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텃밭’ 의 새로운 주인장 이해규 간사를 소개합니다.

여러분, 우양 즐거운 텃밭 농사꾼 장완영님을 기억하십니까. 옥상 텃밭이 처음 생기던 해 장완영 주임은 아침 저녁으로 옥상에 올라가 자식새끼 돌보는 어머 짐승 마냥 애지중지하며 텃밭을 돌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한 해가 지나고 작년엔 그 마음 다 어디 갔는지 친환경 태평농법으로 텃밭을 가꿨습니다. 농사꾼의 마음은 이리도 변화무쌍합니다. 올해 텃밭을 이어받은 수줍음 많은 남자 이해규 간사에게 더 관심이 가는 것은 그래서 일까요.

 

 

올 해로 3. 우양 옥상 즐거운 텃밭

오늘은 옥상 텃밭에 모종을 심는 날입니다. 묵은 을 갈아엎고 퇴비를 섞어 주는 일이 우선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우양 즐거운 텃밭은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흙에 퇴비만을 사용하는 건강한 텃밭입니다.

파종 날이 가까워오자 이해규 간사의 마음이 급해집니다. 모종도 구입해야 하고, 퇴비도 주문해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스무 평 남짓한 옥상 텃밭에 100여개 넘는 상자 텃밭을 혼자 가꿀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청년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올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마감이 됩니다. 텃밭이 인기가 좋다는 것을 새삼 확인합니다. . 이런 이번에 신청한 자원봉사자들이 전원 여자군요.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날입니다. 이해규 간사의 얼굴이 오늘따라 유난히 밝아 보입니다.

우양재단 1층 배움터로 상큼한 여자 자원봉사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듭니다. 반갑습니다. 자원봉사자 여러분!

 

 

다양한 청년 자원봉사자들이 모였습니다. 디지털에니메이션이라는 다소 생소한 전공의 대학생들에서부터, 휴학하고 여행도 다니고 봉사활동도 하고 싶어서 왔다는 학생, 집이 근처인데 지나가는 길에 텃밭 자원봉사자 공고를 보고 오게 됐다는 아주머니 등 다양한 여성들이 모였습니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옥상으로 올라갑니다. 본격적으로 농사 일을 해야 할 시간입니다. 오늘따라 해가 유난히 쨍 합니다. 다들 장갑 하나씩 나눠 끼고, 밀짚모자도 눌러씁니다. 여자의 피부는 소중하니까요. 이해규 간사는 오전에 해야 할 일을 설명합니다. , 이제는 각자 흩어져서 묵은 흙을 갈아엎어줍니다.

이렇게 흙을 만지면서 퇴비를 줘 본적은 처음이에요. 엄마가 옥상에서 방울토마토, 상추 이런 것을 키우시는데 옆에서 보기만 했지 직접 해 본적은 없거든요.”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입니다. 퇴비 냄새가 코끝에 닿아 시큰거립니다. 퇴비를 넣은 후 흙을 뒤적거리니 푸석한 흙이 되 살아나는 듯합니다. 색깔도 진한 흙갈색으로 변합니다. 마치 촉촉한 다크초콜렛 같기도 하네요. 이 흙이 우리 곁으로 온지는 벌써 3년째입니다. 매년 이 흙에서 맛있는 상추와 방울토마토를 수확했습니다. 유기농 비료를 사용하다 보니 여전히 지력이 좋습니다. 올 해도 역시나입니다.

오전에 서둘러 일 한 까닭인지 생각보다 흙 고르는 일이 빨리 끝났습니다. 이제는 점심시간입니다. 흘린 땀도 식혀줄 겸 잠시 쉬어가야 합니다.

 

파종을 알리는 신나는 음악에 맞춰 모종을 심어요.

오후 농사가 시작됐습니다. 오후에는 본격적인 파종을 합니다. 이해규 간사가 이틀 전 시장에서 각종 모종을 사온 후 물도 주며 잘 보관해뒀습니다. 오늘 심을 봄 작물은 다양하기도 합니다. 고추, 상추는 기본이고 청정채, 부추, 호박, 오이도 심었습니다. 모종이라고 다 같은 초록은 아닙니다. 저마다 다른 모양의 잎사귀에 조금씩 다른 초록을 뽑냅니다. 이 작은 식물이 옮겨 심겨질 상자 앞에 21조가 돼서 한명은 손으로 살살 구멍을 만들고 모종을 조심스레 옮겨 심습니다. 그러면 나머지 한명은 옆에서 물을 듬뿍 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금세 시들어버리거든요. 모종 심는 일은 생각보다 빠르게 끝났습니다.

 

이라고 하기에 오후의 태양은 더욱 뜨겁습니다. 그러나 그런 햇빛 즘은 잊어버린지 오랩니다. 반나절 흙을 만지고 모종을 옮겨 심다 보니 왠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제 다 한 것 같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 더 깊고 굵게 뿌리를 내리는 일. 여름의 마른 햇볕을 잘 견디는 일. 순간순간 해충에 위협 속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일 그래서 결국에 열매를 맺게 되기까지 모든 일이 오롯이 이 식물의 몫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섭니다. 그러고 보면 작은 식물이지만 그 힘은 참 큽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맛있는 유기농 비료를 틈틈이 주는 일과 매일 아침 흠뻑 물을 주는 일은 이해규 간사가 빼놓지 않을 겁니다 

, 벌써부터 어르신들께 싱싱한 채소를 수확해 갖다드릴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상추는 하루가 다르게 커버리기 때문에 줄기 대가 다 자라기 전에 여린 잎들을 잘 따줘야 합니다. 우리의 새로운 농사꾼 이해규 간사가 아침마다 바빠지게 생겼습니다.

 

파종이 다 끝날 즈음에 자원봉사자들도 서로서로 친해진 모양입니다. 여기저기서 언니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알아서 옥상에 흘린 흙들도 슥슥 닦아줍니다. 농기구를 정리하는 등의 자질구레한 일들까지 알아서들 척척해냅니다. 여러분들, 정기 자원봉사자로 계속 오시면 안될까요. 우리 즐거운 텃밭의 새 주인장 이해규 간사가 수줍게 얘기해 봅니다. 반응이 좋습니다.

새로운 주인장 농부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지난 겨울부터 영등포 도시농업네트워크 농부학교에서 농사교육을 받았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주말도 반납하는 열정이 대단했습니다. 뭐 딴에는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시작했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유기농법을 배우면서 스스로 깨닫는게 많다고 했습니다. 오늘 그 첫 시작이 무사히 마무리 될 때 즈음 이해규 간사의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아마 스스로도 대견했을 겁니다.

농사가 말이 쉬어 농사지 어디 쉽습니까.

 

농부의 믿음대로 올 해 봄 농사가 풍년이길 기대해 봅니다. 작물이야 당연지사고 여자 자원봉사자 풍년 또한 은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