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함성이 경기장을 휘감아 오른다. 한 낮 뜨거운 햇살을 온 몸에 받으며 공을 몰고 질주하는 남자의 땀방울이 푸른 잔디에 또르르 떨어진다. 심판의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쉬지 않는 11명의 숨소리가 거칠다. 축구에 대한 단상을 머리에 그리다 말고 이내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대체, 너는 왜 축구를 하는가?

제3회 우양배 통일축구대회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우양배 통일축구대회에 출전하는 프로축구팀 FC 서울을 만났다. 는 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올해 최고 전력으로 참가팀들 사이에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르볼 FC와 올 해 처음 출전하는 신생팀인 두만강 FC를 직접 만났다. 다른 팀은 서면으로 인터뷰를 대신했다. 우양배 통일축구에 참가하는 12팀들의 비장한 각오를 들어보자. 먼저 만나 두만강 FC와 르볼 FC를 소개한다.

 

 

 

 

 

 

 

 

 

 

 

한 팀과도 경기해 본 적이 없어 전력이 전혀 노출되지 않은 베일에 쌓인 두만강 FC의 이모저모를 물어봤다. 50代 중후한 중년인 그에게 듣는 두만강 FC 모습에서 이기기 위한 게임이 아닌 즐기는 놀이로서의 축구 이야기를 들었다. 앞으로 이 팀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간다.

두만강 FC 의 의미는 무엇인가.

탈북자들에게 두만강은 의미가 깊다. 왜냐면 우리들이 건너온 강이 두만강이기 때문이다. 생명을 걸고 넘어온 그 강에 대한 아련한 추억 때문인지 만장일치로 두만강 FC로 정했다.

 

팀이 만들어진 계기.

가양지역에 있는 탈북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은 친목단체였다. 약 60명 정도 되고, 몇몇 가족끼리 모이다 보니까 사람들이 점차 늘었다. 모두 가정이다. 청년들은 축구를 하고, 장년들은 족구 그리고 여자들은 배드민턴과 배구를 한다. 남한 사람도 물론 들어올 수 있다. 우린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운동을 통해 모였지만 우리는 삶 공동체를 꿈꾼다.

 

팀 전력이 궁금하다.

팀 전력이랄 것도 없다. 우리는 최고라기보다 최선을 다해 뛴다.

 

제일 경계하는 팀이 있나.

겨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우양배 통일축구에 참가하게 된 이유가 있나.

우양재단을 장학금 주는 기관으로만 알고 있었다. 나중에 축구대회를 한다는 것을 알고 부리나케 신청을 했다. 참가하게 돼서 기쁘다.

우승상금은 어디에 사용할 예정인가.

홀로 북에서 온 청년들을 돕는데 쓰겠다. 생활적인 부분을 많이 어려워한다. 아직까지 일하는데 차별을 많이 받는다. 어쩔 수 없이 3D업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혹시 다른 팀 선수 중에 우리팀으로 영입하고 싶은 선수가 있는가.

다른 팀 선수는 잘 모른다.

 

주로 모여서 축구 말고 하는 일은?

남자들은 족구, 여자들은 배드민턴과 배구를 한다. 겨울에는 지역 복지관에서 연탄나르기, 김장 담그기 등의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양배통일축구대회를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다.

 

골 세레머니는 어떤 것을 할 것인가?

각자 알아서 하지 않겠나?

 

마지막으로 각오 한마디

우리는 이기기위한 경기는 안 한다. 그저 재미있게 경기 할 뿐이다. 20대 우리 아들들이 잘 뛸 거라 믿는다.
 

 

 

 

 

 

 르볼 FC/ 이정혁 주장(22세)

얼굴 잘 생기면 성격이 모날 것 같은 편견은 버려라. 르볼 FC 이정혁(22세) 주장을 만났다. 그는 팀에서 최전방 공격수를 맡고 있다고 했다. 잘생겼는데 축구까지 잘 한다. 얼씨구. 르볼 FC의 의미를 물으니 ‘르볼’ 이 프랑스 말로 ‘비상’이라는 뜻이란다. 뜻도 좋지만 발음이 예뻐 선택했단다. 알고 보니 말랑한 남자다. 얘기를 듣고 있자니 그 생각이 차분하고 단단하기까지 하다. 비슷한 또래로 구성된 르볼 FC. 강한 25명 남자들의 말랑한 축구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팀이 만들어진 계기.

양천구 지역 대학생으로 이루어져 있다. 매주 20명씩 주말마다 경기를 뛴다. 북에서 온 젊은 친구들로 구성되어있다. 알바, 학업, 취업 그리고 남한사회 적응은 이들이 피해 갈 수 없는 공통의 고민이자 관심사이다. 그래서 일까? 건전한 스포츠 활동을 통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다.

 

팀 전력이 궁금하다

기본기는 갖춰져 있다. (이게 제일 무서운 말이다.) 패스와 조직력을 강화하면 우승할 가능성이 충분이 있다는 판단이다. 전술훈련 위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는 1군 2군으로 나눠 훈련하고 있다. 나름 체계적이지 않나!

 

제일 경계하는 팀이 있나.

KISSA다. 외국이 선수들이다 보니 개인기가 좋더라.

 

우양배 통일축구에 참가하게 된 이유가 있나

개인적으로 1회 대회 때 여명학교 선수로 참가했었다. 그 인연이었을까. 우양배 통일축구대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참여해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 앞으로 대회가 없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승상금은 어디에 사용할 예정인가

우승 상금은 팀 재정을 위해 쓸 거다. 이제 겨울이 오는데 겨울 장비와 축구공 등 학생들이다 보니 돈은 없는데 여러 가지 필요한 것들이 많다. 물론 회식도 할 거다.

 

혹시 다른 팀 선수 중에 우리 팀으로 영입하고 싶은 선수는

딱히 없다. 아무리 개인기가 좋다고 해도 팀 웍을 깨는 선수는 원하지 않는다. 축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팀에서 화합을 이뤄갈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탈북청년 뿐만 아니라 남한 청년들에게도 열려있다.

 

주로 모여서 축구 말고 하는 일은?

격주로 한 달에 두 번 금요일에 모여 다양한 주제로 통일세미나를 연다. 누구나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다. 회비는 1만원이다. 이 세미나를 오면 축구 회비를 안 내도 된다. 그리고 생일자 파티는 빠지지 않고 한다. 가족적이지 않나.

 

골 세레머니는 어떤 것을 할 것인가?

실은 골을 넣은 개인이 했는데, 팀 세레머니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번 주말 축구할 때 모여 함께 준비해 보겠다. 너무 기대는 하지 말라.

 

마지막으로 각오 한마디

다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우승이 간절하다. 짧은 시간이지만 잘 준비해서 경기에 임하겠다. 전후반 30분. 최선을 다해 뛰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음 팀 소개가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