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우양평화강사 워크숍]

 

편견을 넘어 : Beyond Prejudice

 

글_ 남북청년팀 한기호 대리

사진협조_ 남북청년팀 박영철 대리

 

   우양재단이 북에서 온 청년이 찾아가는 평화강사 프로그램을 진행한 지도 5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전문성을 갖춘 많은 청년강사들이 양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기업과 학교 등지에서 남북의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구슬땀을 흘려왔습니다. 오늘은 2013년 한해 평화강사들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보다 나은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는 워크숍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단 미션이 있습니다. '편견을 넘어' 라는 워크숍의 부제처럼 각자가 생각하는 편견을 직접 이야기하고 경험하여 타자에 대한 포용력을 확장시키는 일입니다.

남북의 이질감도 현실 이상의 편견이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오늘 평화강사들이 만나는 사람들은 안산평화의 집의 지적장애인 분들입니다. 함께 비누만들기에 도전할 예정입니다. 또한 안산에는 전세계 65개국에서 이주한 6만여명의 외국인들이 살고있습니다. 다문화 거리 탐방을 통한 외국인 상인과의 대화는 추운 날씨 탓에 조정되었지만, 안산이라는 도시는 '편견'과 보다 가까워지기에 매우 훌륭한 장소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워크숍이 진행될 장소는 안산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에 위치한 글로벌 라운지입니다. 너무나 좋은 시설을 기꺼이 무료대관해주신 한양대 글로벌 다문화 연구원 측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워크숍의 첫 번째 순서는 마인드 쇼핑(Mind shopping)입니다. 다소 생소한 이름인데요. 간단합니다. 먼저 갖고 있는 지참금을 내놓습니다. 천원짜리 한장이든 동전이든 상관없습니다. 각자가 바쁜 일정으로 인해 사지 못했던, 나를 위해 사고 싶었던 물건을 포스트잇에 적고 왜 이것을 사고 싶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가장 큰 공감대를 받은 사람을 투표로 선출한 뒤, 거두어진 지참금을 선출된 사람에게 기부하는 방식입니다. 작은 힘을 합하면 누군가의 소망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동참하고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평화강사들은 '나'를 위해 무엇을 사고 싶었을까요. 아기 머리핀, 전공서적, 해외여행, 영화 티켓 등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우승은 대전에서 오신 주어영 강사의 '아기 머리핀'에게 돌아갔습니다. 머리핀 하나에 만원이 넘어 그냥 스쳐지나간 적이 많았다는 부분이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평화강사 워크숍은 '동행'으로 출발했습니다.

 

남은 시간을 통해 평화강사들의 다양한 제언을 수렴해 봅니다. 신규 강사를 추가 양성하기 보다 기존강사들의 질적인 수준을 높여 달라는 의견, 강의 기회를 많이 달라는 의견, 대학교를 대상으로 한 홍보를 늘리자는 의견 등 강사단의 일원으로서 던지는 메세지들이 보다 나은 평화교육의 주춧돌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오늘 일정 중 정적인 활동은 여기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제 자리를 옮겨 평화강사들을 손꼽아 기다리는 평화의 집으로 가야 합니다. 남북의 이질감을 해소하기 위해 바쁜 일정 중에도 기꺼이 강사의 소임을 하고자 모인 이들과 함께 단체사진 한컷 남겨봅니다.

 이곳은 안산 상록구에 위치한 평화의 집입니다. 약 50여명의 지적 장애인 분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식당에서 브리핑을 해주시는 원장님과의 모습인데요. 우리가 앉은 식탁유리 아래로 생활중인 분들의 해맑게 웃는 사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생년월일과 이름까지, 서로의 최소한의 정보를 나누며 소통하고자 하는 본인들의 요청에 의해 따른 것이라 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아도 생각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는 별반 다르지 않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원생 분들 중에는 기력이 없어 식당으로 내려오기 힘든 분도 있습니다. 추운 연말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에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평화의 집, 2층과 3층 기숙사에서 생활중인 원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프로그램실로 이동합니다. 함께 비누만들기에 나설 예정인데요. 담당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 그리고 이미 숙련자인 평화의 집 원생분들의 지도를 따라 서툴지만 열심히 '편견의 비누' 만들기에 나섭니다. 비누 만들기는 지적 장애인 분들과 탈북청년 강사들이 활동을 통해 한 데 어우러지고 서로를 이해하기에 충분한 미션이었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녹인 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비누로 완성되어 가는 그 과정과 서로를 향한 배려였습니다. 알록달록 천연 비누의 모습을 보니, 너도 나도 '세안의 욕구'가 끌어오르고 맙니다. 천연비누는 그냥 만들어 지지 않습니다. 오렌지향 장미향이 첨가되어 매력있는 향내를 뽐내는데, 여기에는 이미 계산된 글리세린의 방울 수도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틀에 넣어 완성되어 가는 각자의 비누는 약 10분 후에 멋드러진 판매용 비누로 재탄생합니다. 알록달록, 화려한 문양의 비누가 우리 사회 편견의 최전방에 서있는 탈북청년들과 지적장애인 분들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누군가 이 비누를 다 사용할 때쯤이면 의식하지 못했던 날선 편견 역시 비누와 함께 녹아내려 버리기를 소망해 봅니다.

 

   만들 때만 해도, 곱게 잘 만들어진 비누는 집으로 가져가고 싶었지만, 하나 둘 '평화의 집'에 기증하겠다고 나서면서 자연스레 많은 양의 판매용 비누들이 한자리에 집결했습니다. 오늘 미션을 훌륭하게 클리어한 강사단 여러분께 박수를 드립니다. 랩으로 쌓여진 비누들을 보고 있자니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어떠신가요? 그 고은 자태가 뽐내는 위용들.. 아까워서 쓰기가 어려울 것 같네요.

 

   2013년 평화강사들의 마지막 장, '편견을 넘어' 워크숍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지적장애인분들과 함께 편견을 넘어보는 미션 수행으로, 사회가 나를 바라보는 편견이 얼마나 변변치 않은 것인지 서로에게 일깨워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제작한 편견의 비누는 쓰면 쓸수록 녹아 없어진다는 기대를 담 있습니다. 이번 후기와 함께 하신 여러분들 마음은 어떠셨나요? 우리 사회의 거친 편견에 손내밀 수 있는 자격은 여러분에게도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이북땅, 북한에서 가장 먼 걸음을 돌아온 이들의 2014년 행보에도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