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Day of peace _ 우양평화강사 양성교육 평화체험 행사

 

용감한 두부밥들

사진/글_ 사회환원 남북청년팀

한기호 대리

 

  지난 여름, 평화강사에 도전장을 내민 탈북청년들과 그들과의 합석을 요청한 남한청년들이 상수동 '커피오피스' 까페에 모였습니다. 마침 이날은 정전협정 60주년이 되는 7월 27일이었는데요. 남과 북이 둘로 나뉜지 60년이 지났음에도 남북의 청년들이 한 데 모여 평화를 이야기하고 서로에 대한 우정을 쌓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두부밥으로 하나된 그들은 이름하여 용감한 두부밥들입니다.

 우리는 오늘 많은 일들을 소화했습니다. 두차례 수고해주신 1인 시민활동가 조원영 강사님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조별 게임과 주어진 미션을 수행했고, 조별로 두부밥을 만들어 보았는데요. 하나의 요리인데도 조별로 만드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맛들이 연출되는 것을 보면서 누구나 갖고 있는 개성 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색깔을 갖고 있나요. 그리고 남과 북은 60년 동안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나요

 각 조별로 두부밥의 이름을 짓고 그 이유를 이야기해 봅니다. 처녀총각 두부밥부터 바운스바운스 두부밥까지 먹거리 하나로 다채로운 두부밥 열전이 펼쳐집니다. 누구 하나 미소를 잃지도 소외되지도 않았던 시간. 북에서 온 청년들이 모처럼 실력발휘를 제대로 합니다. 젊음은 솔직하고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맛에 대한 나눔 하나로도 서로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합니다.

 

 그리고 주어진 조별 미션, 단 하루 북한에서 삶이 주어진다면 무엇이 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많은 고민들을 하는 청년들. 정말 북에서의 하루가 주어진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설레이는 마음으로 한자 한자 적어내려가 봅니다. 누군가는 가족들과 또 언제 돌아올 지 모르는 저녁식사를 소망합니다. 다른 누군가는 강제수용소에 있는 지인들을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또래나이인 '김정은'과 면담을 요청하는 청년도 있습니다. 이유를 들어본 즉, 허심탄회하게 또래의 청년으로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합니다.

 

 

 

 분위기는 이미 북에서의 하루 휴가를 맘껏 즐기고 온 표정들입니다. 발표를 하는 청년들의 표정에서 느껴지시죠? 장소를 아래층으로 옮겨 진행된 다음 순서는 사람책 행사입니다. 내가 하나의 책이 되어 나의 삶을 궁금해 하는 독자들에게 직접 들려주는 코너인데요. 탈북청년들의 스토리텔링으로 까페는 곧 숨쉬는 도서관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탈북청년들에게 이 시간은 내가 주인공인 동시에 히어로입니다. 별다른 준비도 필요없습니다. 책내용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지요.

 '노동자의 딸 도간부 되다' '군인' '11' '가고싶은 길 가고싶지 않은 길' 제목마다 뭐가 의미심장한 내용들이 숨어있을 것만 같습니다. 사람책의 이야기가 종료되면 청자들은 포스트잇에 소감을 적어 사람책에게 감사의 뜻으로 영광의 하트를 붙여 줍니다. 영광의 미소가 무척이나 아름답네요. 

 

 우리는 다시 두부밥으로 하나되었던 2층으로 모였습니다. 오늘 하루 평화와 소통을 위해 고생한 남북청년들의 노고를 치하? 하기 위한 작은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먼저 '길가는 밴드'의 뮤직비디오를 시작으로 힙합그룹 프리스트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길가는 밴드의 가사 중에 "형제라기엔 너무 달라, 옷은 누가 입혔을까, 색은 누가 물들였을까. 남쪽은 파랑색으로 북쪽은 빨간색으로." 의 가사는 분단세대, 탈북세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합니다. 그곳에서 춤추고 그곳에서 얼싸안고 눈물흘리는 그날을 떠올려 봅니다.

 

 

 이어진 공연은 프리스트의 힙합 댄스입니다. 굉장히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내었는데요. 잘생긴 청년들의 춤사위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남이나 북이나 다른 것이 없는듯 합니다. 그냥 반응하고 느끼고 즐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죠.

마지막 순서는 하늘소년 '김영준' 님께서 함께 해주셨습니다. '오늘은 홍대클럽, 내일은 평양클럽' 불후의 명곡이었습니다. 부산의 한 청년이 부산역에서 평양행 기차표를 끊어달라고 떼를 쓰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하는데요. 이처럼 남북의 코드를 무겁지 않게 노래로 표현하는 작업들은 계속 이어졌으면 합니다. 우리의 상상력이 남북의 분단철조망을 뛰어넘기에 충분하니까요. 먹고 떠들고 웃음이 웃음을 낳던 오늘의 한 장면은 우리의 마음속에 깊이 깊이 간직될 것만 같습니다.

 

 1950년 6월 25일에 시작된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27일에 휴전에 조인하면서 중단되었습니다. 휴전협상은 무려 2년 반이나 끌었지만, 휴전 얘기가 나오기 전보다 휴전 협상 기간에 더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협상 테이블에서 말로 싸웠다면, 그 기간 동안 전선에서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고지의 주인이 바뀌면서 삶과 죽음이 엎치락뒤치락 부대끼며 싸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6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분단의 경계선이 아닌 평화의 확산을 이야기했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북한출신 청년과 남한 출신 청년들이 따뜻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혹자는 분단의 시간이 하루 길어질 수록 통일의 시간은 이틀 이상 연장된다고 이야기합니다. 통일의 시작은 우리 마음속 평화입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마음 속 작은 여유가 통일을 앞당깁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5기 평화강사 양성과정 참가자들의 강사 도전기는 계속 진행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