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후원'에 해당되는 글 25건

  1. [탈북모자가정 방문 스케치] 이토록 사소한 기적
  2. ‘가장 추웠던 날 가장 따뜻한 나눔’ - NH농협생명과 함께하는 행복한 김장
  3. [후원자인터뷰]93세 후원자의 따뜻한 당부

봄을 앞둔 겨울의 날씨는 변덕스럽다. 212, 양천구 신정동으로 가는 길. 겨울의 끝자락, 미세하게 풍기는 봄내음 때문인지 오늘의 특별한 만남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발걸음이 가볍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후원팀의 신입 간사가 된지 어느덧 6개월. 지난 반년을 돌아보면, 주어지는 모든 일들이 참 낯설고 신기했다. 대부분의 일은 하면 할수록 익숙해지기 마련이지만, 내게는 아직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들의 이야기를 웹레터로 전하는 일이다.

 

우양이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사람을 돕고 있는 만큼, 내가 만나는 이들도 다양하다. 고엽제로 고통 받는 할아버지와 개성에서 서울까지 오기까지 9년이 걸린 탈북자, 도서관이 멀리 있어 책을 읽을 수 없는 농어촌 아이들까지. 한 달에 한 번. 이들의 길고 특별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바로 나의 일이다.

그리고 오늘은 누구보다 평범하게 아이를 키우고 싶었던, 한 없이 여리고 누구보다 강인한 한 엄마를 만났다.

 

 

진화씨는 8년 전 갓 걸음마를 뗀 아이를 업고 탈북을 했다. 탈북을 해서 한국에 오기까지의 과정은 지금은 떠올리기조차 괴로운 시간들이었다고 했다. 국경을 몇 번이나 넘어야 하는 고된 여정을 딸은 엄마를 의지하며, 엄마는 딸을 생각했기에 견뎌낼 수 있었다면서. 희망이 있는 자유의 땅, 노력하고 일한 만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곳,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내일을,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곳. 진화씨 모녀에게 한국은 희망의 땅이었다.

 

가까스로 온 한국 땅. 하지만 여자 혼자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많지 않았다. 새벽에 나가 밤까지 식당일을 하고, 간호사 공부를 하며, 두 아이까지 돌봐야 했던 진화씨는 내일을 걱정하며 살아야하는 하루하루가 막막했다. 책 한 권도 마음껏 사주지 못하는 형편에 몰래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단다. 그때 진화씨의 마음을 잡아준 건 다름 아닌 고사리 같은 손으로 누군가 버린 책들을 낑낑대며 주워오는 딸 민정이였다며 진화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함께 간 로컬 매니저 분과 나도 가만히 앉아 아무 말 없이 눈물을 닦았다.

 

그들의 이야기가 당신에게 울림이 되었다면, 그것은 아마도

처음에는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잘나고 좋은 이야기를 하기는 쉬워도, 힘들고 어려운 이야기는 감추고 싶은게 인지상정 일텐데 하는 생각에 때론 죄송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흔이 넘은 나이에 폐지를 주으면서도 늘 감사하다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나는 3년 전 돌아가신 나의 할머니를 보았다. 손주들 중 유난히 나를 예뻐하셨던 할머니는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킨 후 병세가 악화되고 돌아가시기 바로 전까지, 장장 50년 넘게 홀로 사셨다.

 

사실 사진 몇 장, 몇 줄의 글에 어떻게 그 길고 모진 세월이 다 담길 수 있을까. 그들의 이야기가 당신의 마음을 닿았다면, 그것은 나의 글 몇 줄 때문이, 혹은 어떤 사진 한 장 때문이 아닐 것이다. 그들을 통해 누군가는 자신의 할머니를, 힘들던 청년시절을, 혹은 내가 겪지는 않았지만 겪었을지 모를 아픔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들의 이야기가 당신에게 울림이 되었다면 그것은 아마도 당신이 모르는 당신의 아픔을 타인에게서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전혀 알지 못했던 누군가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것, 다른 이의 희망을 마음 다해 응원하는 것, 이토록 사소한 기적의 순간에 내가 있을 수 있음에 참 감사하다. 봄이 되면 나는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오랜 시간 묵혀온 그의 삶과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매번 설레고 낯선 이 만남을 통해, 나는 계절이 지나고 시간이 가는 것을 실감할 것 같다.

