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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즐거운 텃밭 여섯] 열매를 얻고자 하는 자, 아이템을 장착하라! 1
  2. 우양, 월간비건을 만나다 2
  3. [즐거운 텃밭 다섯] 가뭄 속의 풍년 : 열매는 달다. 1

 

 

 

뜨거운 열정보단 철저한 아이템 준비부터!

 때는 바야흐로 2012년, 게임 디아블로3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어언 10년 만에 후속작이 출시된 이 명작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영웅이 되어 악마를 잡겠다는 설정은 악을 무찌르고 정의를 세우고자하는 올곧은(?) 사나이들의 마음을 불타게 하는데 충분했고, 세상에 나온 지 한 달 만에 온라인 게임순위 1위에 등극하게 되는 영예를 차지했다. 인기와 더불어 디아블로 유저들은 악마를 잡는데 유용한 아이템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악마를 잡겠다는 열정보다 때로는 자신의 아바타에게 입힐 튼튼한 투구와 갑옷, 적을 단번에 제거할 묵직한 도검이 필요한 듯 보였다. 그렇다. 그들의 자세처럼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필코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텃밭 역시 마찬가지다. 허구헌날 디아블로 아이템 경매장을 유령처럼 떠도는 한 유저의 말처럼 모든 일엔 뜨거운 열정보다는 철저한 준비자세가 필요한 것 아닌가? 아마도 가뭄이 끝나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 대지를 본다면 그 말을 이해할 것이다. 틈이 생겨 갈라지던 흙바닥은 진흙이 되어 농부의 신발을 빨아들이고, 무성히 자라난 이름 모를 잡초는 뿌리가 깊이 박혀 맨 손으로 뜯어내기엔 무리다. 그것은 텃밭에서의 진정한 수고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말이다. 열매를 얻고자 한다면 농사에 필요한 아이템을 먼저 준비하는 것이 마땅하다!

 

여름 농사꾼들의 필수 아이템!

① 농모
 
농모의 종류는 다양하다. 흔히 볼 수 있는 밀짚모자의 형태부터 눈을 제외한 얼굴과 목을 모두 덮을 수 있는 두건식 농모가 있다. 농모는 모름지기 멋보다는 실용성이 우선이므로 챙이 길고 뒤에 늘어뜨린 천이 있는 농모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농사꾼들은 텃밭 식물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숙여할 일이 많으므로 햇빛에 가장 취약한 것은 농사꾼의 목덜미다. 태양빛으로부터 목덜미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장비는 오로지 농모 밖에 없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멋진 야구모자도 햇빛에 피부를 보호해주긴 하지만 목덜미까지 보호해 주진 못한다.

 

② 농사용 방석

농사용 방석은 방재작업을 하거나 김매고 열매를 수확할 때 유용하다. 장시간 밭일을 하다보면 젊은이라도 다리가 저리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의자를 가지고 다니면서 밭일을 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농사꾼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이 방석의자는 엉덩이에 방석을 고정시킬 수 있어 이동 중에도 아무데나 털썩 주저앉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유용한 아이템은 농사꾼들에게 편안한 근로환경을 제공해 준다. 또한 방수재질로 되어 있어 흙바닥에 깔았던 부분을 물로 한번 씻어주면 세척이 완료된다. 하지만 일어서면 다소 민망한 장면(엉덩이에 불룩한 무언가가 붙어있는 장면)을 연출하므로 농사일을 하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거만하게 앉아서 인사하는 법을 익혀두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겠다.

 

③ 농사용 신발

이 신발은 종묘상에만 팔고 있다는 농사용 신발이다. 이 신발의 종류도 매우 다양해서 원하는 색상의 신발을 고를 수 있으며, 유명 메이커 모양의 신발모양을 본뜬 듯 한 디자인의 신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재질이 고무로 되어있어 매우 가볍고 물이 새지 않는 장점이 있다. 세척과 관리가 손쉽고 가격도 5,000원 안팎인 이 아이템은 농사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준비물이 틀림없다. 이 신발은 진흙에서도 강한 면모를 발휘하며 따뜻한 엄마 품처럼 농사꾼의 발을 보호해준다. 만약 이 신발을 착용하면 농사일이 끝나도 한결같이 뽀송뽀송한 발바닥을 발견할 수 있으며 또한 매우 가벼워 이동하는데 과도한 체력소모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평소 신던 운동화를 신고 밭에 나간다면 그 신발의 수명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거친 들에서 땀 흘리는 농부들은 어서 이 신발을 착용하길 바란다.

