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내리지 않은 비, 그래도 희망은 자란다.
극심한 가뭄이다. 북한에서는 이번 가뭄으로 수천 명이 굶어 사망했고 우리나라에서도 가뭄으로 용수를 확보하는데 긴급대책이 세워지고 있다. 시골에 있는 하천은 땅이 갈라져 잡풀조차 자라지 않은 상태가 돼 버렸고 농부들의 고된 표정이 담겨있는 사진들도 신문을 통해 볼 수 있다. 자연은 요 근래 몇 년간 봄에 비를 한 방울도 내려주지 않았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모종을 심고, 꽃이 피고, 열매가 다 자랄 동안 비는 오지 않았다. 자연의 힘은 확실히 무서웠고 해가 가면 갈수록 농부들을 지치게 할만도 했다. 나에게 농사는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 앞에서 노심초사 걱정이 앞섰다. 밭에 물을 줄 이들이 항상 필요했고, 무더운 태양 빛에 말라간 식물들을 아침마다 볼 수 밖에 없었다.
아마도 자연을 돕는 다는 우양의 농법은 당분간 위기일지도 모른다. 자연은 요즘 무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고, 농사는 그만큼 더 힘들어졌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우양은 자연에게, 사람에게, 아직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황량함 속 똘똘 뭉친 초보 농사꾼들, 그리고 나눔.
오랜 가뭄이다. 하지만 우양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 자연 대신 물을 주고 가꿔줄 수 있는 우양의 자원봉사자들이 있기에 아직 푸른 기운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우양의 초보 농사꾼들은 조리개(물뿌리개)에 물을 한 가득 담고 내일이면 시들어버릴 것 같은 연약한 잎들을 살폈다. 무성히 핀 잡초를 뽑기도 했다. 이러한 그들의 분주한 손짓은 어르신들에게 싱싱한 채소를 한가득 담아 드릴 수 있었고, 자연의 소중함을 마음속에 새길 수 있었다.
텃밭을 가꾼다는 것. 우양에게 그것은 자연에게, 어르신들에게 수고하고 노력하는 것을 나누는 것이다. 즐거운 텃밭은 자연에게 ‘생명력’을 다시 돌려주는 것이고, 지역의 어르신과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나눔의 의미가 담긴 즐거운 텃밭은 아직 희망으로 푸르다.
“풍년인가보네 그려~”
채소를 받으신 한 어르신은 말씀하셨다. “이런 채소들을 나한테만 갖다 주는 거요? 더 어려운 늙은이들 갖다 줘~. 난 괜찮으니께~” 다른 어르신들에게도 이렇게 갖다 드리고 있다고 말씀드리니 “다른 사람한테도 준다고? 풍년인가보네 그려~ 나한테도 이렇게 갖다 준다니 참 고마워”하고 말씀하신다. 어르신 말씀대로 우양의 텃밭은 늘 풍년일지 모른다. 비록 가뭄은 오래전부터 계속되었고, 전년도보다 적은 열매들을 수확하곤 있지만 텃밭을 가꾸는 이들의 마음은 풍년이니까 말이다.
우양은 계속해서 자연에 희망을 걸고 텃밭을 소중히 일궈나갈 것이다. 텃밭의 열매만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도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즐거운 텃밭이길 소망한다.
글/사진 초보 농사꾼 이해규 간사
'즐거운밥상 > 즐거운텃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즐거운 텃밭 여섯] 열매를 얻고자 하는 자, 아이템을 장착하라! (1) | 2012.07.25 |
---|---|
우양, 월간비건을 만나다 (2) | 2012.07.09 |
[즐거운 텃밭 넷] 텃밭 가꾸기! 참 쉽죠~잉? (0) | 2012.06.05 |
[즐거운 텃밭 셋] 우리에게 황무지란 없다! (2) | 2012.05.21 |
[즐거운 텃밭 둘] 옥상텃밭으론 부족하다! 주말농장에 도전하는 텃밭지킴이 (0) | 2012.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