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교회 김유선 사모(사진_오필록 목사님과 함께)

여느 날과 다름없었던 그날, 사모님들도 성지순례를 가게 되었는데 신청하시겠느냐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는 망설이지도 않고 가겠다고 대답한 이후로 석 달여간을 기도하며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4월 13일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저는 집에서 나와 교회에 들러 남편과 함께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호흡기1급 장애를 가지고 있던 저는 폐렴에 걸린 줄도 모르고 통증을 견디다가 결국 폐와 심장에 무리가 왔습니다. 그래서 자가 산소를 하면서 지낸지 벌써 3년이 흘렀습니다. 사실 산소를 사용하면서 외박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작년 봄에 하나님의 선물로 3박 4일간의 여행을 다녀 온 후, 좀 더 도전적인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올 해 초에 제게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되던 비행기여행을 하나님께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전 이번 성지순례 초청을 받게 되었고, 이것이 그 응답이라 여겼기에 수 없이 반복되는 고민과 갈등 속에서 오로지 기도만 했습니다. 입을 열면 못 가겠다는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러던 중에 단체로 움직이는 순례길에 보호자 없이는 안 될 것 같아서 우양에 남편(목사님)의 동행을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양에서는 심사숙고 하에 허락해 주셨습니다. 반대 할 법한 남편도 아무 말 없이 진행해 주었고, 우양에서도 여행사에서도 역시 아무 말 없이 진행해주신 덕분에 저는 14일 간을 기적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사실 남편, 우양, 여행사 중 한 곳에서 제발 막아 주시길 기다렸는데 오히려 격려해 주시고 기다려 주시고 이끌어 주셔서 달리 할 말이 없었습니다.(여행보험회사에서만 저를 거부하셨다죠?~ㅎㅎ 그래서 여행보험 없이 각서 쓰고 다녀왔습니다)

 

 

그러한 감사함 가운데서도 성지순례의 여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10시간이 넘는 첫 번째 비행을 하고나서 환승을 하려는데, 돌아가는 길이 비행기 타야하는 길이 아니라면 다시 돌아오고 싶었습니다. 생각보다 인정사정없는 시간과의 싸움, 적지 않는 인원의 단체여행 속에서 “점점 겁이 나고 나만 아니었으면 남편얼굴이 저리 수척해지지 않았을 텐데, 밥도 못 먹고 잠도 못자고......나만 아니었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예민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라는 생각에 말이에요. “나만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에 참 많이 힘들었지만 하나님이 이곳에 나를 부르셨다! 라는 확신을 붙잡고 보니 모든 것이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성지순례의 여정, 그리스는 정말 아름다운 나라였습니다. 아레오바고 언덕에서 복음을 전하는 바울사도를 만나서 고린도로 베뢰아로 데살로니가로 마테오라로, 어디를 가나 신화가 있고 유적이 있고 아름다운 하늘이 있는 그리스를 떠날 때는 참 아쉽고 서럽고 그랬는데 왜 서러웠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은혜를 많이 끼쳐 주셨던 가이드님과의 헤어짐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터키는 참 아까운 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넓고 비옥해 보이는 초원을 보면서 한국인이 이곳에 살았다면 좀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하며 여유 있게 터키의 순례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그 안에서 만나는 일곱 교회의 모습들을 보면서 믿음을 지킨다는 것은 무얼까? 오늘날 교회를 지키는 것 하고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산지대의 유적지를 돌아보느라 산소수치가 많이 떨어져서 쉬엄쉬엄 다니면서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었는데 그건 벽화(또는 신상, 모자이크), 기둥, 길이었습니다.

 

 

 하나님(신)을 설명하고 보여주려고 열심히 그리고 붙이지만 퇴색되고 후패되어 구경거리가 되었고 하나님(신)을 모시겠다고 끊임없이 세우고 건설했지만, 다시 무너지고 빼앗기며 주인이 바뀌기기도 했습니다. 어느새 그것들은 옛 그림자가 되었고 목적지를 향하여 길을 내고 무너지면 다시 그 위에 또 길을 내고, ‘그 길 위에 지금 내가 있다! 그리고 그들이 가고자 했던 그 곳을 향하여 나 또한 길이 되고 있다’는 감동으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하나님께 나아갈 자가 없느니라”

 

 

‘이스라엘에 들어오면 날씨도 따듯하고 지대도 낮아지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또 춥고, 높고, 숨차고 그랬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은 예수님이 계시던 그 공간에 내가 들어왔다는 안도감과 몇 해 전에 한 번 다녀갔다는 익숙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스라엘을 떠나 요르단으로 향한 길에서는 느보산에서 모세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공항으로 가는 길, 그 길은 여전히 물 위를 걷는 그런 마음이었지만 온 우주에 충만하신 하나님께서 넘실대는 홍해를 가르시고, 자기백성으로 하여금 육지같이 건너게 하셨듯이 오늘 나에게 하늘에서 길을 내사 안전하게 건너게 하시리라는 감동을 손에 땀나도록 쥐고서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렇게 은혜가운데 도착한 한국, 역시 한국도 추웠습니다. 지금은 여행으로 쌓인 피로와 노폐물이 몸 밖으로 나가는 중이라 고되어서 며칠 째 바깥 출입도 못하고 누워서 지내는 중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수 일 내로 몸을 일으키게 될 것이고, 지난 두 이레 간의 기적은 저의 삶 속에 또 다른 기적을 낳으며 제가 만나는 사람들, 제가 밟는 땅에 주의 보혈로 물들이게 할 것입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더 많은 사모님들과 교제하지 못하고 과잉 보호받다 온듯하여 다시 한 번 만나서 은혜를 나눌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우리 함께 연합해 순례여정을 마치고, 역사위에 삶으로 쓰는 새로운 여정에 주의  동역자가 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