 다음에 들려야할 하고 나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저희들의 힘찬 도끼질에 속살을 드러내야할 통나무는 저희를 농락하듯 같은 모습으로 자리에 서있습니다.오기가 생긴 저희들은 다시 나무를 향해 힘차게 도끼질을 시작합니다. “”, “”, “목사님의 도끼질 한방에 쪼개지던 나무는 우리들의 도끼질에는 4~5번을 버티다가 드디어 그 속살을 드러냈습니다. “소리와 함께 갈라지는 통나무를 볼 때의 그 성취감과 희열이란..통나무 한 개를 겨우 반 토막 냈을 뿐인데 벌써 어깨가 결리고 도끼를 움켜잡은 손에는 벌써 물집이 잡힐 듯하지만, 남자이기에 쎈 척하며 곧바로 도끼질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요령이 생기며 우리의 도끼질에 4~5번을 버티던 통나무가 3, 2번 그 버티는 횟수가 줄더니 이제 곧잘 한 번에 쪼개지기도 합니다.

 

 

그 모습을 보며 신기해하던 여자들도 하나 둘 모여들어 도끼를 잡아보더니 휘청거리며 도끼질을 해보지만 이내 포기하고 응원을 시작했고, 그 응원에 신난 우리들은 더욱 힘차게 도끼를 장작으로 내려꽂습니다.

 

 

 

~~ 멋있다잉!! 완전 남자다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