 

가장 추웠던 날 가장 따뜻한 나눔’ - NH농협생명과 함께하는 행복한 김장나눔

우양은 매월 어르신들에게 쌀과 부식을 전달하는 것 외에 매년 겨울 김장나눔을 통해 어르신 밥상에 빠질 수 없는 김치를 가져다 드렸는데요. 이번에만 벌써 세 번째 김장나눔이네요~ 올 해는 배추가 풍년인 만큼 우양의 김장도 풍년입니다. 이번에는 NH농협생명과 함께하는 행복한 김장나눔~!! 그 춥지만 따뜻했던 현장의 소식을 들려드릴게요~

 

 

후원부터 자원봉사까지

이번 김장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진행될 수 있었는데요. 우선 감리교 신학대학교에서는 장소를 후원해 협조해주셨습니다. 농협생명에서는 이번 김장을 위해 비용을 후원해주셨을 뿐 아니라 임직원 50여분이 자원봉사로 함께 해 주셨는데요.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김치 담그는 일이 익숙하지 않을 농협생명 분들을 위해 베테랑 지역자원봉사자 분들도 함께 참여하셨습니다.

행사를 치르는 입장에서는 매우 난감하게도 전날 함박눈이 휘몰아치고 난 뒤라 운동장은 새하얗게 변해있었습니다. ‘화이트 김장덕분에 아침부터 제설작업으로 실무자들은 한바탕 난리를 치렀지요. 날씨가 추울수록 손발이 시릴수록 왠지 마음은 더 따뜻해지는 김장입니다.

 

 

 

 

김장에서 배달까지

많은 인원이 참여한 김장이라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따뜻한 점심을 먹고 난 뒤 정예요원들이 김치를 차에 싣기 시작합니다. 우양의 김장은 늘 받는 분들의 집 안까지 배달되는 것이 특징인데요~ 이번에도 어김없이 우양 쌀 가족 자원봉사자분들과 함께 김치를 배달했는데요. 특별히 농협생명 자원봉사자분들도 함께 동행해 주셨습니다.

 

 

쌀과 잡곡 그리고 김치까지. 어르신들의 밥상을 가득 메워 줄 먹거리들이 배달됩니다.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리시던 어르신들의 입에도 웃음꽃이 피네요. 올 겨울 어르신들의 밥상은 우양이 책임집니다~ ^^

 

우양은 앞으로도 우리 주변에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든든한 힘이 될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2년 전 화창한 어느 봄 날, 우양 나들이가 한창이던 때다. 갑자기 어느 한 어르신께서 흰 봉투를 불쑥 들이 밀이셨다. 꽤나 두터운 봉투여서 여쭤봤다. 대뜸 그 어르신은 돈 없는 대학생에게 요긴하게 사용해달라고 하신다. 열어보니 노란 고무줄에 감겨진 만원 지폐가 100장이다. 그 이후로 매 번 나들이 때 마다 100만원 씩 기부해주신다. 그 분은 우양 쌀 가족 대상자 이면서 우양 후원자이신 양덕순 어르신이다. 그 어르신을 찾아가 보았다.

 

Q.처음에 우양을 만났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A.기억하지. 내가 옛날 공공근로일 할 때 갑자기 나이가 많다고 일을 나오지 말라고 하더라고. 그렇게 되니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했었어. 많이 속상했었는데 그때 누가 쌀을 주겠다고 날 찾아왔어. 그게 우양이었지. 지금까지 쌀을 매달 우양에서 받고 있어.

 

Q.우양을 알면서 기억에 남는 일?

A.무엇을 딱 한 가지 꼽을 수 가 없어. 명절 잔치도 즐겁고 나들이도 너무 좋아 그리고, 매 번 날 찾아오는 우양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행복해.

 

Q.기부를 하시게 된 계기나 이유?

A.내가 어렸을 적에 집안이 가난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지. 남들 학교 갈 때 난 남에 집 식모일을 했어. 그 때 공부를 하지 못한 원한이 지금까지 남아있어. 지금은 내가 93세야 너무 늙어서 공부를 하려고 해도 이젠 늦었지. 그러던 중에 돈이 없어서 학교를 못가는 어느 한 대학생 이야기를 들었지. 나처럼 돈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아이가 있다는 말에 도와주고 싶었어. 많이 적지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돈이 모이게 되면 우양에 기부를 했어. 돈 없어서 중도에 학업을 포기해야만 하는 학생들에게 써달라고 했지. 내가 기부한 돈으로 학생이 학교를 잘 다녔으면 좋겠어.

 

Q.후원금은 어떻게 모으셨나요?

A.내가 지금도 어렵다 보니 나라에서 돈이 조금씩 나와. 그걸 잘 쓰지 않고 조금씩 모아 100만원이 모이면 우양에 기부를 했지. 이렇게 모을 수 있는 것은 내가 어디 크게 아프지 않아서야. 다행히 큰 병이 없어서 돈 쓸 일이 그리 많지가 않아 후원을 할 수가 있었어.

 

Q.잠재적 후원자 그리고 후원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A.많이 약소해서 부끄럽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딱 하나 있어. 헛돈만 안 쓰면 돼. 나보다 도움이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치 있게 돈을 쓰면 분명 나처럼 기분 좋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