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쪽방촌'에 해당되는 글 2건

  1. 쌀남쌀녀와 어르신의 은밀한 이야기
  2. 쌀남쌀녀, 처음으로 어르신 댁 방문하는 날~

 

 

 

우양의 지난 봄을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봉사의 계절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우양의 봉사단들은 저마다 멋진 활동들을 이어갔고 소나기가 떨어지던 그날도 우양봉사단 <쌀남쌀녀>청년들은 어르신을 만나기 위해 우산을 집어 들었습니다.

 

지난 4 영등포노인복지관에서 <쌀남쌀녀>가 어르신들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시나요? 어르신과는 물론이고 짝꿍 봉사자와도 아직은 어색하던 그때 우양청년들은 조심스럽게 어르신 댁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어린 봉사자들을 조금은 쑥스러운 듯 집에 들이시던 어르신을 보며 괜스레 죄송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공간까지 열어주시고 우양청년들을 맞아주신 어르신을 생각하며 더 잘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쌀남쌀녀>는 다른 봉사단과 달리 연 초에 만난 짝꿍 봉사자 그리고 짝꿍 어르신과 일 년을 함께 합니다. 6팀을 이룬 12명의 봉사자들은 격 달로 만나며 쌀과 잡곡 그리고 어르신과 상의하여 선정한 다양한 먹거리를 전달합니다. 그러다보니 평소 안부전화를 드리고 언제 찾아뵈면 좋을지 이달에는 어떤 먹거리를 장봐 갈지 늘 여쭙게 됩니다.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혹시나 집에 비가 새지 않는지 걱정이 되어 서둘러 연락을 해봅니다.

 

드디어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입니다. 어르신께 찾아뵙겠다고 약속드린 날이 다가왔습니다. 재단에서부터 쌀과 잡곡을 받아 어르신이 살고 계신 영등포로 출발합니다. 동네에 도착했지만 바로 어르신 댁으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어르신이 필요하시다 알려주신 몇 가지 먹거리를 사가지고 들어갑니다. 어르신이 사는 동네는 오래되고 작은 집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하지만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번쩍거리는 고급 쇼핑몰과 대형마트가 있습니다. 몇 번을 봐도 낯선 풍경이지만 오늘도 그 횡단보도를 건너 마트로 향합니다.

 

어르신께 필요한 몇 가지 물건과 매 끼니마다 편하게 드실 수 있는 몇 가지 찬거리를 고릅니다.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사갈까 하다가 조리와 보관이 여의치 않은 어르신의 상황을 생각하니 다시 한숨이 나옵니다. 그래도 봉지 가득 물건들을 담고 나니 어르신을 찾아뵙는 마음이 조금은 편안합니다.

 

오늘이 지나면 무더위가 한풀 꺾인 후에나 어르신을 찾아뵙니다. 이 여름동안 쏟아지는 장마와 무더위가 어르신을 힘들게 하겠지만 여전히 건강한 얼굴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르신 건강하세요. 또 전화드릴께요.”

 

 

 

저소득 어르신들에게 먹거리를 전달하기로 한 쌀남쌀녀 봉사단이 오늘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으로 모였습니다. 일 년 동안 짝꿍이 될 어르신들을 만나기 위함입니다. 장학생들이 온다는 소식에 어르신 몇 분은 일찍부터 자리를 채워주셨습니다. 혹시나 학생들이 어색해할까 몇 마디 농담도 건네시며 학생들을 환영해 주십니다. 만남에 적극적이기는 우양청년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준비된 간식과 음료를 어르신께 전달하며 친근하게 다가갑니다.

 

 

어느새 학생들과 어르신들로 자리가 꽉 찼습니다. 조금 쑥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설레는 마음이 더 큽니다. 우양의 여느 모임이 그렇듯 쌀남쌀녀 봉사단도 남한출신청년과 탈북출신청년이 비슷한 수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같은 테이블에 모인 청년들과 어르신들이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한 어르신이 고향에 대해 이야기하십니다.

나는 황해도가 고향이야. 6.25때 넘어왔지.”

우양청년도 반갑게 대답합니다.

! 어르신~ 저도 고향이 황해도예요.”

어르신은 조금은 의아해하시는 표정입니다.

자네도 고향이 황해도야? 아니 이렇게 젊은 사람이 6.25때 넘어왔단 말이야?”

자연스레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어르신들도 우양의 청년들에 대해 알아갑니다. 서로에 대해 알아갈수록 처음 만난 어색함은 점점 사라집니다.

 

 

 

본격적으로 청년들과 어르신들에게 사업을 소개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우양청년들은 앞으로 일 년간 정기적으로 어르신의 댁을 찾아뵙니다. 단순히 안부만 물으러 오는 것은 아닙니다. 어르신 식생활에 기본이 되는 쌀과 잡곡 그리고 각 어르신의 기호에 맞춘 다양한 먹거리를 구입해서 전달합니다. 물론 비용은 우양재단에서 부담합니다.

 

 

 

오늘은 첫 만남이기에 모두가 한 자리에 모였지만 앞으로는 어르신 한 가정에 우양청년 둘만 찾아 가게 됩니다. 그날을 위해 어르신과 만날 날짜와 시간을 정합니다. 그리고 전달할 먹거리의 종류를 정합니다. 매번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이 한정되어 있어 어르신이 원하시는 것을 모두 사갈 수는 없지만 가능한 어르신이 좋아하시고 잘 드실 수 있는 것으로 구매하려고 합니다. 어르신이 평소 잘 드시지 못했던 과일과 국거리로 요리 할 수 있는 재료들이면 좋겠습니다. 영양보충을 위한 견과류도 필요합니다. 어떤 것이 좋을지 이야기하다보니 평소에 어떻게 식사를 하시는지 댁에 음식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은 잘 구비되어 있는지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조리 환경도 살펴 볼 겸 가는 길도 익힐 겸 오늘 모임의 마무리는 짝꿍 어르신 댁 방문입니다. 이제 각 팀별로 흩어져 어르신 댁으로 향합니다. 봄볕이 좋아 나들이 가는 마음으로 어르신을 따라 갑니다. 오늘 모인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은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습니다. 조금 큰 길로 나오니 고급 아파트와 화려한 쇼핑몰도 보입니다. 높다란 빌딩들을 뒤로 하고 작은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번화가를 벗어나자마자 오래된 집들이 있는 조용한 동네가 나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안쪽 3층짜리 건물이 어르신이 사는 곳입니다. 이 건물은 예전엔 여관이었다고 합니다. 작은 크기에 문들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사람들은 이곳을 쪽방촌이라고 부릅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똑같은 문들 중 한 곳에 멈추었습니다.

 

 

 어르신은 조금 쑥스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들어오라고 하십니다. 어르신과 두 명의 청년이 들어가 앉으니 방이 꽉 찹니다. 어르신은 꽤 오랫동안 이 곳에서 사셨다고 합니다. 앞으로 꾸준히 이 집을 찾아오게 될 청년들을 보고 어르신은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합니다.

이 집에 찾아오려면 고생이 많겠어. 앞으로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