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에 해당되는 글 2건

  1. [닮고싶은 청년 vol.35]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노래를 부릅니다
  2. [평화강사 양성과정5기 이벤트] 정전협정 60주년 기념 "용감한 두부밥들"


 길가는밴드 리더 장현호 

 


길가다 볼 수 있는 흔한 인상이라 이름을 길가는 밴드라고 지었을까? 밴드의 리더 장현호 씨(36) ‘사람 좋아 보인다’는 말이 어울리는 수더분한 외모의 소유자다. 그렇지만 기타를 둘러멘 그의 모습은 다르다. 그는 거리에서 노래하는 사람이다. 그가 내뿜는 에너지는 길바닥을 크게 울린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 길바닥이 다른 어떤 곳보다 노래가 필요한 곳이라는 점이다.

 

다행히 우양재단의 사업현장도 그 길 위에 있었고, 운 좋게 그를 만날 수 있었다. 탈북청년들을 격려하는 행사에서 들린 그의 노래는 평화를 말하고 있었다.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의 평화가 아닌, DMZ에서 다함께 춤을 추자는 올찬 평화였다. 울림이 있는 노래였다.

 

원래 그는 노래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연주자에 가까웠다. 군악대에서 드럼을 쳤고, 학교에서 베이스기타를 전공했다.‘부흥한국’이라는 팀에서 연주를 했고, 몇몇 밴드도 거쳤다.그러면서 직접 노래를 하고싶어졌다. 부흥한국에서 활동하며 통일에 대한 이슈를 접하고, 탈북민들을 만나면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노래를 부릅니다

 

‘모든 사람의 입에 곡식을 공평하게 넣어주는 것이 평화. 평화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쌀을 팔아 그곳으로 달려갔지만 부끄러워 문밖에 두고 나왔는데 밥을 지어주고 싶구나.아이와 어른이 모두 한상에 모여 웃고 떠들며 둘러앉아 하얀 쌀밥을 나누면서 하는 말 이제 우린 한 가족이구나’ 


길가는 밴드의 대표곡 ‘쌀의 노래’의 가사가 이렇다. 그는 평화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누군가 제게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전 바로 ‘가사’라고 말합니다. 전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고, 그걸 그나마 효과적으로 표현 할 수 있는 게 노래거든요. 노래라는 방식으로 제 이야기를 하는 거죠. 노래를 만드는 과정도 같은 맥락이에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머릿속에서 계속 되뇌는 거예요. 그러다가 기타를 잡고 운율을 만들고 이야기를 가사로 얹는 겁니다”

 

선율이나 리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메시지라는 말이다. 그래서 주변으로부터 노래가 조금 길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포기할 수 없어 노래에 메시지를 조금은 꾸겨 넣은 느낌이라고 스스로 말할 정도다.

 


요즘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말은요

“지금 만들고 싶은 노래의 제목은 ‘강 건너 불 보듯‘이에요. 얼마 전에 북한과 중국이 마주하는 조중접경 지역에 다녀왔어요. ‘장백현’이라는 곳에 갔는데 강 건너에 북한 사람들이 사는 모습들이 훤히 내다보이더라고요. 북한사람들을 직접 본건 저에게 충격이었어요. 거기도 사람 사는 동네인데, 그곳을 신기하게 느끼는 저를 보면서 그쪽 주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어요. 망원경으로 그들을 보는 행동도 불편했고요.

 

소리 지르면 다 들릴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애써 모른척하고 농사짓고, 빨래하는 모습에 마음이 울컥했다. 같은 민족으로 서로의 존재는 의식하지만 대화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보면서 깨달은 게 있다. 진짜 평화는 직접만나서 이야기하고, 만질 수 있고, 서로 밥을 떠먹여 줄 수 있는 관계라는 거다. 이런 마음에 노래가 하고싶어졌다. 남과 북의 방대한 이야기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 이야기로 풀어내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야 사람들에게 이런 이슈가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북한 쪽을 쳐다보는데 마을도 보고, 소가 풀 뜯는 것도 보고, 농사짓는 사람들도 봤어요. 그러면서 저희 부모님 고향이 떠올랐어요. 저희 아버지가 섬진강가에 사셨고, 어머니는 강 건너편에 사셨거든요. 아버지가 강을 건너와 선을 보시고 어머니와 결혼하시고 제가 태어났는데요. 북한의 풍경과 부모님의 풍경이 오버랩되면서 감정이 북받쳐 왔어요”

 


노래하는 사람? 운동가?

