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양재단은 매달 독거어르신에게 쌀과 그 외 필요한 먹거리를 전달한다. 마포구만 세어보아도 35명의 자원봉사자가 115가정에 매달 도움의 손길을 나누고 있다. 우양 쌀 배달 봉사자의 특징이라면 한번 시작한 봉사를 쉽게 그만두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이젠 어르신도 동료 자원봉사자도 가족처럼 느껴진다. 때로는 자신의 가족에게 우양을 소개하여 함께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최민정(35), 최아름(33), 최민영(31), 최아롱(29) 딸 부잣집 네 자매가 바로 그들이다.

 

- 간단한 소개 부탁해요.

민정 저희는 서울에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이예요. 민영이는 이제 결혼을 해서 분가를 했고요.

민영 분가를 했지만 먼 곳으로 이사를 간 것은 아니어서 봉사는 계속 하고 있어요. 아이를 낳고 잠시 쉬기는 했지만 처음 직장에 입사한 2005년에 시작했으니 벌써 횟수로는 10년이 되었네요.

- 네 자매가 함께 매달 봉사활동을 한다는 건 특별한 일이예요. 원래 자매들끼리 사이가 좋은가요?

아름 가족끼리 여행도 자주가고 친하게 지내는 편이예요. 학교에 다닐 때는 각자가 바빠서 얼굴보기 힘들다가 다들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로는 오히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어요. 함께 외식을 한다거나 여행을 한다거나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이렇게 좋은 활동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아요.

 

- 어떻게 쌀배달 봉사를 시작하게 됐나요?

민영 제가 시작할 때 만해도 우양재단은 홈페이지도 없었어요. 인터넷카페나 블로그를 통해서 주말에 할 수 있는 봉사를 찾아보다가 우양재단을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봉사를 시작하고 3년 정도 후에 막내 아롱이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했어요.

아롱 민영언니를 따라 제가 합류하고 그 후에 아름언니 민정언니가 함께 하게 되었어요.

 

- 민영씨가 처음 봉사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선뜩 따라 나서게 되었나요?

아롱 저도 이전부터 봉사에 대한 관심은 있었어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시작해야하는지 몰랐어요. 그러던 중에 민영언니가 제안을 해서 기분 좋게 시작했어요. 꾸준히 어르신을 만나는 봉사를 해보니 점점 재미있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언니들에게도 같이 가자고 할 수 있었고요.

민정 어차피 토요일 오전은 늦잠 자는 시간이었어요. 좀 더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고 한 두 번 따라 나서기 시작했고 그 후에는 내가 좋아서 가게 되었죠.

아름 지금 생각해보면 민영이가 대단한 것 같아요. 가까운 거리도 아니었는데 혼자 3년이 다 되도록 봉사를 다녔어요. 누구나 마음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 마음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어렵잖아요. 민영이가 다니기 편하게 길을 닦아 놓은 다음에야 우리도 같이 하게 되어요.

 

 

- 구체적으로 어떤 봉사를 하고 있나요?

아름 사실 우리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우양재단에서 준비해준 쌀이나 잡곡 계란, 라면 등 먹거리를 챙겨서 어르신 댁에 배달해요. 그리고 잠시나마 말동무를 해드리는 게 우리가 하는 전부죠. 그런데도 매달 우리를 기다리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대부분 홀로 사시는 분들이어서 우리가 왔다가는 것 자체가 반가우신 것 같아요. 한 달 동안 잘 지내셨는지 물어보고 나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고 그렇게 몇 마디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시간이 어르신들에게 소중한 것 같아요. 좋아하시는 어르신을 보면 저도 보람을 느끼고요.

 

- 어르신과의 만남이 봉사를 지속하게 되는 힘이 되나 봐요.

민정 그럼요. 저는 다른 기관에서도 도시락이나 먹거리 배달하는 봉사를 해봤거든요. 그런데 대부분의 복지기관에서는 정말 배달만 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겨우 눈이나 맞추고 인사할 수 있으면 다행이죠. 그러다보니 어르신과 관계가 생기기 어려워요. 그렇데 우양은 달라요. 어르신과 봉사자 사이에 기다림이라는 감정이 있어요. 이런 것 때문에 봉사자들이 더 책임감을 가지고 하게 되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롱 평소에는 아끼신다고 보일러도 안트시는 어르신이 우리가 가는 날이면 아침부터 방을 데워놓고 기다리세요. 추운데 돌아다니느냐 고생이라며 따뜻하게 손을 잡아 주실 때면 마음까지 따뜻해져요.

민영 그리고 할머니들의 수다에는 왠지 모르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어요.

 

- 어르신과의 관계 외에도 우양 쌀 배달 봉사의 매력이 있나요?

민정 다른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을 만나는 거요!

