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농어촌유산답사기 no.1 [초계중앙교회편]

 

 

part 3. 덥다 더워, 그리고 목사님의 이야기.

 

우리는 부지런하게 첫 날 오후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목사님께 묻고 싶은 것도, 듣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저녁시간에 목사님의 인생과 목회 철학 그리고 교회, 지역 등에 대하여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꾹 참고 일에 집중하기로 했던 거죠.

 

하지만 이 글 처음에 말씀 드렸듯이 저희의 구성원은 총 10. 그 중 4명이 남자, 6명이 여자로 이루어져 있는 어떻게 보면 힘든 일을 하기에는 어려운 집단이기 때문에 우리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궁금함이 모락모락 피어났습니다그리고 목사님께서 우리가 23일간 할 일에 대하여 말씀 해주셨습니다.

 

우선 오늘은 형제님들은 농구 골대를 만들어 주시구요, 자매 분들은 마당의 잡초를 좀 뽑아주세요그리고 내일 일은 내일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쉽습니다. 저희가 생각하고 온 일은 무거운 것을 나르고, 농사를 짓고, 집을 짓고 등등.. 무척이나 어렵고 고된 일들을 생각하며 왔거든요.. 그런데 농구골대 만들기와 잡초 뽑기라뇨. 생각보다 너무 쉬운 일들에에 저희의 마음이 한풀 가벼워집니다.

 

저희는 이때까지는 이 일들이 정말 쉬울 줄 알았습니다. 이때까지는 말이죠.우리가 일을 함에 있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지역적 특성 말입니다.맨 처음 제가 설명 드렸던 합천의 지리적 특징, 기억하시나요? 분지지역으로 대구만큼 덥다고 설명 드렸던 것 말입니다. 합천 초계중앙교회.무척이나 덥습니다. 그리고 오늘 따라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습니다. 다른 지역은 다 태풍이다, 장마다 비에 먹구름에 날 흐린게 당연한데 이곳은 정말 다른 세상 같습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파라며, 그 맑은 하늘은 우리들에게 햇볕을 따갑게 내려 꽂습니다온도가 30도가 훌쩍 넘어가고 바람 한 점 없기에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줄줄 납니다. 처음에는 쉽다고, 좋다고 일을 시작했던 우리들인데 벌써 입에서 하소연이 절로 세어나옵니다.

 

 

여자들은 모두 교회 옆의 공터로 나가 쪼그리고 주저 앉아있습니다. 머리엔 모자를 눌러쓰고 목에는 수건을 두르고 잡초를 뽑는 폼이 무척이나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잡초를 뽑는 순간에도 손과 입은 쉬지 않고 움직입니다. 이 더위를 수다로 풀어보려는 것일까요? 학생들이다 보니 진로 얘기, 신앙 얘기, 남자 얘기 등으로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그럼 남자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좀 살펴볼까요? 처음에 남자들도 .. 이까이꺼 쯤이야..”하는 표정으로 농구 골대 조립을 시작했답니다.

 

 

, 교회에 무슨 농구 골대가 필요하냐고요? 목사님께서 도토리와 친구들이라는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하시거든요. 이 합천 지역에서는 무척이나 잘 알려져 있는 그런 곳이랍니다. 각설하고 그 도서관에 다니고 있는 어린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하여 조립식 농구골대를 장만하셨거든요.(완제품은 아무래도 비싸니까요) 하지만 이 농구골대를 목사님 혼자 조립하시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저희들이 왔을 때 조립을 부탁하신 것이랍니다.

 

하여튼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농구골대 조립에 들어간 남자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집니다. 날씨도 날씨거니와 도대체 아무리 설명서와 부품들을 비교 해봐도 이게 어디에 들어가는 부품인지, 어디에 어떻게 끼어 맞춰야 하는지 등등 전혀 이해가 안됐거든요. 나름대로 어렸을 때 프라모델 장난감을 조립 좀 해봤다 하는 친구들이였는데, 아무래도 프라모델과 농구골대는 확연하게 다른 모양입니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상의해가며 이 부품이 여기 들어가네, 저기 들어가네, 나사를 끼웠다 다시 풀렀다를 수십차례 처음에 깔끔하게 새 제품 같았던 농구골대에는 여기 저기 고민의 흔적들이 남아 개봉한지 몇 시간 만에 헌 제품이 되어버리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면서 다들 한 마디씩 합니다. “역시, 이런 제품은 완제품을 사야해. 돈이 조금 더 들어가나? 차라리 내가 그 돈을 후원해드리고 말지 등등..” 그래도 한 번 해봤으니 나중에 자녀가 태어났을 때 조금은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거라는 누군가의 푸념에 가까운 자기 위안을 뒤로하고 장장 4시간 만에 오늘의 오후 일과가 모두 끝났습니다.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는데 모두의 얼굴에 피로가 가득하네요. 이래서 저녁 프로그램은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그런 걱정들은 저녁 식사 후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 저희의 23일 모든 음식을 책임져줄 한셰프의 소개를 잊어버렸네요. 한셰프는 수정교회 한명희 목사님의 따님으로 피아노를 전공하고 있는 아주 아리땁고 참하고 싶어 하는 여자사람입니다. 물론, 요리는 자신 있다는데 그건 먹어봐야 알겠죠?

 

하여튼 치열한 저녁식사와 하루의 피로와, 땀과, 먼지를 씻어낼 수 있는 샤워시간이 끝나고 저녁 9시가 넘은 늦은 시간 저희는 교회이자 카페인 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목사님께서 먼저 자리에 앉아서 저희를 기다리고 계시네요. 더욱이 고생한 저희들을 위해서 수고했다 하시며 특별한 음료를 직접 제조하여 대접해주셨는데 그 맛은 목사님의 마음이 스며들어 서울의 강남, 홍대 그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훌륭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 이후 목사님께서 조심조심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셨는데요, 처음에는 우리가 피곤해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시고 아주 짧게 얘기해주신다고 하셨으나 그 이야기는 장장 2시간에 걸쳐 진행되었고, 집중하여 그 이야기를 듣던 저희는 모든 이야기가 끝난 후 2시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것에 놀랐답니다. 마치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어나가는지 모른다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만큼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은혜로운 그런 시간들이었습니다.

 

어떻게 목회를 하게 되셨는지, 교인이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형편이 좋지 않은 미자립 교회인데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건물을 가지게 되셨는지, 왜 일반적인 교회 건물이 아닌 카페를 만들게 되셨는지,(참고로 목사님께서는 정식 바리스타 교육을 받으신 후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지고 계시며 사모님께서는 초콜릿 자격증인 쇼콜라티에 자격증을 소지하고 계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카페에서 판매되는 모든 초콜릿은 사모님이 직접 만드시는 수제 초콜릿입니다. 그 맛이란! 어린이 공부방 및 도서관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이 되시는지 등등 이 이야기만으로도 책 한권은 나올 만한 기가 막힌 Story였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목사님은 본인이 만나신 하나님에 대하여 간증하셨고, 그런 간증을 들은 우리들은 모두 가슴이 뜨거워 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목사님과 함께 하신 하나님은 그 만큼 신실하신 분이셨거든요. 2시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목사님께서는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셨다며 우리에게 미안하다고말씀하셨지만, 우리는 그런 사과 들을 이유가 전혀 없었답니다. 긴 시간이었지만 그만큼 감동 있고 감사했던 자리였거든요.

 

이렇게 목사님의 길고 긴 얘기를 끝으로 파란만장했던 오늘 하루의 일과는 모두 끝이 났습니다. 내일은 어떠한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