 

그의 순수한 마음은 가끔 오해도 낳는다. 교회에서도 노래를 하는 그에게 가끔은 노래하는 사람인지, 운동가인지 질문하는 이도 있다.

 

“저는 밴드 U2를 좋아합니다. U2에는 기독교인인 멤버들이 있는데 그들을 팀으로 묶어준 기독교단체에서 음악 때문에 배척을 당한 적도 있다고 해요. 그래도 그들은 자신들이 부르는 노래가 바로 예배하는 거랑 다름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금의 세계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밴드가 된 거죠. 저희 노래를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싸이와 김장훈의 음악 중 무엇이 더 좋냐고 물어보면 전 김장훈을 선택할 거예요. 싸이의 음악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김장훈이 음악외적이 모습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들이 좋거든요. 사람들은 김장훈을 음악보다는 다른 것에 집중하는 게 아니냐고 평가하기도 하지만요”

 

그는 길 위의 노래와 교회 내 노래가 공존할 수 있다고 했다. 각각의 다른 장소에서 같은 노래를 불렀던 경험도 있었고, 메시지가 통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는 거다. 양쪽 다 포기할 수 없는 그는 기독교음악 앨범과 길가는 밴드 앨범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길 위에서 노래를 부를겁니다”

 

“사실 이런 이유로 적대감을 드러낸 사람이 많진 않았어요. 노래이기 때문에 허용되는 게 많아요. 노래는 좌우를 다 넘나들잖아요. 어렸을 적 많이 불렀던 작은 연못(김민기) 같은 노래의 가사를 다시보니 엄청난 임팩트가 있는 노래더라고요. 이런 노래를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그는 통일 이슈 외에도 관심사가 다양하다. 그리고 노래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억울한 노동자들의 곁을 지키러, 사고의 비참한 희생자들을 위로하러, 탈북자들의 조그만 외침에 힘을 보태려 전국을 누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그들을 추모하는 노래도 만들어 불렀다.

 

“제 꿈은요. 제가 늙어서 노래를 부를 수 없는 날이 올 때까지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만약 그사이에 통일이 된다면 통일을 기대하면서 부른 노래가 통일 전의 과거를 회상하는 노래로 바뀌겠죠. 그렇게 되면 세계평화에 집중한 노래를 불러야할지도요 하하하.

 

 

 

 

1Day of peace _ 우양평화강사 양성교육 평화체험 행사

 

용감한 두부밥들

사진/글_ 사회환원 남북청년팀

한기호 대리

 

  지난 여름, 평화강사에 도전장을 내민 탈북청년들과 그들과의 합석을 요청한 남한청년들이 상수동 '커피오피스' 까페에 모였습니다. 마침 이날은 정전협정 60주년이 되는 7월 27일이었는데요. 남과 북이 둘로 나뉜지 60년이 지났음에도 남북의 청년들이 한 데 모여 평화를 이야기하고 서로에 대한 우정을 쌓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두부밥으로 하나된 그들은 이름하여 용감한 두부밥들입니다.

 우리는 오늘 많은 일들을 소화했습니다. 두차례 수고해주신 1인 시민활동가 조원영 강사님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조별 게임과 주어진 미션을 수행했고, 조별로 두부밥을 만들어 보았는데요. 하나의 요리인데도 조별로 만드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맛들이 연출되는 것을 보면서 누구나 갖고 있는 개성 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색깔을 갖고 있나요. 그리고 남과 북은 60년 동안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나요

 각 조별로 두부밥의 이름을 짓고 그 이유를 이야기해 봅니다. 처녀총각 두부밥부터 바운스바운스 두부밥까지 먹거리 하나로 다채로운 두부밥 열전이 펼쳐집니다. 누구 하나 미소를 잃지도 소외되지도 않았던 시간. 북에서 온 청년들이 모처럼 실력발휘를 제대로 합니다. 젊음은 솔직하고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맛에 대한 나눔 하나로도 서로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합니다.

