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향해 Kick off

 


아침 바람은 상쾌했다. 피부로 느껴지는 공기 속 밀도는 설렘으로 꽉꽉 찼다. 그렇다 오늘은 우양배 통일축구대회 날이다. 철산역에 있는 운동장을 찾아가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지하철역을 나와 한참을 걸었다. 저 멀리서 축구장이 눈에 들어온다.


#1. 개회식

아침부터 많은 선수들이 이미 도착해 몸을 풀고 있었다. 각자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12팀들을 보니 괜히 마음이 뿌듯해진다. 개회식을 알리는 장내 방송이 들린다. 12개의 팀이 저마다의 팀 판넬을 들고 줄지어 늘어선다. 아는 얼굴들은 반갑게 인사하고 처음 출전하는 팀은 약간의 경계를 하는 듯 보인다. 역시 승부세계는 냉정한가보다.

 

#2. 예선전 (토너먼트)

대회는 예선전 토너먼트를 거쳐 8강, 4강 그리고 결승까지 하루에 다 치러진다. 이미 대회 전 대진추첨을 통해 예선전 경기를 치를 팀을 결정했다. 매년 대회 때마다 출전했던 팀의 전력은 상당수 노출된 데에 반해 처음 출전하는 팀 전력은 노출되지 않아 많은 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첫 번째 경기를 알리는 심판의 휘슬이 울린다. 이번 대회에도 대한축구협회 심판들이 직접 경기를 뛰어주셨다.

 

 

#3. 8강전

예선전에서 우승한 하나의FC, 두만강FC, 우양FC, G.O.A'L FC, kissa, 경평축구단이 8강전에 올라갔다. 작년 우승팀 L4와 르볼FC는 부전승으로 함께 올라갔다. 8강전은 휠씬 더 치열했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르볼FC는 L4와의 8강전에서 아쉽게도 1점 차이로 져서 짐을 싸야했다.

전후반 15분씩.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휘슬이 들리기 전까지 사력을 다해 뛰는 젊은 청년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알 수 없게 가슴이 뭉클해왔다.

가장 약체로 꼽혔고 예선 탈락을 예상했던 우양FC 선수들이 예상 외 선전으로 8강에 갔다. 주장인 우양 장학생 김민욱 학생과 8강 시합 전에 잠깐 인터뷰를 했다. 남한청년과 탈북청년 그리고 우양직원들로 구성된 우양FC가 통일 축구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물었다. 이내 돌아오는 답변은 “저희 팀은 이미 ‘통일’ 되었어요. 8강을 넘어서 우승을 향해 뛸 겁니다.“ 당찬 포부가 맘에 든다.

 

#4. 4강전

남한 선수들로만 구성된 하나의FC와 작년 우승팀이며 탈북청년팀인 L4의 4강전이 먼저 진행됐다. 결과는 L4의 승. 하나의FC가 주전선수들을 다 빼서 일부러 져 줬다는 말을 하나의FC관계자에게 들었다. 쓸데없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L4는 역시 작년 우승팀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그리고 4강 두 번째 경기는 예선전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올라온 두만강FC와 그 실력 만만치 않은 경평FC 였다. 결과는 무승부. 이번 대회 처음 승부차기가 벌어졌다. 이번 대회 가장 볼만한 경기로 손색이 없는 두 팀의 경기였다. 골키퍼가 긴장한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 결과는 두만강FC의 승리였다.

 

#5. 경품추천

경품을 기다리는 우리의 자세는 남다르다. 손에 한 뭉치의 경품권을 들고 진행자의 마이크에 예의주시한다. 기도하는 간절함까지...

 

#6. 결승전

오늘의 마지막 경기되시겠다. 두만강 FC 대 L4 의 결승전이다.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치는 두만강 FC가 4골을 선재 득점하고 결국 L4를 5:1로 꺾으며 우승컵을 안았다. 승자와 패자를 떠나서 열심히 뛴 모든 선수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7. 폐회식

성공과 실패로 인생을 판가름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인류의 보편적 코메디였다. 우린 그 코메디 속에 얼마나 웃고 울었던 적이 많았던가! 이겼다고 좋아만 할 것도 졌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 실력이 넉넉해 이긴 팀은 두말할 나위 없이 기뻐하면 되고 진 팀은 실패를 딛고 다시 부지런히 일어나면 되니 말이다. 승자에게는 150만원의 상금이 패자에게는 따뜻한 격려의 박수가 주어졌다.

 

#8. 이모저모

음식 장터에서는 두부밥과 녹두전, 순대를 팔았고 그 옆에서는 예쁜 자원봉사자들이 페이스페인팅을 해줬다. 우양FC에서 골키퍼로 뛴 우양재단 유모 주임은 얼굴에 뽀로로를 그리고 경기에 나서 상대편 선수들이 얼굴에 일격을 가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