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군 추풍령면 신안리. 수요예배 전 김선태 목사는 흥분된 어조로 마이크 앞에 선다. “오늘 수요예배는 서울에서도 오시고, 부산에서도 오시고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교인이라 해봤자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신안교회에 젊은 사람들의 방문은 낯설지만 기분 좋은 일처럼 느껴진다. 할머니 한 분과 눈이 마주친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차로 세 시간 가량 걸리는 충북 신안교회는 실은 지리적으로 경북 김천과 더 맞닿아있다. 포도 농사를 주로 짓는 지역 특색답게 목사님 내외는 뭐 대접 할 게 없다 시면서 포도즙을 내 오신다. 차가 막혀 늦게 도착할까 조마조마한 마음이 한 숨 놓이는 순간이다.

시골의 밤은 서울의 밤과는 다른 캄캄함이 있다. 흔한 가로등 하나 없는 적막한 길을 걸어 예배를 드리러 교회에 오시는 허리 굽은 어르신들을 보니 어찌 이 밤에 교회에 오시는지 감동이기까지 하다. 또 이런 어르신들을 환영하는 신안교회의 모습도 남다르다. 교회 입구에서부터 손 꼭 잡고 반갑게 인사하고 따뜻한 율무차 한 잔 그 자리에서 바로 타 건네는 교회 젊은이의 모습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지난 6월 우양재단을 통해 찬양순례를 신청한 김선태 목사는 서울에 유수한 찬양팀이 아닌 국악찬양팀을 원했다. 어르신들을 위해 우리 자락으로 찬양하는 것이 의미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우양은 부랴부랴 국악찬양팀을 섭외했다. 그리고 멀리 부산 기장로교회 아삽국악찬양팀이 흔쾌히 찬양순례를 해 줄 것을 약속했다.

예배시간이 다 되자, 한두 분 어르신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시간이 좀 지나니 예배당이 가득 찬다. 알고 보니 옆 마을 추풍령교회와 연합으로 수요예배를 준비하셨단다. 손님 모셔놓고 사람이 없으면 그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나름의 배려였다.

‘예수님이 좋은 걸 어떡합니까. 예수님이 좋은 걸 어떡합니까.’

국악찬양팀의 찬양이 시작되니 어깨춤이 절로난다. 진행자가 이끄는 대로 일어나 덩실덩실 춤도 추신다. 마지막 사물놀이는 한 해 동안 농사짓느라 고생한 늙은 농민들의 마음에 알 수 없는 위로를 주는 듯해 보이기까지 했다.

별다른 일 없는 반복적인 일상의 시골 마을. 조용한 마을에 울려 퍼진 찬양 한 가락은 아마도 신안리 주민들의 마음에 오래토록 깊은 울림으로 남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