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볕이 내리쬐는 오늘은 즐거운 텃밭의 파종 날입니다. 재단 사무실이 잠시 북적거리더니, 이내 사무실 앞 승합차에 사람들이 가득 탑승합니다. 즐거운 텃밭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조금 의외로 생각하실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까지 즐거운 텃밭은 서교동 우양재단 건물 옥상에서만 진행했었거든요. 올해는 도전적으로 즐거운 텃밭의 영토를 넓혀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새로운 텃밭장소로 가게 됩니다.

주중임에도 텃밭에 관심이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모였군요. 자원봉사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여성분들이 많습니다. 자녀 학교 보내고 봉사활동하러 온 학부모부터, 자식들 다 출가시키고 텃밭으로 여가를 즐기려는 어른들까지 다양한데요. 아무래도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주부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처음이다 보니 설레임도 있고, 긴장도 되는데요, 차가 출발하자 왕년에 모내기 좀 해봤다는 베테랑들은 벌써부터 동료 자원봉사자들에게 농사란 무엇인가라는 짧은 강의를 하시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소시적 시골에서 어른들 농사일 돕던 이야기네요. 그 경험이 어디 가겠습니까. 즐거운 텃밭에서 꼭 활약해주시길!

 

어렸을 적 고향에서 일구던 텃밭에 대한 기억을 풀어놓을 즈음, 벌써 밭에 도착했습니다. 차를 탄지 이십분이나 흘렀을까요. 시내에서 잠시 벗어났을 뿐인데, 넓은 평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장소는 서울시 강서구 개화동 588-4번지. ! 주소가 서울입니다. 서울은 높은 빌딩과 아파트로만 가득 찬 줄로만 알았었는데요. 도시 안에도 농부의 정취를 느끼고,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있네요.

그러나! 도착해보니 시뻘건 공사장 흙(?)이 저희를 기다립니다. 이곳이 저희가 씨를 뿌릴 장소입니다. 할 일이 꽤 많겠습니다. 작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유기농 퇴비를 밭에 골고루 깔고 밭을 갈아엎는 작업이 올해 즐거운 텃밭의 첫 번째 일입니다. 66의 별로 크지 않은 땅이지만 삽질을 하다 보니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힙니다.

 

밭을 다 갈아엎고 나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옵니다.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처럼 텃밭을 가꾼 흔적들이 보입니다. 아마 다들 소일거리나 개인수확을 위해 밭을 일궈온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텃밭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꽤나 많아 보입니다다른 밭의 수확물도 저희가 좀 나눠가져서 어르신들 먹거리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은데, 뭐 좋은 방법 없을까요?

 

 

 

본격적으로 씨앗을 뿌리기에 앞서, 한낮의 햇볕아래 자원봉사자들 사이에 깜짝 <100초 토론>이 열립니다. ‘어떤 작물을 심을 것인가가 그 주제. ‘대한민국,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에 버금하는 심각하고 열띤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우양 쌀가족 어르신들이 잘 드실만한 걸 심어야죠!”, “아니야, 우리가 (초보라서) 잘 돌보지 못할 테니, 잘 자라는 걸 심자고!”, “어르신들이 뭘 좋아하실까요?”, “우리가 순번 돌아가면서 오면 매일 밭 돌아볼 수 있으니까 이것저것 심읍시다.” 

보통 토론이라고 하면 무의미한 자기주장들이 난립하는데요. 오늘만큼은 자원봉사자분들이 어르신들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다시금 떠올리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저희가 심을 작물은 상추·근대·열무·얼갈이·들깨·감자로 정해졌습니다. 전부 어르신들 먹거리에 요긴하게 쓰일 겁니다. 물론 자원봉사자들의 정성이 담긴다면 먹거리는 더욱 풍성해지겠죠?

 

! 이제 첫 삽을 뜨는 우양 즐거운 텃밭. 어떤모습인지 기대되시나요? 저희 텃밭에는 울타리가 없습니다.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는 재미가 있고, 어려운 이웃에게 먹거리를 나눌 수 있는 우양텃밭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방문 가능합니다. 더불어 파트타임 농부가 될 수 있는 특권도 드립니다.

 

놀러오세요 즐거운 텃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