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위키백과사전 정의에 따르면 좁은 의미로는 ‘전쟁을 하지 않는 상태’이지만 현대 평화학에서는 평화를 ‘분쟁과 다툼이 없이 서로 이해하고, 우호적이며, 조화를 이루는 상태’로 인류가 목표로 하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라고 정의한다.

전쟁의 참혹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평화는 어떤 의미일까. 긴장감이 맴도는 휴전선에 철책을 지키는 군인들에게 평화는 어떤 의미일까.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라면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게 평화가 아닐런지.

원하지 않았지만 누구는 남쪽에서 태어나서 자유와 기회를 누리고, 누구는 그 반대의 삶을 살았다. 분단의 아픔은 가족을 만날 수 없는 깊은 슬픔과 동일시되고 눈물과 회한의 시간은 문화적 이질감을 낳았다. 지금은 각 급 학교에서 반공교육이라는 것이 없어졌지만 20년 전만해도 삐라를 주워오면 선물을 주는 등의 주입식 반공교육이 횡행했다. 그런 시대를 지나온 지금의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평화에 대한 이해가 생겼을리 만무하다.

 

 

그런데 여기 평화에 대해 좀 다른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한데모아 ‘평화강사’라 이름 하는 모임이 있다. 이들은 이삼십 대의 탈북청년들이다. 통일에 대한 강한 열망이 이들을 이 자리에 모이게 하지 않았나 싶다. 남한으로 넘어와 겪었던 모진 차별과 편견을 꿋꿋이 마주하고 이제 주체적으로 평화를 이야기 하는 평화강사로 탈바꿈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지금 펼쳐지고 있다.

“정치적인 혹은 이념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과 북의 다른 생활상, 이전에 전혀 접할 수 없었던 남과 북의 교육과 문화 이야기를 통해 어린 초중고등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편견 없는 세상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우양은 올 해로 4번째 평화강사 양성 교육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탈북청년 스스로가 ‘평화’와 ‘교육’의 주체가 된다. 단순히 강의를 잘하는 스킬만을 가르치지 않는다. 북에서의 본인의 삶을 그대로 강의에 녹아낸다. 어디서도 들어보지 않은 이야기에 학생들의 귀가 쫑긋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풀어놓는 자리도 아니다. 그러기에 평화강사의 자질 교육은 중요하다.

올 여름, 상륙한 첫 태풍 ‘카눈’이 서교동을 살짝 지나가는 날 젊은 청년들이 우양재단에 모여들었다. ‘평화강사 양성교육’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이지만 실은 누가 누굴 양성하겠는가. 그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자리일 뿐.

올 해 평화강사양성교육은 5회기에 나눠서 진해된다. 각계 각 층의 평화 전문가들이의 주옥같은 강의는 이 교육 프로그램의 질과 직결된다. 섭외된 강사들의 프로필을 보니, 담당자의 세심함을 한 번에 알겠다. 선배강사와의 만남을 통해 노하루를 전수받는 시간도 빼뜨리지 않았다. 망원역에 위치한 마포 ‘민중의 집’, 성북구에 위치한 카페 ‘보’ 등의 방문은 탈북청년들에게 신선한 경험이 될 것이다. 직접 강의안을 만들어보고 모의강의 시간도 나름의 의미를 더한다. 그리고 마지막, 경남 합천으로 평화 탐방을 떠난다. 그곳에 많이 거주하고 있는 원폭피해자들과의 만남은 전쟁과 평화에 대해 이 젊은 탈북청년의 마음을 어떻게 흔들어 놓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우양이 이들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적어도 ‘네’가 생각하는 평화와 ‘내’가 생각하는 평화가 다르지 않기를 바라는 기대며, 다가 올 통일에 젊은이들이 건강한 태도로 대처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자, 벌써 중반까지 펼쳐진 평화강사양성교육은 이제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북에서 왔지만 이전에 만난 적 없는 젊은이들 사이에 평화가 내려 온 걸까. 처음에 서먹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어쩌면 평화는 좋은 프로그램과 교육으로 만들어 지는 게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살갗을 부딪히다보면 자연히 찾아오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 교육은 이제 곧 끝나지만 이들을 통해 통일에 대한 기쁜 소식이 계속 들려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