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밥상'에 해당되는 글 127건

  1. [즐거운텃밭 아홉]나눔의 ‘씨앗들(씨앗들협동조합)’ 우양에 모이다
  2. [즐거운텃밭 여덟] 텃밭 청년, 나눔을 수확하다
  3. [즐거운 텃밭 일곱] '록 스피릿'으로 하나되는 텃밭 청년들

 

 

씨앗들 협동조합 ‘레알텃밭학교’ 개강!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부터 숙련된 농사꾼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이해규간사입니다. 어느덧 2013년의 봄이 오려는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입니다. 이번 주 중에는 봄비가 내린다는 소식도 들려오네요. 학생들도 새학기를 맞이하여 아침부터 활기찬 요즘입니다. 우양에도 레알텃밭학교 개강소식을 듣고 반가운 청년들이  하나둘 모였는데요. 필자가 작년 한해 수강하며 여러 도움을 얻었던 레알텃밭학교가 우양에서 열린다니... 농사짓다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또 대학 캠퍼스에서만 열렸던 ‘레알텃밭학교’가 우양과 함께하며 같이 옥상텃밭을 가꾸기로 했는데요. 앞으로 우양의 옥상텃밭이 어떻게 변화될지 기대가 커집니다, 참, ‘레알텃밭학교가’가 무엇인지 소개가 늦었네요. 혹시 작년에 재배한 유기농 야채로 김치를 만들어 어르신들께 나눠드린 훈훈한 청년들을 기억하고 계신가요? 그 청년들이 매년 대학캠퍼스에서 열었던 도시농부학교가 바로 ‘레알텃밭학교’랍니다. 올해부터 조합을 결성하게 됨으로 새로운 ‘레알텃밭학교’로 거듭났으니 앞으로 더 즐겁고 풍성한 이야기들로 채워갈 예정입니다.

 

 

 

1교시 : 농사의 첫 시작은 텃밭설계!

 

 우양에 모인 ‘씨앗들’은 한해 농사 계획을 세웁니다. 이것도 저것도 심고 싶은 마음들이 모임터 곳곳에 퍼져 울렸습니다. 꼼꼼히 작물의 키, 재배기간 등을 고려하여 설계를 해보는데요. 모름지기 농사의 첫 시작은 텃밭설계를 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농사지을 토지의 상태를 고려하는 것입니다. 토양은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모래가 많을수록 사질토, 점토가 많을수록 점질토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 둘 다 섞여있지만 모래가 좀 더 많을 경우 사양토, 점토가 더 많을수록 양토라고 합니다. 감자와 당근같이 뿌리 작물일수록 사양토에서 더 잘 자라는 등 각 토질에 따라 잘 자라는 작물들이 각기 다르니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작물이 자라는 키에 따라 텃밭 설계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키가 큰 작물일수록 그림자가 길게 생겨 주변에 키가 작은 작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태양의 방향과 계절을 고려하여 설계를 해야합니다. ‘씨앗들’청년들이 머리를 한 곳에 모아 신중히 의논하며 여름텃밭을 기대하는 모습이 마치 풍년을 기도하는 농부의 모습과 비슷했답니다.

 

 

 

 

* 사진첨부자료(도시농부 올빼미의 텃밭가이드)

 

2교시 : 재활용품으로 모종포트 만들기!

 

 우양에 방문했던 ‘씨앗들’ 손의 종이컵, 다 먹은 요거트 통 등 다양한 재활용품들이 눈에 띄었는데요. 이런 일상생활에서 쓰고 남은 재활용품을 활용하여 모종포트를 만든다고 합니다. 특별히 이번엔 고추씨앗을 심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재활용 용기에 조그만 구멍을 뚫어 물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입니다. 그런 다음 신문지를 활용하여 바닥을 막고 흙을 채웁니다. 작은 고추 씨앗도 살포시 심어보았습니다. 모종포트를 만들 때 마다 느껴지는 뿌듯함이란.. 게다가 지구환경을 고려한 재활용품 모종포트라니. ‘씨앗들’ 정말 바람직한 청년들이 아닐 수 없네요. 개강을 기념하여 멋지게 한껏 기념사진도 촬영했답니다. 한 손 한 손 들려진 고추씨앗들이 모두들 아프지 말고 한해 무럭무럭 자라주었음 좋겠네요.

