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저희 텃밭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텃밭이 궁금하셨던 분들을 위해 그동안의 소식들을 알려드려요~

 

 

첫 번째 이야기 : 나눔의 방울방울 알감자 성미산학교 친구들이 수확했어요~

  양의 옥상은 아침 일찍부터 늘 시끌벅적하답니다. 인근에 위치한 성미산학교 친구들이 수업의 일환으로 저희 옥상텃밭을 경작하며 소산물도 나누는 뜻 깊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사실 요즘 저희 옥상은 한창 공사 중으로 텃밭을 가꾸기엔 무척이나 열악한 형편에 있었답니다. 발 딛을 공간도 없이 널려있는 공사재료들철근 등과 쇠 자르는 광음까지... 아마 저희 옥상식물들도 무척 괴로울만한 여름을 보내고 있답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성미산학교 친구들은 매일 아침 여덟시부터 옥상에 올라가 잡초도 뽑고 고 주고 해충도 잡는 바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얼마 전에는 소중한 노력의 결실을 맞이하는 날이었습니다. 시끄러운 공사판 안쪽 뜰 안에 자란 튼실한 알감자가 무려 100개가 넘게 수확되었습니다. 성미산학교 친구들도 감회가 새로웠는지 한알 한알 자로 재어보기로 하고 몇 개나 수확했는지 일일이 새어보기도 했답니다. 그동안 더운 날씨에도 깊진 노력으로 감자를 열심히 수확했지만 성미산친구들은 옥상의 알감자를 지역의 어르신들과 함께 나누기로 결심했는데요. 큰 봉지에 아낌없이 쌈채소와 감자를 가득 채워놓고 어르신 만나러 가는 길에 성미산친구들은 “좋아하셨으면 좋을텐데, 지금 다시보니 감자가 너무 작은 것 같다.“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답니다. 하지만 역시나 어르신들에게는 인기만점의 알감자였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농사도 짓고 감자도 갖다줘 고맙다.“며 손주처럼 손 잡아주시는 모습에 정말 훈훈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는데요. 그렇게 돌아가는 길에 성미산친구들은 옥상의 으로 두부를 만들어 드리면 어떨까 하며 수확한지 얼마되지도 않아 벌써부터 농사 계획이 한창입니다. 확실히 이 친구들 농사해서 돈을 벌기는 어려워보이네요. 하지만 그 모습 참 아름다운 모습이네요. 나눔이란 큰 기쁨에 한껏 취해 뿌듯한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그 친구들의 모습이 저에겐 참 감동이었답니다.

 

 

 

 

두 번째 이야기 : 즐거운 텃밭의 새로운 친구 감리교신학대학교 ‘흙사랑’을 소개합니다.