 

 그리고 주어진 조별 미션, 단 하루 북한에서 삶이 주어진다면 무엇이 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많은 고민들을 하는 청년들. 정말 북에서의 하루가 주어진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설레이는 마음으로 한자 한자 적어내려가 봅니다. 누군가는 가족들과 또 언제 돌아올 지 모르는 저녁식사를 소망합니다. 다른 누군가는 강제수용소에 있는 지인들을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또래나이인 '김정은'과 면담을 요청하는 청년도 있습니다. 이유를 들어본 즉, 허심탄회하게 또래의 청년으로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합니다.

 

 

 

 분위기는 이미 북에서의 하루 휴가를 맘껏 즐기고 온 표정들입니다. 발표를 하는 청년들의 표정에서 느껴지시죠? 장소를 아래층으로 옮겨 진행된 다음 순서는 사람책 행사입니다. 내가 하나의 책이 되어 나의 삶을 궁금해 하는 독자들에게 직접 들려주는 코너인데요. 탈북청년들의 스토리텔링으로 까페는 곧 숨쉬는 도서관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탈북청년들에게 이 시간은 내가 주인공인 동시에 히어로입니다. 별다른 준비도 필요없습니다. 책내용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지요.

 '노동자의 딸 도간부 되다' '군인' '11' '가고싶은 길 가고싶지 않은 길' 제목마다 뭐가 의미심장한 내용들이 숨어있을 것만 같습니다. 사람책의 이야기가 종료되면 청자들은 포스트잇에 소감을 적어 사람책에게 감사의 뜻으로 영광의 하트를 붙여 줍니다. 영광의 미소가 무척이나 아름답네요. 

 

 우리는 다시 두부밥으로 하나되었던 2층으로 모였습니다. 오늘 하루 평화와 소통을 위해 고생한 남북청년들의 노고를 치하? 하기 위한 작은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먼저 '길가는 밴드'의 뮤직비디오를 시작으로 힙합그룹 프리스트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길가는 밴드의 가사 중에 "형제라기엔 너무 달라, 옷은 누가 입혔을까, 색은 누가 물들였을까. 남쪽은 파랑색으로 북쪽은 빨간색으로." 의 가사는 분단세대, 탈북세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합니다. 그곳에서 춤추고 그곳에서 얼싸안고 눈물흘리는 그날을 떠올려 봅니다.

 

 

 이어진 공연은 프리스트의 힙합 댄스입니다. 굉장히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내었는데요. 잘생긴 청년들의 춤사위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남이나 북이나 다른 것이 없는듯 합니다. 그냥 반응하고 느끼고 즐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죠.

마지막 순서는 하늘소년 '김영준' 님께서 함께 해주셨습니다. '오늘은 홍대클럽, 내일은 평양클럽' 불후의 명곡이었습니다. 부산의 한 청년이 부산역에서 평양행 기차표를 끊어달라고 떼를 쓰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하는데요. 이처럼 남북의 코드를 무겁지 않게 노래로 표현하는 작업들은 계속 이어졌으면 합니다. 우리의 상상력이 남북의 분단철조망을 뛰어넘기에 충분하니까요. 먹고 떠들고 웃음이 웃음을 낳던 오늘의 한 장면은 우리의 마음속에 깊이 깊이 간직될 것만 같습니다.

 

 1950년 6월 25일에 시작된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27일에 휴전에 조인하면서 중단되었습니다. 휴전협상은 무려 2년 반이나 끌었지만, 휴전 얘기가 나오기 전보다 휴전 협상 기간에 더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협상 테이블에서 말로 싸웠다면, 그 기간 동안 전선에서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고지의 주인이 바뀌면서 삶과 죽음이 엎치락뒤치락 부대끼며 싸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6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분단의 경계선이 아닌 평화의 확산을 이야기했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북한출신 청년과 남한 출신 청년들이 따뜻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혹자는 분단의 시간이 하루 길어질 수록 통일의 시간은 이틀 이상 연장된다고 이야기합니다. 통일의 시작은 우리 마음속 평화입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마음 속 작은 여유가 통일을 앞당깁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5기 평화강사 양성과정 참가자들의 강사 도전기는 계속 진행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