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양재단에서 준비한 상반기 야심작. 두둥.
바로 글쓰기 강좌입니다. 매주 목요일, 4회기로 진행되는 글쓰기 강좌는 원하는 사람 누구나 수강할 수 있지만 무시무시한 글쓰기 숙제를 매주 내야합니다.  하여, 이름 붙여진 '공포의 목요일 글쓰기'는 현재 많은 직원들의 성원에 힘입어 절찬 진행중입니다.
물론, 자기가 쓴 글 난도질 당하기 싫어서 수강하지 않은 직원들도 몇몇 보입니다. 그런 분들 조심하십시오. 나중에 쓰신 글에 비문이나 오탈자라도 있으면 홍보팀에서 바로 지적 들어갑니다. 쿨럭~

오늘은 우리 유느님의 글쓰기 숙제 한 편을 공개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질타를 받은 글 수정 없이 올려드립니다. 큭.

나는 도덕시간에 뭐했나.

글쓴이/ 나는, 유느님

나는 집에서부터 지하철까지 가는 길에 세 개의 짧은 건널목을 건넌다. 모든 건널목의 신호등이 동시에 바뀌기 때문에, 각 신호등 앞에서 2-3분씩은 기다려야 한다. 더구나 건널목간의 거리는 불과 10미터도 안 된다. 짧은 시간이지만 바쁜 출근길에 그 몇 분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나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아침잠 몇 분을 극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보다 더 쉬운 일은 건널목에서 눈치를 잘 살핀 뒤 무단횡단을 하는 것이다. 다행히 누군가는 건널목에서 앞서 나가 주고, 나는 빨간 등을 외면하고 그 사람의 리더십에 따르면 된다.

MP3파일로 된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은 혹 있을지 몰라도 MP3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MP3는 대중화되고,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 가까이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첨단화를 누리는 우리들이지만, 실제 기술의 진보만큼 윤리의식도 성숙했을까. 얼마 전 신문의 통계에서 MP3파일을 통해 음악을 듣는 사람 중 비용을 지불하고 MP3파일을 다운로드 하는 사람의 비율이 10% 미만인 것을 발견했다. 나는 작은 양심이 남아 있어서였는지 어둠의 경로를 통해 MP3파일을 다운 받아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음악파일 저장이 더 많이 가능한 최신형 휴대폰을 구입하게 된다면, 이내 양심의 속삭임은 잠잠해질 것이다.

MP3 복제문제는 개인이 감당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지만(물론 간단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출근길 신호등을 무시하고 건널목을 건너는 것은 더 큰 파장을 가져온다. 당사자만 불법의 문제에 얽히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실수이건 고의이건 빨간불에 발을 내딛어준 사람은 아주 고마운 사람이다. 모두가 같은 마음은 아니겠지만, 그 순간에는 윤리나 도덕보다는 자신의 일상과 시간, 효율이 더 중요해진다. 자. 이제 도덕시간에 배운 협력과 배려를 써먹을 시간이다. 혼자 나가는 사람이 멋쩍어 하지 않도록 같이 발걸음을 해주며, 다른 사람의 양심만 희생시키지 않고 가끔씩 자신이 희생할 차례가 되면 건널목에서 먼저 나서주기도 한다.

도덕시간에 배운 것이 그것뿐이었나 생각해본다. 휴지를 버리지 말고, 인사를 잘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질서를 지켜야한다는 도덕시간의 주된 덕목들은 대부분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사회를 위하는 행동들이다. 왜 모두가 편리한 세상보다는 내가 조금 더 편하기를 원했을까? 누구든 학창시절 도덕 시험문제는 쉬웠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답을 고르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다시 도덕 시험을 친다고 해보자. 그리고 정답을 쓰지 말고, 그렇게 살고 있는지를 써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앞으로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가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의 익숙한 삶을 버리고 싶지 않다. 분명 어디선가 손해를 볼 거란 확신이 든다. 내가 먼저 그렇다. 부끄러움을 이기면서 이런 고백을 하는 이유도 달라지고 싶은 마음과 어쩔 수 없는 마음을 이해해달라는 취지가 반반이다.

내일 아침에도 신호등 앞에 또 설 것이다. 모두가 빨간불에 발을 내딛을 때, 가만히 파란불을 기다리며 ‘혼자서 잘난 척 하기는!’ 하는 주위의 눈빛을 참을 준비는 아직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출근길 가방에 들어있는 성경책이 나를 더욱 부끄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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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 단계

익숙한 무단횡단의 부끄러움.
더 많은 음악파일을 가지고 싶은 욕망
난 좋은일을 하는거니까 조금은 괜찮다?
누군가의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리고 싶지만
나는 안된다?

계획

1. 문제제기 - 신호등 앞의 갈등 이야기

2. 하고싶은 얘기
    윤리가 없는 시대 - MP3파일 다운로드의 예
    개인윤리와 사회윤리의 관계 - 개인의 윤리가 사회 윤리는 분리하기 어렵다.
    윤리를 지키기 힘든 이유들

3. 나오며 - 현실 속 도전에 대한 응원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