아롱 우양 봉사자분들은 봉사자들 간의 유대가 굉장히 끈끈해요. 민영언니가 아이를 낳고 일 년간 봉사를 못나왔는데 매번 올 때마다 저에게 언니 안부를 물어보고 아이 사진을 보여드리면 정말 친 조카를 보듯이 예뻐해 주셨어요. 모이면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예요.

민정 자원봉사선생님들을 보면서 배우는 점도 많아요. 저희는 다른 동네에 살지만 우양 쌀 배달 봉사자들 중에는 마포구에 사시는 분들이 많으시거든요. 그분들은 동네에서 슈퍼를 가다가도 출퇴근을 하는 길에도 어르신과 마주치곤 한데요. 쌀을 가져다드리는 날이 아니라도 어르신 댁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으면 이따금씩 들러 안부를 확인하곤 하시나 봐요. 정말 이웃사촌이 되는 거죠.

아름 또 다른 매력이라면 주말에 할 수 있다는 점.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까 평일은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어요. 마포구까지 봉사활동을 오는 건 집 근처에서는 주말봉사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에요. 우양이 저희에게 봉사할 기회를 주어서 감사해요. 물론 이것 때문에 우양 실무자분은 주말에 출근하셔야겠지만요.(웃음)

 

 

- 봉사가 주는 즐거움이 분명히 있긴 하지만 직장인에게 토요일 늦잠은 포기하기 힘든 유혹 아닌가요? 혹시 나오기 힘들다고 느꼈던 적은 없나요?

민정 물론 처음에는 그랬지만 이젠 내 삶에 일과가 되었어요. 봉사를 한다고 특별한 일이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옷 입고 출근하고 점심시간이 되면 밥을 먹듯이 매주 첫 번째 토요일에 어르신들을 만나러 오는 것이 자연스러워요. 한 달에 한 번 좋은 친구를 만나러 오는 설렘이 있어요.

 

- 쌀 배달 봉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민영 봉사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 우리가 만나던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셨어요. 그때 그 분은 혼자 지내시던 분이었고 연락되는 다른 가족도 없었죠. 그래서 우양 실무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그분의 빈소를 지켰어요. 그때 참 마음이 짠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름 우리가 방문하는 어떤 어르신은 매달 깨끗한 봉투에 얼마의 후원금을 준비하셔요. 물론 많은 액수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처음 그 봉투를 받았을 때는 정말 놀랐어요. 본인도 넉넉하지 않은 삶을 살면서 자신보다 더 어려움 이들이 있음을 기억하고 돕는 모습이 감동이었죠.

 

 

- 마지막으로 우양 쌀 배달 봉사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무엇인가요?

민정 나눔의 순환. 우리는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것을 나누고 어르신들은 다시 그분들이 나눌 수 있는 것을 나누게 되는 착한 고리인 것 같아요.

아름 음.. 한마디로는 못하겠어요. 우선 와서 봐야 해요. 딱 3번만 와보면 느낌이 오거든요. 맞지? 다들 느낌알지?

민영 정겨운 만남. 한 달에 한번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가는 마음 따뜻해지는 날이에요.

아롱 배움. 앞으로 내가 어떤 마음으로 봉사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몸소 보여 주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는 배움의 기회에요.

 

- 앞으로도 우양 쌀 배달 봉사 계속 하실 건가요?

아롱 우양에서 주말프로그램을 접거나 우리가 결혼을 해서 아주 멀리 이사 가지 않는 한 계속 하지 않을 까요?

민영 그러게요. 언제까지라고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아요. 앞으로 쭉 같이 할 거지? 어때?

 

- 이 인터뷰가 나가면 쉽게 그만 두기도 어렵겠어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아름 우리에게도 좋은 시간이었어요. 이런 기회 아니면 우리끼리도 진지하게 이런 이야기 나눌 일이 없었으니까요.

민정 그러게요. 우리끼리 이렇게 이야기하는 시간도 참 좋았어요. 고맙습니다.

 

 

이날 아름, 아롱 자매가 속한 팀에서 찾아뵙기로 한 가정은 총 8가정이었다. 방문하는 가정마다 두 자매는 특유의 넉살과 친근함으로 늘 사람이 그리웠던 어르신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아쉬운 만남을 마칠 즈음에는 달력에 크고 빨간 동그라미로 다음번 찾아올 날을 약속하고서 집을 나섰다. 수많은 만남 중 서로에게 이토록 삶의 활력이 되는 관계가 또 있을까? 민정, 아름, 민영, 아롱 이 네 자매와의 만남은 우양에게도 2014년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배움의 기회였고 정겨운 만남 이었고 나눔의 기운이 순환되는 시간이었다. 와보라 하지 않던가. 정말이다. 만나보면 느낄 수 있다. 지금 와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