 

 

 

야외실습 : 옥상텃밭 퇴비주기!

 

 ‘씨앗들’이 우양의 옥상에 모인 날엔 필자가 마포구의 어르신들께 쌀과 잡곡을 나눠드리는 날이었는데요. 아침부터 정신이 없어 ‘씨앗들’을 반갑게 맞이해주지도 못했네요.ㅠㅠ(죄송해요~^^) 올해부턴 우양의 옥상텃밭을 ‘씨앗들’과 함께 협력해서 재배하기로 했는데요. 필자는 내심 무척 기대가 된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청년자원봉사 친구들과 열심히 가꿔보기도 했지만 텃밭선생님 오삼득 어르신께 많이 혼도 많이 났답니다. “해규야, 이것 좀 봐라, 이그이그 물을 좀 더 줬어야지. 다 죽어간다~!“하는 어르신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들려오는 듯 하는데요. 올해만큼은 ’씨앗들‘과 함께 멋드러진 텃밭을 가꿔 어르신께 자랑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습니다. 겨울동안 꽁꽁 얼어버린 상자의 흙들을 호미로 가는 ’씨앗들‘을 지켜보며 이제 정말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한해를 새롭게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 몇 년간 자연은 가뭄과 비 피해 등으로 자신의 무서움을 보여줬는데요. 그럴수록 밭을 정직하게 일구고 나눔을 실천하는 농부가 되어보길 마음에 담아보았답니다. ‘씨앗들’ 마음속에도 정직한 자연을 경작하며 풍성한 결실들을 수확하는 보람찬 한 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옥상에는 열무가 무르익었다. 고추는 신선한 붉은 빛을 띠며 초보 농사꾼의 맘을 설레게 하지만, 밭에 나가 일할 맛은 나지 않는다. 태풍이 올라오는데 밭에 나가 일하는 농사꾼을 본적이 있는가? 필자도 여느 농사꾼들처럼 이날만큼은 밭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밭일을 해야만 했다. 어르신들에게 고추와 열무를 나눠드리기로 약속한 시간이 이미 지나 버렸고, 한시 바삐 배추와 무를 파종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뿐이랴, 텃밭 청년들을 초청하여 같이 열무로 반찬삼아 저녁이나 거하게 먹어보자고 약속한 날이 태풍치던 바로 그날이었던 것이다. 필자는 그간 약간 바빴다. 하지만 농사의 세계에서는 바쁘다는 핑계 따위 통하지 않는다. 하늘을 원망하며 우비를 입고 밭에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미 각오했지만 늦여름의 태풍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우비는 입고 있었지만 비가 들이쳐 바지는 점차 젖기 시작했고 양말은 이미 축축해져 신발 벗기도 힘겨웠다. 필자는 어느 덧 신발 속의 땀과 비가 한껏 섞여 그리 좋지 않은 냄새를 풍길 거라는 두려움과 함께 무좀의 대한 더티(dirty)한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꾸준한 노력 끝에 최근에서야 무좀과의 인연을 끊었었지만, 이번 일로 다시 무좀이란 녀석이 평생 친구하자고 들러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수확을 하던 군에서 갓 제대한 풋풋한 청년이 말했다. “선생님 우비 입으면서까지 여기서 밭일할 줄은 몰랐는데요.” 나도 몰랐다. 날씨가 왜 이렇게 괴팍스러운지 모르겠다. 수확하려고 하면 태풍이 온다고 하고 날짜 미루면 왜 그리 하늘이 평온한지. 이렇게 된 마당 얼마 전 예비군에 합류한 풋풋한 청년과 신나게 열무를 뽑기로 했다.

