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라기 보단 이야기하는 사람이죠. 북한에서의 경험을 매개로 사람살이에 대해서 이야기해요.”

최장현씨(30)는 지난해 우양평화강사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정식으로 평화강사가 되었다. 하지만 강의를 하기 시작한 건 이미 수년 전이다. 가장 많이 이야기하게 되는 주제는 북한에서의 경험이다.

아무래도 북한의 생활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궁금해 하죠.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북한이야기를 편견 없이 풀어내고 싶었어요.”

궁금해 하는 사람들은 많았고 정보는 부족했다. 근거 없는 말들이 진실처럼 전해지기도 했다. 모든 것을 설명할 순 없지만 적어도 겪은 것들은 바르게 전하고 싶었다.

대한민국의 언론에서도 북한이야기를 꾸준히 하죠. 오히려 그 이야기들이 북한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 내고 있어요. 북한에는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 보다 훨씬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삶을 살고 있거든요.”

그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람살이에 대해서다. 북한이라는 이름아래 통칭되는 것 이아니라 북한에 살고 있는 개인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북한의 주민들은 착하고 통치자들은 나쁘다라는 생각이 대한민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편견인 것 같아요. 이렇게 이분법적인 시선으로 북한을 이해할 수는 없어요. 그들은 그 체제 안에서 자연스런 자신들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니까요. 그들이 자라온 문화적 토양을 알아야 조금이나마 그들을 이해할 수 있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니 강의에 대한 열정이 생겼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강의를 홍보하였다. 주변 대학교에는 직접 만든 포스터를 붙이며 강의신청을 받았다. 비영리단체나 세미나에서 초청을 받기도하고 대학생들 모임에서 또 기업에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기기도 했다. 우양재단 평화강사가 되고 난 후에는 초, , 고등학교에서도 강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발로 뛰며 시작한 강의가 벌써 35회가 넘었다.

 

지난 여름방학에도 강의가 많았어요. 강의를 가거나 준비하는 시간 외에는 주로 책을 읽어요.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는 면에서 방학은 나만의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시간이죠.”

방학에는 한 달에 스물다섯권 이상 책을 읽는다. 북한에서 대한민국으로 와 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점이다.

때로는 내 나이가 몇 살인지, 어떤 학교를 다니는지, 고향이 어디인지 이야기하는 것 보다. 내가 그 동안 읽은 책 목록을 이야기 하는 것이 나를 더 정확히 소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책 목록을 보면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오늘까지 살아왔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북한에서도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았다. 북한에서 아버지는 가끔씩 중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중국에서 구해온 오래된 대한민국 책을 읽으며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대한민국에서의 삶을 꿈꾸게 된 첫 순간이었다.

 

 

 

어머니는 북한에서 학교 선생님이셨어요. 그래서 저는 다른 친구들보다 한글을 일찍 배웠어요. 보통 북한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글자를 배우기 시작 하거든요. 저는 5살인가부터 한글을 읽을 수 있었는데 한글을 읽고 나니까 유치원에 가기 싫더라고요. 그래서 어머니가 출근하는 학교에 1년 동안 같이 다녔어요. 어머니가 일하는 동안 저는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죠. 그때부터 책을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풍부한 독서이력은 그가 북한은 객관화해서 바라보는데 도움을 주었다. 덕분에 그의 강의는 단순히 옛날이야기를 전해주거나 탈북과정에서 고생했던 경험을 전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북한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 또한 납득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간다.

일방적으로 북한의 특정 사실에 대해 전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어요. ‘네가 알고 있는 사실은 편견이야, 지금 내가 말해주는 것이 진실이야라는 식으로 강의를 진행하면 청중이 잠깐은 제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진실로 받아들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건 언론이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금세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인지 그는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일방향 강의보다 소수의 인원과 함께하는 쌍방향 강의를 선호한다. 사회현상에 대한 의미를 함께 생각해 보며 북한 사회를 자연스럽게 이해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제가 알고 있는 북한지식이라는 것도 시대성을 상실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북한사회도 늘 급변하는지라 제가 전할 수 있는 지식은 단지 역사적 지식일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청중들이 북한사회의 어떤 현상에 숨어 있는 의미를 파악해서 북한을 더 잘 이해하도록 만들고 싶어요. 철학적으로 말한다면 보이는 것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도록 하는 거죠. 이게 제 강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에요.”

 

                                                           

 

치열하게 진로가 고민되는 대학교 4학년. 전업강사를 목표로 잡았다. 운동, 독서와 더불어 매일 거르지 않는 것이 발음과 목소리 교정이다. 좋은 강사가 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다.

단순히 많이 아는 사람이 좋은 강사는 아닌 것 같아요. 좋은 강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하거든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끌어내 지식과 같이 버무릴 수 있는 강의를 하고 싶어요.”

학생이자 동시에 강사이다. 이제 겨우 강사로 한 걸음 내딛었지만 앞으로 공부하고 준비해야할 일들이 더 많다.

앞으로 할 공부가 너무 많아요. 강사뿐만 아니라 넒은 의미에서 인문학자가 되고 싶거든요. 계속 공부하고 싶고 또 그럴 수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