  더운 어느 날 저는 감신대 ‘흙사랑’의 초대를 받아 농사일을 구경하러 갔습니다. 감신대의 ‘흙사랑’은 작년에도 한번 방문했었던 우양과의 인연있는 텃밭동아리인데요. 작년 한해는 서로간의 운영상 어려움이 있어 그 인연이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습니다. 오래간만에 방문한 감신대 텃밭엔 잡초가 무성히 피어있었고, 수확 철이 조금 지나버린 것 같은 감자 줄기가 시들시들 풀이 죽어있었습니다. 그 밭의 꼭대기 편에서 두 건장한 청년이 한참 밭을 매고 있었는데요. 해가 중천에 뜨기 전에 빨리 풀을 제거해야한다고 했습니다. 너무 더운 날씨여서 사실 일을 하기 싫었습니다만 두 명이서 열심히 밭일하는 모습에 저도 함께 풀을 제거했답니다. “둘이서 이 밭을 다 관리해요?”라고 저는 무척 의심쩍게 물어봤는데, 해외선교에 가 있거나 고향지역의 사역을 맡고있어 지금은 없다는 대답을 듣게 되었습니다. 역시 감신대스러운 무척 홀리(holy)한 청년들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 청년들은 저에게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일꾼이 한명 더 있으니 뭐든 할 수 있을 때 얼른 (밭일을)합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 하나님. 그럼 날씨라도 제발 조금만 안 덥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으나 하나님은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으시더군요. (감신대 청년들의 기도만 들어주시나봅니다.) 그렇게 하드(hard)한 오전 농삿일을 마치고 감신대 친구들과 음료를 나눠마셨습니다. 어느정도 농삿일도 도와줬겠고 나름 친해진 것 같아 저는 이때가 기회라 생각하고 돌직구를 날렸습니다. “여기 텃밭에 나오는 소산물 좀 우리랑 나누시죠. 아마 보람찬 나눔이 아닐 수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러자 무척 쿨하게 “좋아요.”라고 대답해주는데요. 역시나 원하는 바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농삿일 같이할 사람들 좀 구해주실 순 없냐는 물음이었는데요. ‘하나님께 기도해보셔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너무 무책임한 발언 같아 꾹 참았답니다 :) 어찌되었건 조만간 개강하면 선교나갔던 친구들 고향갔던 친구들 모두 다시 학교로 돌아올테니 조금만 고생해보시는 건 어떠실런지요. 감신대청년들은 홀리한 청년들이니 하나님께서 이겨낼 힘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렇게 훈훈한 마무리를 짓고 돌아가는 길에 가을철에는 배추를 많이 심어 우양과 함께 김장을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무척이나 신앙심 깊은 청년들을 알게 되어 제 마음도 무척 청결해지는 시간이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더운 여름한철에는 방문하기 꺼려지는 텃밭이네요. 하나님의 일꾼이라뇨^^; 전 아직 그렇게 홀리한 사람은 아니라서 그래요. 힘들어서 그런게 아니랍니다. 오해없으시길! :)

 

 

 

*정돈된 감신대 흙사랑 밭

 

 

 

 

세 번째 이야기 : 씨앗들 갈현텃밭 방문기

시나 금요일이 되면 우리의 씨앗들 단체 카톡방에서는 시끄러운 알림이 끊이지 않습니다. 바로 다음날(토요일) 아침 아홉시 삼십분! 씨앗들이 갈현 텃밭에 모이는 날이 때문입니다. 금요일 오후가 되자 내일 농사일에 대한 이야기,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 모으기 등 서로들 핸드폰으로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가 쏟아지는데요. 내일은 그동안 심었던 작물들을 수확하는 날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수확을 모두 한다는 소리에 저는 이때다 싶어 카메라를 챙겨들고 내일 나도 가고싶다고 말하곤 잠이 들었습니다. 물론 자기 직전 듣는 라디오에선 내일 폭염이니 주의하라고 했지만 ‘맨날 폭염인데 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러니까 잠이 잘 왔겠죠.) 다음날 아침 무척이나 황폐한 갈현텃밭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온다고 했던 사람들이 안와서 더 황폐했답니다. (다들 늦게 올 것 같아 나도 30분 천천히 가긴 했는데요. 죄송합니다.) 얼마 안 있어 제가 가장 늦게 온 것이고 밭일 할 사람이 4명 뿐이란 것을 알았을 때 감신대에서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일을 조금 쉬엄쉬엄 했답니다. 그리고 소수의 여성 조합원들이 대부분 밭일을 해내주셨죠. 지난 날 과한 헬스로 인하여 온몸이 뻐근해 많이 도와주지 못해 씨앗들에게 사죄의 말씀 전합니다. 절대 폭염으로 인해 덥거나 귀찬아서가 아니고 정말로 온몸이 뻐근해서 그랬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음 싶어요. 다소 빈둥대며 돌아본 갈현텃밭은 아직은 수확하기엔 이르거나 너무 때가 늦춰진 모습들이었습니다. 가지오이고추 등은 무척 튼실하게 자라준 것 같아 보기만해도 뿌듯했고 당근도 분홍빛 뿌리가 무척 먹음직스러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주 워크샵을 다녀오느라 한 주 미뤄진 밭일은 꽃 핀 쌈채소들(?)과 무성한 잡초가 무성하가 피워올랐는데요. 앞으로 밭일이 다소 고단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답니다. 무더운 여름 모두들 건강하고 힘차게 농사일을 감당해보길 기도해봅니다. 땀 흘린 노력만큼 보다 즐겁고 행복한 결실들이 맺히길 소망합니다.

 

 

*평화롭지만 매우 무더웠던 갈현텃밭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