 

 

 

우양은 봄, 여름의 밭농사를 마무리할 즈음 그동안 수고했던 텃밭 청년들을 옥상으로 초대하곤 했었다. 옥상의 작은 상자 속 얼마 남지 않은 열무와 고추는 이제 여름작물 수확을 마칠 젊은 농사꾼들에게 돌아갈 작은 보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옥상의 선선한 가을바람을 느끼며 열무로 저녁을 준비하는 것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싱싱한 열무를 두고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는 법. 텃밭 청년들을 데리고 옥상에서 내려와 우양의 오랜 친구인 어탕국수집으로 이동했다.

 

합정동에 위치한 어탕국수집은 사장님의 따스한 마음이 담긴 어탕으로 어르신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하지만, 매콤한 돼지 주물럭으로도 우양인들에게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텃밭청년들이 열무를 한손 가득 쥐고 매콤한 냄새로 가득한 어탕국수집을 찾았다. “이건, 사장님꺼고, 이거는 씻어서 쌈하고 같이 갖다주세요.”라고 말하고 열무 두 바구니를 주방에 털썩 내려놓았다.

 

 

그리곤 텃밭 청년들은 자리 앉아 TV를 켠다. 얼마 전 S방송국에서 촬영한 텃밭 청년들에 대한 내용이 시사 프로그램에 방송되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TV프로그램을 보며 서로 깔깔대기도 하고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TV에 눈을 때지 않는 텃밭청년들. 텃밭을 부지런히 가꾸며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직접 찾아가 작은 채소를 나눠드렸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나보다. 옆에서 같이 TV를 보시던 어탕국수 사장님이 흐뭇하게 웃으신다. 그 웃음이 텃밭 청년들의 해맑은 웃음과 닮았다. 어떤 시간, 어느 장소에서건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의 웃음. 그 기분 좋은 느낌. 아마 그게 서로 통했으리라.

 

본인들이 직접 수확한 싱싱한 열무와 푸짐한 돼지 주물럭을 저녁삼아 한자리에 모인 그들은 다시 시작될 한 학기를 기대한다. 새롭게 시작할 농부학교, 과제들과 약속들도 이야기한다. 더웠던 여름은 시원한 빗소리와 함께 떠나가고 있지만 그들의 마음만은 여전히 햋빛이 내리쬐는듯한 열정어린 마음은 여전하다. 그리고 우양은 항상 그들을 응원할 것이다.

 

 

이튿날 빗속에서 수확했던 열무와 고추를 어르신들께 나눠드렸다. 마치 생신맞이 하신냥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 그 장면을 놓치기 아까운 순간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살짝 사진기를 들고 어르신들 웃음을 찍어보았다. 나눔이란 이런 행복한 기분이 아닐까. 고생하고 수고한 것들을 이웃들과 나누며 느끼는 기쁘고 (무좀 걱정도 잊을 수 있을 만큼) 보람찬 기분 말이다. 이 글을 보는 이 동네, 저 동네 아줌마 아저씨, 처녀, 총각들, 막걸리라도 한잔 하면서 나눔이란 뿌듯한 녀석 한번 경작해볼 생각 없는지. 지치고 각박한 삶 속에서 텃밭의 여유와 나눔을 누려보길 소망한다. 필자가 우양의 옥상에서 항시 대기 중이니 언제든 연락 주길 바란다.

