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위 제목처럼 텃밭을 관리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구. 흔히들 말하지? 우리가 먹는 양식은 농부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졌다고... 그 말이 정말 맞는 게 채소들마다 필요한 양의 물을 주는 것도 일이지만, 밤 사이에 밭을 뒤덮어버린 잡풀도 뽑아야 하구, 엄청난 식욕의 진딧물들도 잡아야하기 때문에 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밭일이 충분히 쉽다고도 생각해. 왜냐하면 밭을 일구는 것은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서 누구나 할 수 있고, 사람의 노력보다는 자연의 힘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지.
혹시 자연을 도와 농사를 짓는다는 ‘태평농법’이라고 들어본 적 있어? 대대로 우리 우양에서는 이 농법을 사용하지. 이름이 뭔가 한가하고 쉬우면서 참 게으른 느낌이지? 확실히 호기심이 생기는 이름이지. 자자 이 농법에 대해서 이제부터 소개해보려고 해. 사실 베테랑 농사꾼들이 이 글을 읽고 무서울 리플들을 남길까봐 약간 두려워. 그래도 뭐 농부학교를 두 개나 수강하고 있다는 내가 자랑스럽게(?) 소개해보도록 하겠어.
들어는 봤나? 태.평.농.법
태평농법. 말 그대로 태평스럽게 농사짓는 법이야. 아주 아주 태평스럽게 자연의 힘을 믿어보자는 농법이지. 자연의 힘을 믿는다는 건 인간의 지극한 이기심과 욕심을 내려놓는 다는 뜻이야. 쉽게 말하자면 병충해가 신경쓰이고 열매의 과실이 덜 나더라도 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겠다는 거지.
하지만 사실 요즘 우리나라 기후는 점점 안 좋아지고 있어. 제작년부터 이어진 가뭄과 이상 호우는 자연의 신비한 힘이 아니라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구. 말은 태평농법이지만 마음은 요즘 날씨 덕분에 늘 불안한 건 사실이야. 그래도 우리는 고집스럽게 이 태평농법을 선호하지. 왜냐구? 지금 당장은 괴팍스러워 보이는 자연이지만 언젠가는 작은 노력을 통해 다시 회복할 거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지. 그리고 우리 어르신들에게도 농약 친 야채보다는 유기농 야채가 더 몸에 좋지 않겠어?
태평농법 하나 : 퇴비란 가장 흔하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것.
먼저 태평농법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는 퇴비 만들기 와 잡초제거, 병충해 방제라고 할 수 있겠어. 퇴비는 가장 처음에 흙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텃밭 가꾸기의 시작점이지. 그런데 퇴비를 만들기 전에 토양에 대해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해. 토양의 산도나 영양분은 작물이 자라는데 있어 매우 큰 영향을 끼치거든. 그런데 우리나라 토양은 작물이 자라기 어려운 산성이라고 해. 오랜 기간에 걸친 화학비료 사용도 이유일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산성이 강한 화강암이 가장 흔한 대표 광물이기 때문이거든. 그래서 파종을 하기 전에 석회석을 구입해서 흙과 섞어 놓는 게 가장 중요해.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에는 석회석이 풍부해서 4천원만 주면 엄청난 양의 석회석을 구할 수 있다구.
그리고 중요한 퇴비! 퇴비는 갖가지 미생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고, 영양분이 많은 흙이라고 생각하면 돼. 이런 퇴비를 만들 수 있는 것들은 도처에 깔려있어. 우리가 매일 화장실에서 배출하는 소변이나 대변도 쌀겨와 섞어 발효시키면 영양가와 미생물이 풍부한 퇴비로 거듭나지. 계란 껍질이나 쌀뜨물, 깻묵 등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산에 올라가면 낙엽이 살짝 덥혀있는 흙이 많지? 그런 흙은 부엽토라고 해서 식물이 자라는 데 좋은 퇴비가 된다고 해. 어때?! 좋은 퇴비란 것 별거 아니지? 우리가 평소에 더럽게 생각하거나 별로 중요하지 여기지 않던 것들이 텃밭 농사꾼들에게는 참 소중한 자원인 셈이지. 텃밭을 가꾸다 보면 참 여러 가지를 배운다니까.
태평농법 둘 : 뽑힌 풀 한포기도 소중하다.