 

④ 호미

다음으로 소개할 농기구는 호미다. 호미는 한국 농사꾼들의 전설적인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를 돌아봐도 호미가 있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라고 한다. 호미는 농사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농기구로서 없어서는 안 될 장비다. 이 대단한 농기구는 끝이 매우 날카롭고 적당한 각도로 휘어져 있어 얼었던 흙을 다시 갈아엎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크기가 아담한 날을 가지고 있어 작물 사이사이를 섬세하게 김매는 데에도 매우 탁월할뿐더러 움푹 들어간 호미의 몸통은 모종을 심을 적당한 구덩이를 만드는 데에도 매우 좋다. 삽, 갈퀴, 작은 모종삽의 기능을 한데 섞어 놓은 호미는 농기구의 하이브리드(hybrid)라고 할 수 있다.

 

 

 

농부들은 패션을 모른다?

 TV나 영화, 신문 등의 여러 매체들을 통해 우린 농부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더운 여름 허름하고 긴 옷을 챙겨 입은 그들의 모습에 때론 촌스럽다거나 구식이라는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오랜기간 밭일을 했던 농사들의 복장 속엔 그들만의 이유와 나름의 지혜가 담겨있다. 그러한 모습을 초보 농사꾼들은 배워야 할지 모른다.

 

초보농사꾼들의 뜨거운 열정은 오히려 쉽게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준비태세부터 갖추는 것이 현명하다. 그 준비태세라 함은 단순히 유용한 농기구를 습득하는 것만이 아니라 오랜 기간 밭을 일구던 농부들의 지혜와 노하우를 전수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힘들고 돈이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농사를 접었던 시간동안 농부들은 지금까지도 꿋꿋히 그 일들을 해내고 있으니, 당연히 배울만한 점이 있지 않겠는가? 한참 농사중인 초보 농사꾼들이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준비태세를 단단히 갖추길 소망한다. 자신에게 맞는 유용한 아이템들 모으고 농부들의 지혜를 마음에 담아보자. 경손한 농부의 열매는 더 달지 않을까?

 


 

 

 

오늘 우양 즐거운 텃밭 콘텐츠가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에 올라왔어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60687 

▲ 링크 타고 들어가시면 보실 수 있답니다.

 

 

 

 

지난주 페이스북을 통해서 월간<비건>이라는 잡지를 소개해 드렸는데 기억하시나요?

채식+바른먹거리+착한 소비를 슬로건으로 하는 월간<비건>을 우양도 이번에 처음 알게됐어요.

우양 사무실이 있는 서교동 근처에 있다 최근 상암동을 이사갔다는데...뭐 그래도 이웃 주민이라 할 수 있겠죠?

 

이래저래 지나다니다 우양 1층 배움터 텃밭 포스터 [천원봉투]를 보고, 이 기관 뭔가 심상치 않다 싶어 연락하셨다는 김혜윰 기자님. 전화로 몇번 통화하다 우양 즐거운 텃밭을 취재하러 지난주에 다녀가셨답니다.  

그리고 오늘. 월간<비건> 7월 호에 우양 즐거운 텃밭 기사가 실렸어요. [키움과 나눔으로 기쁨 두 배, 웰컴 투 우양 텃밭] 이란 멋진 제목으로!

 

▲ 왼쪽 부터 토종 농사꾼 장완영 주임, 초보 농사꾼 이해규 간사, 월간비건 김혜윰 기자  

 

 

이날 인터뷰에 함께한 돌봄팀 완영주임과 해규간사는 인터뷰가 끝나고 월간<비건> 김혜윰 기자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는데요. 역시 예쁜게 진리인가 봅니다! 암튼 그 날 이후로 잡지가 언제나오냐며 눈이 빠지게 기다렸는데요. 오늘 김혜윰 기자님이 지나가는 길에 직접 들려 잡지를 전해주셨어요. 과월호도 함께요. 다섯권이나 손에 집에 들었는데 응? 이거 가볍잖아? 종이가 재생지인가 봅니다. 표백되지 않은 종이 냄새도 좋고요. 월간<비건> 마구마구 좋아지려고 하는데요. 

 

 

잡지를 슬쩍 열어봤어요. 아, 사진도 상큼하게 잘 나왔네요. 기사는 재미있기까지. 올해 심한 가뭄으로 맘 고생 많았던 우양의 두 농사꾼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집니다. 직원들도 잡지를 돌려보며 읽었어요. 웬지 월간<비건> 정기구독 해야 할 기세.

월간<비건> 블로그에 http://blog.naver.com/monthlybegun 가시면 더 많은 내용이 있으니 참고들하세요!