 

 

 

[땀 흘리는 청년들의 좌충우돌 농사이야기 ②] 텃밭 청년들, 인디어워드에 초청되다


평범한 어느 오후. 고요하던 사무실에 팩스가 하나 도착했습니다. 그것은 마포구 사회복지협의회로부터 온 초대장이었습니다. 이번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2012년 7월 인디어워드에 문화소외 계층 및 자원봉사자들을 초청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들뜬 마음으로 초보텃밭지기인 필자는 텃밭 청년들에게 연락을 시작했고, 모두들 그날을 기다렸다는 듯 흔쾌히 참석하겠다고 했습니다. 청년들의 뜨거운 반응을 본 필자는 얼마 전 '지산 벨리 록 페스티발'에서 만난 김창완님이 무대 위에서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여러분 록(Rock)이 뭔지 아세요? 록은 푸른 자연입니다. 그리고 사랑입니다!" 그 말이 맞다면 텃밭 청년들은 이미 록 스피릿으로 무장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아 텃밭 청년들이 누구냐고요? 우양과 함께 텃밭을 가꾸고 있는 평범한 대학생들입니다. 그들은 학교 내에 작은 텃밭을 가꾸고 있고, 수확물을 지역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나누고 있는 청년들이랍니다. 평범한 대학생들이 이 먼지 가득한 도시 안에서 텃밭을 가꾸다니, 그리고 나눔도 실천하고 있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물론 그들의 텃밭 가꾸기란 시작부터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농기구도 없이 밥숟가락 하나로 밭을 갈아엎었답니다. 그것뿐인가요. 학교 측에서 텃밭 부지를 허가해주지 않아 버려진 공사판 귀퉁이에 씨감자를 심기도 했고, 사람들이 잘 지나다니지도 않는 황무지를 갈아엎어 해바라기를 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봄, 무섭게 이어지던 가뭄 덕분에 청년들은 바가지에 물을 담아 밭이 있던 언덕을 오르기도 했답니다. 누군가는 무심했고 심지어 반대하던 황무지엔 지금은 초록이 우거지고, 그곳에서 나온 작은 감자들과 싱싱한 열무는 소외된 이웃에게 나눠졌답니다.

 

 

즐거웠던 인디어워드, 그리고 휴식

 

손승연님의 공연을 시작으로 데이브레이크의 앵콜 공연에 이르기까지 멋진 밴드들의 노래들은 텃밭 청년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답니다. 텃밭 청년들과 흥에 겨운 춤사위부터 함성까지 함께 외칠 수 있어 매우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에 쌓아놨던 스트레스를 한 번에 풀어버릴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아 필자의 기분도 매우 뿌듯했답니다. 텃밭 하나로 똘똘 뭉친 그들은 열심히 놀기도 잘하는 열정어린 친구들임에 틀림없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학생으로서 한창 고민이 많은 그들에게 텃밭은 록 음악처럼 때론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쉼을 제공해 주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재미있으니까, 즐기면서 하고 있다던 어떤 텃밭 청년의 말처럼 텃밭을 가꾸는 일엔 복잡한 이유라든가 커다란 이상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먼지가 뒤덮인 척박한 도시에서 푸른 감자줄기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의 풍경을 누릴 수 있는 거니까요. 지칠만한 상황에서도 애지중지 하듯 가꾸는 그들의 모습에서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답니다.

 

 

그들의 텃밭은 여전히 볼품없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청년들이 모여들어와 시끌벅적 좌충우돌 텃밭 가꾸기 모임터가 되곤 한답니다. 그리고 그곳에선 지금도 푸른 열매들이 자라나고 있고, 그 열매들은 지역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웃음을 나눠 줄 예정이지요. 텃밭 청년들은 이번 가을학기부터 진행될 텃밭학교를 준비 중에 있는데요. 모쪼록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도시에서 푸른 자연을 경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텃밭'과 '나눔'은 지친 이들을 생기가 넘치는 사람들로 만들어 준답니다. 바로 텃밭 청년들처럼 말입니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휴식이 필요하신가요? 푸른빛이 감도는 텃밭으로 놀러오세요. 같이 밭도 가꾸고 시원한 막걸리도 나누는 유쾌한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네요. 초보농사꾼들은 언제나 새로운 이들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