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이 유하나사모)

성도라면 누구나 꿈꾸는 성지순례를 다녀와서

이 긴 여정에 대한 기대와 설렘보다는, 뒤로한 아이들과 애써 웃고 있는 남편의 마지막 모습, 두고 온 교회에 대한 어려운 마음이 더 커지는 비행기 안이다. 나는 계속 기도한다. 하나님을 더 친밀히 만날 수 있게 예비하신 이 시간동안, 당신께서 제게 하시는 말씀들을 놓치지 않을 영적 예민함을 허락하고서. 두고 온 가족들과 교회의 모든 순간마다 평안과 불평 없는 삶으로 인도하소서. 여정을 마치고 돌아갈 때, 후회 없게 하시고 지혜롭게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도하에서 아테네로 향한다. 그리고 이제 곧, 진정한 순례의 시작이다.
 


처음 만난 아테네는 여유와 자족이다. 긴장을 풀어주는 햇볕과 정말 잘 어울리는 에게 해~! 그래서 하릴없이 온종일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이 곳. 이 순간부터, 가족들이 차츰 머릿속에서 멀어진다. 여행에 집중하기 위해 벌써 내려놓고 있다. 아테네를 둘러보고, 교과서에서 봤던 파르테논 신전 앞에 서 본다.

 

 

그리고 사도바울이 열정을 다해 복음을 전하는 모습을 아레오바고 언덕 아래서 비문을 바라보며 상상해 본다. 첫 발을 내딛은 이국땅에서 맛보는 고향의 맛, 키다리 상추쌈과 된장국은 꼬박 하루를 비행기 안에서 보내고 쉼 없이 시작한 여행의 깜짝 선물과도 같았다. 잊을 수 없는 갓 짜낸 오렌지 주스, 욕심 부리며 몇 잔을 마셔대고 있다. 10여일 이상을 긴장 속에서 마치 숙제하듯 다녀 올, 화장실에 대한 부담은 잠시 잊는다.

 

 

성지 순례를 통해 뇌리에 박혀 버린 몇 곳은 그리스의 메테오라 산정 수도원, 터키의 데린구유 지하 도시, 괴뢰메 동굴교회, 이스라엘의 쿰란이다. 이 곳을 지나간 수많은 신앙의 선조들의 공통점은 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이 절대적이고 목숨과 같았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예수의 ‘ㅇ’도 모르는 무지한 집안에 시집 와, 신앙을 지키려고 무식하리 만큼 타협 없이 올곧게 예수를 붙드는 내 어머니가 무척이나 바보스럽게 보였다. 할머니-내 어머니에겐 시어머니-에게 어머닌, 집안도 말아먹고 아들도 못 낳는, 재수 없는 예수쟁이였다. 위의 성지들 안 밖에서 그들이 흘렸던 눈물과 핏 방울은, 내게는 크고 높게만 보이는 어머니의 신앙지킴과 견줄 수도 없는 엄청난 것이었다. 얼굴도 모르는 그 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끝까지 말씀을 붙들고 지켜냈기에, 그 복음이 내 어머니에게 올수 있었고, 지금 내 앞까지 온 것이다. 복음이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들 앞에 갈 때까지 하나님은 구원의 역사를 써가고 계신다. 보이지는 않지만, 길고 긴 역사의 흔적 속에 감추어진 눈물과 핏 방울 앞에서 나는 낮아졌고,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다. 나도 그들처럼, 내 어머니처럼, 예수만 붙들고 예수만 내 자녀에게 전해주리라 다짐한다.

 

순례의 기간 동안 값진 역사의 흔적들 앞에서 함께 했던 예배와 기도, 찬양의 감격을 그 때의 느낌으로 담아두지 못함이 아쉽고 아쉽다. 마치 ‘로또 당첨’처럼 날아 온 이 여행을, 마무리하고 돌아보는 이 시간마저도 나에게는 정말 귀하고 값지다.

이 모든 여정을 계획하시고 인도하시고 성취하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내가 무엇이라고 목사님 옆에서 이 귀한 길을 가게 하시고, 같은 마음으로 길을 가고 있는 동역자들과 기쁨의 발자취를 걷게 하시는지. 이 모든 것이 주의 은혜다.

수고하신 우양의 모든 분들과 열심히 뛰어다니신 갈릴리 여행사 박 대리님, 사진 찍어 주시느라 애쓰신 분들, 웃고 울며 함께한 모든 사모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글. 벧엘교회  유하나 사모/ 사진. 우양재단 성지순례 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