 

▲ 조금 전에 옥상 텃밭에서 따온 호박 입니다. 잘 익었죠? 어르신께 전달해 드리기전에 사진 찍었어요.

 

 

월간비건은 단돈 5,000원에 동네 서점에서 만나 보실 수 있답니다. 자자 주저하지 마시고 한번 구입해 보세요. 뭔가 읽을거리가 많아보이네요. 착한 지구인들의 A to Z 월간 <비건> 슥슥 잘도 읽힐 것 같은데요.

뭐. 이 잡지가 모두에게 채식을 권하는 것은 아닐겁니다. 채식을 통해서 얻은 건강과 삶의 여유 그리고 조금은 다른 삶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 듯한데요.

 

뭐, 최근 삶이 무기력하다고 느끼신다면. 뭔가 다른 변화를 경험하고 싶으시다면. 지난친 육식으로 체중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셨다면. 비염이나 기타 질병으로 힘들어하고 있으시다면 하루 정도 정해서 나만의 ' 밋 프리 데이 (Meat free day)' 를 만들어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여러분의 밋 프리 데이는 무슨 요일인가요? 

 

자, 그럼 저희는 호박 전해드리러 나가야겠네요. 가뭄속에서 자란 저 놈이 우리 어르신들의 밥상을 풍성하게 할 걸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끝내 내리지 않은 비, 그래도 희망은 자란다.

 

극심한 가뭄이다. 북한에서는 이번 가뭄으로 수천 명이 굶어 사망했고 우리나라에서도 가뭄으로 용수를 확보하는데 긴급대책이 세워지고 있다. 시골에 있는 하천은 땅이 갈라져 잡풀조차 자라지 않은 상태가 돼 버렸고 농부들의 고된 표정이 담겨있는 사진들도 신문을 통해 볼 수 있다. 자연은 요 근래 몇 년간 봄에 를 한 방울도 내려주지 않았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모종을 심고, 꽃이 피고, 열매가 다 자랄 동안 비는 오지 않았다. 자연의 힘은 확실히 무서웠고 해가 가면 갈수록 농부들을 지치게 할만도 했다. 나에게 농사는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 앞에서 노심초사 걱정이 앞섰다. 밭에 물을 줄 이들이 항상 필요했고, 무더운 태양 빛에 말라간 식물들을 아침마다 볼 수 밖에 없었다.

 

아마도 자연을 돕는 다는 우양의 농법은 당분간 위기일지도 모른다. 자연은 요즘 무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고, 농사는 그만큼 더 힘들어졌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우양은 자연에게, 사람에게, 아직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황량함 속 똘똘 뭉친 초보 농사꾼들, 그리고 나눔.

 

오랜 가뭄이다. 하지만 우양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 자연 대신 물을 주고 가꿔줄 수 있는 우양의 자원봉사자들이 있기에 아직 푸른 기운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우양의 초보 농사꾼들은 조리개(물뿌리개)에 물을 한 가득 담고 내일이면 시들어버릴 것 같은 연약한 잎들을 살폈다. 무성히 핀 잡초를 뽑기도 했다. 이러한 그들의 분주한 손짓은 어르신들에게 싱싱한 채소를 한가득 담아 드릴 수 있었고, 자연의 소중함을 마음속에 새길 수 있었다.

 

텃밭을 가꾼다는 것. 우양에게 그것은 자연에게, 어르신들에게 수고하고 노력하는 것을 나누는 것이다. 즐거운 텃밭은 자연에게 생명력을 다시 돌려주는 것이고, 지역의 어르신과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나눔의 의미가 담긴 즐거운 텃밭은 아직 희망으로 푸르다.

 

풍년인가보네 그려~”

 

채소를 받으신 한 어르신은 말씀하셨다. “이런 채소들을 나한테만 갖다 주는 거요? 더 어려운 늙은이들 갖다 줘~. 난 괜찮으니께~” 다른 어르신들에게도 이렇게 갖다 드리고 있다고 말씀드리니 다른 사람한테도 준다고? 풍년인가보네 그려~ 나한테도 이렇게 갖다 준다니 참 고마워하고 말씀하신다. 어르신 말씀대로 우양의 텃밭은 늘 풍년일지 모른다. 비록 가뭄은 오래전부터 계속되었고, 전년도보다 적은 열매들을 수확하곤 있지만 텃밭을 가꾸는 이들의 마음은 풍년이니까 말이다.

 

 

우양은 계속해서 자연에 희망을 걸고 텃밭을 소중히 일궈나갈 것이다. 텃밭의 열매만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도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즐거운 텃밭이길 소망한다.

 

글/사진 초보 농사꾼 이해규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