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우양 성지순례 답사기

드디어 성지순례를 가는 날입니다. 12박13일 일정으로 카타르 도하를 경유하여 이집트, 이스라일, 요르단 성지를 향해 나아가네요. 3월 11일 주일 예배를 드리고 인천공항에 21시에 집결합니다. 모이고 보니 농어촌 미자립 교회 목회자 90여명과 CBS기독교방송국 기자 이신승규님, 천지항공여행사 오세만 차장님, 우양재단 손삼열 과장님, 박이근정 대리님, 장완영 주임님 및 이사장 정의승 장로님 유정자 권사님 내외까지 100여명의 대식구가 순례를 나서는 길입니다. 섬기는 우양재단의 손길이 분주하고 그에 맞춰 농어촌 목회자 순례객들의 들뜬 표정이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하네요.

우양재단은 1983년 학산 장학회로 발족하여 중고생,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며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아름다운 섬김과 나눔으로 그늘진 곳에 희망과 빛이 되고 있습니다. 농어촌 미자립 100교회 후원, 새터민 지원, 중고생 및 대학생 장학금 지원, 배고픈 이웃에게 먹을거리 드리기, 무의탁 노인 보살피기, 옥상 텃밭 가꾸기로 온난화 늦추기 등 참으로 놀라운 일들을 하는 재단이랍니다. 배추 200포기를 심을 화분이 있다 하니 텃밭보다 규모가 크지요? 그야말로 기도와 땀으로 나누고 섬기며 하나님 나라 일구는 분들과 순례 길에 나서는 겁니다. 저희는 삼례은혜교회는 지난 여름 부터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에는 농어촌 사모 자기개발 프로젝트로 10여 곳 후원하는데 선정되어 아내가 꿈꾸던 재봉틀을 구입했습니다. 내복이나 어린이옷을 만들어 입고 있으니 너무 감사하지요. 참 설.추석.성탄이면 커다란 선물 상자를 격려 편지와 함께 보내주시기도 합니다. 시골 목회 10년차에 이렇게 귀한 섬김을 받으니 몸둘 바 모를 지경이랍니다.

이번 성지순례는 우양재단에서 수 십 년 기도드리며 처음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지난 해 봄 예정되어 있었으나 이집트, 무바락 독재자에 대한 국민혁명(재스민 혁명)으로 연기되었다가 올 해 나서는 길입니다. 그러니 저는 못갈 상황이었으나 하나님께서 상상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성지순례를 허락하시네요.

이제 카타르 항공에 오르고 비행기가 활주로에 들어서자 온 힘 다해 내달려 솟구칩니다. 그리고 12시간 날아가 도하에 착륙하여 잠시 대기하다 사륜 구동차에 5명씩 승차합니다. 사막 사파리 관광을 하는 겁니다. 보통 경유지에서는 대여섯 시간 이상 대기하는 것이 당연한데, 우양재단에서 신나는 세계로 인도합니다. 먼저 사막 입구로 가 바퀴 바람을 약간 빼 모래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고 다시 사막을 향해 달립니다. 모래 언덕 구릉지를 차로 거침없이 누비는 것 입니다. 한참을 가다 비탈길을 만나 잠시 멈칫하네요. ‘피해가겠지!’ 싶었으나 아니 웬걸? 60도 이상의 경사지를 내달립니다. 함께 탄 목사님들은 소리지리고 ‘주여’ 찾으며 난리 납니다. 뒤집어 질 것 같은데 아슬아슬 묘기행진이 계속 이어집니다. 높이 100m 가 넘는 언덕에서 절벽을 타고 내려가다니요. 마지막 저희 차량 기사는 아예 후진으로 내려가니 오장육부가 뒤틀려 혼이 납니다. 아무런 사고 없이 다시 도하로 가 이집트 카이로 행 비행기에 올라 두어 시간 이동합니다.

 

 

내려 짐 찾고 대형버스 3대에 나눠 탄 후 카이로 기차역으로 가 룩소행 야간열차를 탑니다. 이집트 교통 체증으로 가는 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간신히 도착한 카이로 역에서 열차에 올라탑니다. 730km 떨어진 남녘으로 12시간 밤새 달려 고대도시 룩소에 도착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430년간 종살이 하던 애굽을 둘러보는 것이지요. 카르낙 신전, 왕들의 계곡, 멤논의 거상, 하셉슈트의 장제전 등 당시 거대한 무덤과 유적을 보니 예술 정신과 열정은 대단하나 하나님을 모르고 사는 인생의 끝이 참 가여워 더 정신 차려야겠다 싶은 맘이 듭니다.

 

2명씩 마차에 올라 1시간 고대도시를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숙소에서 씻고 3시간 30분 쉰 후 다시 밤기차에 올라 12시간 달려 카이로에 도착합니다. 첫 날은 덜컹이는 기차가 낯설어 수차례 깨곤 했는데 둘째 날은 두어 차례 깨니 감사한 순례길입니다. 카이로 기자역에 도착한 일행은 이내 버스로 환승하고 ‘알렉산드리아’ 지중해 항구 도시로 3시간 30분 달려갑니다. 성경교사 아볼로의 고향이며 사도바울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으로 주후 1세기 백 만권의 도서를 갖추었던 세계 최대 도서관을 가지고 있는 도시입니다. 또한 히브리어로 기록된 구약성경을 헬라어로 최초로 번역한 70인 역이 만들어진 유서 깊은 곳입니다. 마가의 첫 복음 선포지역이기도 한 이곳은 마가의 순교를 기억하여 기념교회가 세워진 지역입니다. 도서관이 전쟁으로 5차례나 파괴되었으나 2002년 유네스코와 여러 나라의 후원으로 멋진 도서관이 ‘바다에 뜨는 태양’이라는 모습으로 예쁘게 세워졌어요. 세계 각국의 글이 벽면에 새겨져 있고 한글은 ‘아름다운 금수강산’ 글귀가 자음 모음으로 소개 되어 반갑기도 하네요.

