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양재단을 통해 알게 된 소아당뇨캠프는 나에게 있어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활동이었다. 사실 당뇨캠프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 캠프는 초등학생에서부터 고등학생까지만 참여할 수 있었는데, 이것을 알게 된 시기는 20살이 넘어서였다.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자라는 꿈을 가지면서, 실제 소아 당뇨환자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활동하는지가 궁금했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아쉬워하고 있었던 차에, 재단에서 스텝모집을 하기에 바로 지원했다.

스텝 O.T에서는 각 분과별 소개와 당일 일정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의료분과, 영양분과, 간호분과, 사회복지분과, 자원봉사분과 의 5개조로 나뉘어 각 분과가 하는 일과 교육일정을 발표했다. 이렇게 각 분과 별로 아이들이 당뇨에 대한 인식과 겪을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돌보는 점에서 놀라웠다. 이렇게 체계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내가 속한 분과는 자원봉사분과였다. 원래는 다른 분과로 배정할 수 있었으나, 내가 소아 당뇨인 점에서 실제 아이들과 소통하며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자원봉사분과로 배정받을 수 있게 요청했다.

 

 

소아 당뇨 캠프는 2012.8.5-2012.8.8일의 34일 일정이었다.

 

첫 날 소집에서 아이들은 벌써 친해진 아이들도 있었지만 다소 소극적인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과연 아이들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과 두려움을 가진 채 버스에 올랐다. 나와 같이 앉은 친구는 중학생이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라 어색한지 낯을 많이 가렸다. 그렇지만 공통주제로 이야기하며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했다.

나와 아이들이 도착한 곳은 양평 미리내 캠프였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있어서 그런지 공기도 맑고 쾌적한 느낌을 받았다도착하자마자 혈당 검사 후, 밥을 먹었다.

 

 

하루에 주사하는 횟수에 따라 식사하는 방법이 달랐다.

2회 주사는 자기가 먹을 만큼이 정해져 식사를 하는 반면에, 4회 주사는 자기가 먹을 만큼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배식하면서 각 영양분과 선생님들이 아이들이 잘 배식하는지를 봐주는 점에서 꼼꼼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식사를 하고, 간단한 개영식을 한 뒤, 영양 교육과 간호 교육을 했다.

영양 교육은 영양분과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알고 있어야 할 식4품의 영양을 가르쳤다. 곡류, 어육류군, 유제품군, 과일군 등 을 게임형식으로 배웠는데, 아이들이 생각 외로 잘 알고 있어서 놀라웠다. 이것은 이 교육뿐 만 아니라 모든 교육에서 드러났다.

간호 교육은 아이들이 인슐린에 얼마나 알고 있고, 인슐린 주사를 놓는 방법에 대해 배우는 것이었다. 이것 또한 아이들이 인슐린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자신이 맞고 있는 주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저녁식사 후, 야외 추적 놀이를 했는데, 이것은 미리내 캠프에서 준비한 놀이이다. 야외에서 부엉이 판넬을 찾아 거기에 적힌 단어를 쓰는 놀이였다. 각 조별로 찾았는데, 재밌었다. 아이들보다 내가 더 신나있었을지도 모른다.

이튿날 일정은 오전에는 의료교육, 사회복지분과의 집단상담이, 오후에는 수영과 명랑운동회(실내 레크리에이션)가 있었다.

의료교육은 게임 부루마블 같은 형식으로 각 조별로 단어에 대한 설명하고 그 점수만큼 칸을 이동해가는 방식이었다. 게임을 진행하는데, 아이들이 거의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너무 잘해서 흥미진진하고 재밌었다.

집단상담의 경우, 내가 직접 관찰할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아이들 대부분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점심식사 후, 수영을 했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아이들이 매우 즐거워하고 이 때 부터 서로 친해지기 시작했다. 이 후로 서로 아이들이 이야기하며 캠프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뒤에 명랑 운동회를 각 스텝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짝을 지어 경기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재밌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셋째 날은 오전에 하이킹 후, 챌린지 활동을 하였다. 캠프기간 동안 날이 매우 더웠는데, 그늘 없는 곳에서 챌린지 활동물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고 도전 능력을 기르는 활동 (:그물망 올라가기, 외줄타기 등)해서 힘들었다. 다른 실내프로그램을 했더라면 좀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셋째 날의 마지막 일정은 장기자랑 시간과 캠프 파이어, 촛불의식을 했다.

장기자랑 시간에 아이들이 이렇게 끼가 많은지는 몰랐었다. 처음에 어색해하고 낯을 가리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벌써 친해지고 자기를 뽐낼 수 있는 장기도 하는 모습에 뿌듯했다.

 

내가 맡은 조에서 아이들이 용감한 녀석들이라는 개그 프로그램을 패러디 했다. 그중에서 나를 대상으로 한 것도 있었는데, 어찌나 재밌던지.. 너무 즐거웠다.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촛불의식을 했다.

아이들이 소아 당뇨를 판정받은 후, 실제 느낀 점을 고백하며 각자 캠퍼들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가 고백하면서 나 또한 당뇨 판정을 받은 때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나보다 더 어린 아이들이 겪고 있는데, 이렇게 씩씩하게 이겨내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나 대견했다.

 

넷째 날,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폐영식을 시작했다. 지난 캠프일정동안의 사진을 감상하면서 캠프는 마무리되었다.

이 소아 당뇨 캠프는 앞서 언급했듯이, 나에게 있어 다시 시작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사실 졸업을 앞두고 대학원 진학을 하는데, 내 꿈인 당뇨병 치료제 개발이 아닌 언제부턴가 학점이나 스펙에 얽매여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내 꿈을 따라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학점이나 스펙은 따라오는 것인데 말이다.

또한 나는 아이들을 잘 돌보지 못하는 편이다. 하지만 캠프활동을 통해서 아이들이 너무 순수하고 이것을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소아 당뇨만 아니면, 아이들이 일반 아이들처럼 혈당에 얽매이지 않고 먹고 싶은 거 자유롭게 먹고 그럴 텐데 그렇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내 꿈이 더욱 구체화되었다.

 

 

매 식전에 아이들이 혈당검사를 하는데, 혈당수치가 좋게 나오면 밝은 표정을 지으며 자랑하는 친구들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아이는 시무룩해지며 스텝선생님한테 혈당 수치를 기록한다. 너무 안타까웠다.

이 캠프를 통해서 내가 아이들을 도와준 것이 아니라 내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도움을 받고, 배웠다. 많이 부족했지만 잘 따라왔던 아이들이 너무나 고맙고 대견스럽다. 앞으로 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다시 참여하고 싶다.

 

 

 

- 연세대 성단비 장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