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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가 굳는 시간동안만 이라고 생각했던 수다와 게임은 깊은 밤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나 우양청년들은 용케 새벽예배도 드리고 약속된 시간에 일어나 아침을 먹습니다. 평소였으면 아침밥보다는 잠을 택했을 청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루 종일 계속될 밭일을 생각하면 아침은 필수 사항입니다.

 

 

2박3일 동안 우리의 주방장를 자처한 인예장학생은 남들보다 2시간은 더 먼저 일어나 밥을 합니다.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할 청년들을 생각하며 엄마의 마음으로 아침 차려줍니다. 거기에 사모님이 가져다주신 몇 가지 나물 반찬을 더하니 금세 영양식 밥상이 됩니다. 우양청년들 사랑과 영양으로 오늘도 충전 완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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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땔감용 나무를 하러갑니다. 여자들은 감자밭에 잡초를 뽑으러갑니다. 아침을 먹고나오자 교회 앞에 준비되어 있던 트럭을 타고 아직은 멍한 기분으로 밭을 향해 갑니다. 얼마나 타고 왔을까. 넓은 감자밭이 펼쳐집니다. 여기가 강원도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사실 여름은 이미 감자 수확 철입니다. 그러나 강원도는 여름에 감자를 캐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서늘한 고랭지 밭에 묻혀있는 감자는 가을까지 보관됩니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감자가 생산되지 않는 늦가을과 겨울에 감자를 내다 팝니다. 그래서 오늘 할 일은 가을과 겨울까지 감자가 잘 묻혀있을 수 있도록 감자밭에 잡초를 제거 해주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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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하나를 뽑는 일 자체를 힘든 일은 아니지만 이 뙤약볕 아래 끝이 보이지 않은 감자밭을 오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어지럽고 허리가 아픈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함께할 동지들이 있으니 힘을 내어 봅니다. 각자 한 고랑씩을 담당하고 자신이 맡은 구역에 잡초를 모두 제거 합니다. 처음에는 두런두런 이야기도 하면서 잡초를 뽑았는데 30분도 안 돼 다들 말없이 잡초 뽑기에만 집중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는 점점 뜨거워집니다. 잠시 그늘에 모여 쉬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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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물 한 모금을 마시자 이제 겨우 말문이 트입니다. 그리고는 길옆으로 작은 개울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나 둘 신발을 벗고 개울에 발은 담급니다. 발끝부터 전해져오는 차가운 기운에 멍했던 정신이 맑아집니다. 잡초를 뽑는 일로 꼬박 반나절을 보내고 나니 다들 농사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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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농사를 짓다보면 하루가 한 계절이 일 년이 금세 흐르겠어요. 땀 흘리며 하루를 열심히 일하고 그만큼 맛있게 밥 먹고 사는 것도 보람될 것 같아요.” 은혜는 반나절 만에 무언가를 깨달은 표정입니다.

“저는 피아노 연습하던 게 생각났어요. 피아노 연습을 하다보면 정말 이렇게 하루 종일 피아노치고 밥 먹을 시간이 되면 밥 먹고 또 하루 종일 피아노연습을 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하루 종일 피아노를 쳐도 금세 실력이 느는 것 같지 않아요. 연습은 지루하고 실력은 그대로인 것 만 같죠.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한 계절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면 분명 달라져요. 늘 똑같아 보이는 일상을 참고 쌓아가는 것이 인생인가봐요.” 피아노를 전공하는 시온이도 농활에 와서 삶을 배워 갑니다. 감자 뿐 만아니라 우양청년들도 자라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트럭 안에서 창문을 활짝 엽니다. 매연 없는 산 공기가 상쾌하고 아침에는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이제야 보입니다. 열심히 땀 흘린 후 만나는 새로운 세상입니다. 모두들 신나게 트럭드라이브를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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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를 끝내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비큐 파티입니다. 어제 손수 딴 깻잎은 물론이고 사모님이 직접 가져다주신 맛난 김치와 나물 반찬도 풍성합니다. 시골 장독에서 꺼낸 된장으로 끓인 찌개 맛 역시 일품입니다. 가로등하나 없는 교회마당에서 우양청년들은 하늘이 깜깜해지도록 신이 났습니다. 연탄불에 굽는 고기야 언제나 맛이 있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 간의 따뜻한 마음이 가장 맛있는 반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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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일정은 교회 대청소입니다. 2박3일 동안 신세졌던 성내교회 구석구석을 열심히 청소합니다. 남는 건 사진 뿐 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담아 여러 장의 사진을 남깁니다. 하지만 여기 모인 장학생들은 모두 알고 있어요. 우리의 만남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렇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기로 했습니다. 우양청년들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더 멋진 모습으로 힘내기로 해요.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