 

일행은 다시 카이로에 돌아와 드디어 첫 숙박을 합니다. 다음날엔 카이로 이곳저곳을 돌아봤습니다. 피라미드, 스핑크스 등 현대과학으로도 쉽게 만들 수 없는 건축물에 압도되네요. 그러고 보면 우리 왕들은 소박하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한옥과 고궁을 전수해준 선조들이 고마워지는 순간입니다.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은 수 천 년 전 무덤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신으로 환생하여 영원불멸을 꿈꾸던 수고가 헛된 것임을 깨닫는 시간입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과 영생이 있음을 모르는 영혼들이 안타까워 불쌍합니다.

이슬람국가인 이집트에도 교회가 있습니다. 요셉이 아기 예수님과 피난 생활한 동굴 위에 지어져 있고 이집트 초대교회 비밀 회합 장소이기도 한 예수피난교회에 가보니 12기둥 가운데 다듬지 않은 가룟 유다 기둥이 초라하게 남아 그 날을 기억하게 합니다. 모세가 이집트를 떠나기 위해 마지막으로 기도드린 곳이라는 모세기념회당도 둘러보네요. 그리고 쓰레기 마을 교회로 알려진 목가탐 언덕 동굴교회를 향합니다. 이곳은 1960년 이후 도시로 상경한 빈민들이 쓰레기를 모아 재활용하며 생겨난 달동네인데요. 족히 4km 정도 이르는 산언덕을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주변은 온통 쓰레기와 먼지투성이요 썩은 냄새가 코를 찌르네요. 그나마 최근 돼지 사육을 금하여 악취가 줄었다는 데도 힘든 순례길입니다. 더욱이 좁은 도로에 다양한 화물차와 나귀 마차가 수시로 오가니 한 줄로 조심조심 걷습니다. 그래도 오가며 만나는 사람들은 웃으며 맞아주네요. 저 갔으면 벌써 뛰쳐 도망갔을 것 같아요. 드디어 동굴교회 정문에 이르니 수 백여 미터 절벽에 성화들이 조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어떻게 그렸을까? 어떻게 조각했지? 궁금하기도 하고 절망스러운 산골 달동네에 이처럼 아름다운 성전을 짓고 예배드리며 신앙을 지킬 수 있을까? 싶어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대성전에 들어가는 길은 50여 미터 동굴을 지나네요. 성전에 들어서는 순간 원형극장 형태에 놀라고 천장 없이 그냥 비스듬한 절벽으로 40% 정도 좌석을 가린 것에 또 놀랍니다. 건조기후라지만 비가 오나 눈이오나 신실하게 예배드리는 목가탐 언덕 신앙인들이 존경스럽습니다. 더욱이 이 땅의 기독교인은 태어나면서 십자가 문신까지 하고 1년 가운데 무려 245일을 한 끼 이상 금식한다고 합니다. 광야의 영성이 대단하지요? 어려움 중에도 올곧게 신앙 지키는 1%의 기독교인이 자랑스럽습니다. 기도드리며, 성전을 오르내리며 눈물이 앞을 가리고 찬송이 절로 나옵니다. ‘주 예수 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 이 세상 부귀와 바꿀 수 없네. 영 죽은 내대신 돌아가신 그 놀라운 사랑 잊지 못해. 세상 즐거움 다 버리고 세상 자랑 다 버렸네. 주 예수 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 예수 밖에는 없네.‘ 환경을 탓하고 게으르며 때론 포기하던 저를 돌아봅니다. 성도 적은 시골교회를 섬기며 시뻘건 녹물이 나온다고, 75mm 얇은 조립식 건물에서 여름과 겨울나기가 조금 힘들다고 불평 했던 제가 너무 죄송하여 회개하는 순간입니다.

 

 

버려라!

 

와보라! 와보라!

쓰레기 마을 악취

흙먼지 진동하네

 

버려라! 버려라!

온갖 잡다한 것들

분리수거 하리니

 

코 막지마라! 코 막지마라!

최첨단 과학문명 누림으로

나온 배설물 아닌가?

 

꽃보라! 꽃보라!

이 더러운 곳에 살아도

해맑은 웃음 꽃 피우니

 

포기마라! 포기마라!

박해의 자리 지저분한 곳에도

고귀한 신앙의 꽃 피우니

 

 

이제 0시에 출발하여 밤새 달려 시내반도를 지나 이스라엘로 갑니다. 산도 들도 언덕도 온통 새빨간 땅 광야입니다. 우리나라는 온통 푸른데 반해 나무를 찾아보기 힘드니 참 낯선 풍경이지요. 간혹 아이 키 만한 싯딤나무와 로뎀나무가 서 있고 듬성듬성 풀이 보이긴 하나 척박한 땅이네요. 이런 땅에서도 군데군데 유목생활을 하는 베두윈족의 집들을 보니 서 너평 작은 집에 갈대로 엮은 지붕을 하고 있어요. 풀을 따라 때를 따라 옮겨 다니려면 짐이 적어야겠지요. 그러고 보면 언제 주님 다시 오실지 모르고 때가 되면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하는데 집에 쌓아 놓은 것이 뭐가 그리도 많은지 이 땅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살고 있는 저를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글_삼례은혜교회 장운 목사/ 사진_우양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