요즘 우리 옥상텃밭에도 잡초가 무성해. 어떤 게 부추고 잡초인지 잘 모를 정도니까. 잡초의 생명력은 참 대단하지. 분명 씨도 뿌리지 않은 맨땅에도 여름엔 무성한 잡초가 피어나니까. 태평농법에서는 제초제를 뿌리지 않기 때문에 이 잡풀을 직접 손으로 뜯어야 해. 하지만 그것도 적당히 뽑는 것이 중요해.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작물의 영양분을 모두 빼앗아버릴 것 같다면 물론 뽑아주는 것이 맞지만 뽑혀지고 잘려진 풀 한포기도 소중해.
그 풀들을 작물이 자라고 있는 흙 위에 덮어주면 굳이 비닐 멀칭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거든. 비닐멀칭이 뭐냐구? 비닐멀칭이란 흙에 직사광선이 쬐이는 것을 피하고 잡초예방과 토양유실을 막으려고 비닐로 흙을 덮는 것을 말해. 시골에 가면 밭에 검은색 비닐이 흙에 묻혀있지? 그게 바로 비닐멀칭이야. 만약 흙에 직사광선이 쬐이면 토양의 수분이 증발하고 흙이 딱딱해져서 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태평농법에서는 뽑힌 잡초를 비닐대신 작물 주변에 덮어놓는다 이거지. 태평농법에 있어 주변에 불필요한 것은 없는 것 같아. 모든 게 이것저것 다양한 모습으로 참 쓸 만하다고.
태평농법 셋 : 병충해 방제는 어린아이를 돌보 듯 꼼꼼히 살피자.
정말이지 도시엔 해충만 가득한 것 같아. 옥상에 익충인 칠성무당벌레가 없어진지는 오래고 주황색 해충 무당벌레만 득실대지. 진딧물은 왜 그리 많은지 개미들이랑 신나게 한 바탕 축제를 벌이고 있지 뭐야. 해충을 제거한다는 것은 태평농법에 있어서 가장 고된 일인 것 같아. 질 좋은 유기농 작물은 사람만 좋아하는 게 아니니까. 태평농법에서는 농약을 치지 않기 때문에 어린아이를 돌보듯 세밀하게 잎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해.
요즘같이 날씨가 따뜻해지면 28점박이 무당벌레나 나방 애벌레들은 쉽게 볼 수 있을 거야. 이런 해충들은 크기가 크고 눈에 잘 띄어서 그냥 손으로 꾹 눌러주면 되지만 가장 골치 아픈 것은 진딧물이야. 진딧물들은 손으로 잡기에는 너무 작고 퍼져있다구. 또 한번 뭉치기 시작하면 작물들이 시들어버리는 것은 시간문제에다가 없던 개미들도 바글대기 시작하지. 이런 진딧물들한테 농약보다 효과가 좋은 게 바로 물엿이야. 물엿이 말랐을 때 끈적거림이 남아 있을 정도로 물과 희석해서 진딧물에 살포하면 효과 만점이지. 물엿의 끈적거림이 진딧물의 숨구멍을 막아 놓거든. 꼭 물엿이 아니더라도 끈적거림이 있는 진달래 농축액도 도움이 된다고 해.
맺는 말 : 텃밭 가꾸기가 뭐 길래?
태평농법, 그리 어려운 농법은 아니지? 그래도 아무리 태평농법이라 해도 어렵지 않은 때가 어디 있겠어. 매일매일 틈틈이 신경써주고 살펴봐야하는 일인데, 생각보단 쉽지 않을 때 많을 거야. 그런데 요즘엔 도시농업이 붐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주요 공통 관심거리가 되고 있어. 한강 노들 섬에도 주말농장이 만들어진 것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밭일이라는 것이 바쁜 도시 사람들에게 또 다른 일거리를 선사해 준다면 누가 텃밭을 가꾸겠어? 하지만 텃밭을 가꾼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거 같아. 우리가 직접 안전한 먹거리를 키운다는 것과 더불어 텃밭을 키우며 느끼게 되는 자연의 신비로움은 사람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하니까.
레포트 제출이니 시험이니, 직장에서 맡은 업무니, 이런 걱정을 뒤로 하고 한적한 주말농장이나 옥상에 나만의 밭을 가꾸는 건 어때? 때로는 텃밭 정원에서 한 발짝 쉬면서 자연을 만끽하는 거야. 나도 가끔씩 옥상에 올라가서 물 한번 주고 오면 기분이 상쾌하다고. 텃밭 가꾸는 게 도통 어렵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면 같이 해 보자구 이왕 하는 거 좋은 작물 서로 나눠가면서 말야. 관심 있으면 언제든 답장하도록 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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