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재료를 고르고 다듬고 음식으로 만들어내는 일련의 과정이 저에게는 일상의 풍경이었어요. 그리고 그 음식으로 인해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 모두가 행복해 졌어요.”

부모님이 운영하는 두부요리전문점은 유가은씨(24)에겐 신나는 놀이터였다. 다양한 식재료가 오가고 그것들이 맛있는 음식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는 건 매일 봐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더구나 좋은 먹거리로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으니 음식을 만드는 건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가은씨네 부모님이 식당을 운영하신 건 올해로 열 두해가 되었다. 청소년기 대부분을 함께 하다 보니 자연히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대학에서도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가은씨가 꿈꾸는 행복한 사회, 그 중심에는 좋은 먹거리가 있다.

 

 

 

학생들은 잘 알지 못했던 거예요.

 

가은씨는 대학생이 되어 자취를 시작했다. 주위에도 그런 친구들이 많았다. 매끼니 건강한 식사는 가은씨에게 꽤나 중요한 일이었지만 모두에게 그렇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값싸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로 끼니를 때웠고 자극적인 음식에 열광했다.

아침을 먹지 않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인스턴트나 특정영양소에 편중된 식사를 했고 식사시간도 대중없었죠.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하는 친구들은 많지 않았어요. 먹거리에 대한 바른 지식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어요.”

마침 그녀가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연구 동아리 SEN’에서 좋은 먹거리에 대한 논의가 시작 되었다. 대학생들이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처음 나온 아이디어는 아침대용 샐러드 도시락 이었다.

대학생들이 무엇보다 채소를 먹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샐러드 도시락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해보니 샐러드 도시락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그래서 누구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건강주스를 만들기로 했어요.”

재료는 간단했다. 바나나, 토마토, 사과, 당근 양배추 등 건강한 과채와 유산균음료가 사용 되었다. 각 재료마다 어떤 영양성분이 있는지 그것이 우리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건강주스를 접했으면 하는 마음에 가격은 저렴하게 책정되었다. 반응이 좋았다.

생각보다 인기가 좋았어요. 학생들은 다양한 야채들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거예요. 건강주스의 필요성에 대해 홍보하고 저렴하게 제공하니 많은 친구들이 함께 해 주었어요.”

수익금으로 다시 건강주스의 재료를 구매했다.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웃들에게 건강주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지역의 노인정에 방문에 무료로 건강주스를 만들어주었다. 지속적으로 이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던 중 우양재단을 만났다.

 

 

좋은 먹거리의 시작은 어디일까?

 

우양재단에서 처음 먹거리프로젝트 공고를 봤을 때 바로 이거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아리 팀에서 같이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동아리 회의 때 친구들에게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 팀원 중에서도 이 사업에 대해서 듣고 제안하려고 준비해온 친구들이 2명이나 더 있는 거예요. 다 같이 마주보고 한바탕 신나게 웃었어요. 그리고 일사천리로 준비가 되었죠.”

어려운 이웃에게 좋은 먹거리를 전달하는 일은 우양재단의 타이틀이기도 하지만 지난 일 년간 가은씨와 친구들의 고민점이기도 했다. 그간 생각하고 나름의 방법대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기 때문에 자원이 주어진다면 더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누구를 대상으로 선정할까하는 것이었다.

누구를 대상으로 선정할지 이야기가 많이 오갔어요. 단순히 건강주스를 한잔 전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먹거리를 좀 더 큰 범위에서 이야기 하고 싶었거든요. 주말에 부모님 식당에서 재료를 다듬다가 문득 보육원 아이들이 떠올랐어요. 일반가정의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장을 보거나 재료를 다듬고 요리하는 것을 경험해 볼 수 있잖아요. 보육원 아이들에게는 그런 경험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먹거리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서는 완성된 음식을 접하는 것뿐만 아니라 재료를 고르고 직접 만지는 시간 전부가 필요하거든요.”

4회로 진행되었던 아이들과의 요리 수업에서는 좋은 재료들을 아이들이 직접 만져보고 고르고 느끼는 시간으로 구성했다. 직접 만드는 샐러드, 샌드위치, 카나페 그리고 과일주스를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만들어내었다. 아이들의 창의적인 요리가 그날 함께한 모든 이들을 놀라게 했다.

 

 

사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바로 나의 삶에 애정을 쏟는 일이에요.

 

가은씨도 이제 졸업반이다. 동아리 활동이나 봉사, 좋아하는 공부뿐만 아니라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도 힘을 쏟아야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럼에도 포기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4학년이 되었으니 취업과 관계없는 것들을 내려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포기하려니 눈에 아른거리는 것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결국 사회적 경제 분야의 연구나 연합동아리 활동은 계속 하게 될 것 같아요. 이 공부를 통해 우리 사회에 소외 받는 이들을 기억하고 돌볼 수 있는 사회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청년들의 취업난 소식이 매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이때, 다양한 사회문제에 관심가질 만한 여유가 청년들에게 허락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은씨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우리 결국 혼자는 살수 없는 존재잖아요. 내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보고 사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곧 나의 삶에 애정을 가지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사는 이웃들이 없으면 나의 삶도 의미가 없으니까요. 돈과 성공만을 바라보고 달리는 사회의 흐름을 바꾸는 건 이젠 우리들 몫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